[박영신의 와인사랑 7 ]특집5. 조지아 와인 여행기 : [에필로그] "와인은 기억을 담은 병" 와인 병 속에 저장하다
[박영신의 와인사랑 7 ]특집5. 조지아 와인 여행기 : [에필로그] "와인은 기억을 담은 병" 와인 병 속에 저장하다
  • 박영신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4.03.2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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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는 이웃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리우며 우랄산맥의 서남쪽 코카서스에 위치한다. 문화, 역사적으로는 동유럽에 가까운 나라인 조지아는 여러 세대에 걸쳐 와인의 발상지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지켜온 곳이다. 필자가 10월과 11월 초에 카헤티를 방문했을 때는 수확시기가 이미 끝났기에 수확의 풍요함과 양조 과정을 놓친 것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와인이 크베브리(Qvevri)안에서 맛있게 발효되고, 숙성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와인 시음을 체험하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또한, 고고학적 발견으로 조지아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국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물적 증거를 찾아 탐방했던 그 순간도 짜릿하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 조지아 특집 편 마무리로 에필로그를 남긴다.

조지아 풍경 이모저모

메이단 바자르(Meidan Bazaar)

▲ 메이단 바자르(Meidan Bazaar).(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메이단 바자르(Meidan Bazaar).(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메이단 바자르(Meidan Bazaar)는 도시 가운데를 관통하는 쿠라강과 가파른 나리칼라 요새와 고풍스러운 옛 골목과 건물들까지 다양한 풍경을 뽐내는 올드 타운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인 나리칼라 요새 아래에 트빌리시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초입 광장 가운데에 오래된 지하 통로를 활용한 시장으로 고풍스럽고 독특한 매력을 보인다.

메이단 바자르는 과거에는 실크로드를 통해 트빌리시를 오가던 상인들의 중요한 장소였다. 오늘날에는 이전의 지하 도로와 과거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면서도 조화롭게 현대에 적응하고 있는 모습이다지금은 구시가지의 지하로 난 길을 이용하여 잘 조성된 기념품 및 높은 퀄리티의 공예품부터 조지아의 특산품 등 가격은 약간 비싼 편이지만 검증되어진 평이 좋은 물건들만 판매된다고 한다.

조지아의 mother상

▲ Mother상.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Mother상.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수도 트빌리시에서 내려다보이는 사랑받는 조지아의 Mother 상은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 있는데, 이는 조지아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와 함께 자유를 수호하려는 열정을 상징하고 있다. 고대 요새의 나리칼라 한 가운데에 우뚝 서 있으며 구시가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친구로 방문한 이에게는 와인을 대접하고, 적으로 방문한 이에게는 검으로 응대한다는 적에서부터 나라를 지키고 친구에겐 와인을 대접하라는 전설이 따른다. 언덕 위 도시를 내려다보며 웅장한 마더상은 온화한 어머니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강인하고 전투적인 전사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트빌리시 건국 1500주년을 기념하는 해에 당시 저명한 조지아 조각가는 민족 드레스를 입은 여성을 모델로 석상이 아닌 20미터 알루미늄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앞으로 몇 세대에 이어가도 강건해 보이는 이 마더상을 만들었다.

조지아 트빌리시 고흐 까페

▲ 고흐 까페.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고흐 까페.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조지아의 트빌리시에는 반 고흐 까페가 있다. 까페 안에서는 맛있는 커피와 음료와 함께 반 고흐의 색채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의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흰색 고양이는 고흐의 눈을 많이 닮아있었다.

트빌리시 거리의 끝없이 이어지는 조각 작품들

조지아 트빌리시 거리에는 조각상들로 릴레이를 하는 것 같다.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조각상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고단했던 삶들과 또 자연을 닮아 느긋하고 낙천적인 조지아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트빌리시 조각 작품들.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트빌리시 조각 작품들.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조지아 뱅크시 작품전

마침, 좋은 기회로 뱅크시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20~21세기를 활동하고 있는 현존하는 화가 뱅크시는 영국의 미술가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이며, 영화감독이다. 뱅크시라는 이름은 그의 가명이며 베일에 싸인 익명의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유화, 벽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을 내고 있는데 특유의 블랙 유머와 그래피티를 결합해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으로 거리를 꾸민다. 전 세계 거리의 벽이나 다리 위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제작, 전시하고 있다. (* 그래피티 아트: 벽이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하여 그리는 그림으로 점차 현대 미술로써 자리 잡았다.)

▲ 뱅크시 작품들.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뱅크시 작품들.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조지아 음식들

러시아 시인 푸시킨은 조지아 음식을 "한 편의 시다"라고 칭송했다, 그의 말처럼, 조지아의 음식은 마치 시로 풀어낸 것 같은 다채롭고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이는 조지아 음식이 미각을 고급지게 하고 그로 인해 시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스탈린도 그의 마음속에 늘 조지아의 음식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조지아 음식은 그 자체로 시적이고 아름다운 풍미를 담고 있다. 천국의 음식이 궁금하다면, 그 해답은 바로 조지아에 있다.

조지아에서는 손님상을 차릴 때 식탁 바닥이 보이지 않게차려야 한다는 전통이 있다. 어쩌면 우리 옛날 어머니들의 집에 오는 손님을 대하는 정성스런 한상을 차려내는 우리의 환대 문화와 조금은 닮아있다. 신화에 따르면, 신이 세상을 창조하다가 코카서스 산맥의 높은 봉우리에 걸려 저녁을 먹다가 음식을 쏟아놓았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조지아는 신이 자신의 땅에 특별한 축복을 더해 준 것처럼 풍요로운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지아를 여행하며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았는데, 그들의 음식은 정말로 천국의 축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각과 청각, 미각 그리고 문화적인 의미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것이었다. 이곳에서의 음식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는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영원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비건주의자와 육식주의자 모두의 천국인 조지아의 음식들은 정말 다양하고 다채로웠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음식들을 남기며 미각의 강한 충동이 느껴지지만 담은 사진에 잠시 위로를 삼는다.

▲ 추르츠헬라.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추르츠헬라.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추르츠헬라: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나 건살구, 건자두 등 말린 과일들을 실에 꿰어 포도시럽과 녹말로 반죽해서 꿀이나 설탕을 입혀 돌돌 말아 건조시켜 만든 조지아식 저장 간식이다. 길거리나 가게 어딜가나 주렁주렁 매달려있고 처음 봤을땐 무슨 소시지인가 했다. 색깔이나 울퉁불퉁한 모습이 독특하고 씹는 식감이 쫄깃,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단맛보다는 건강한 맛이다.

힌깔리: 조지아식 만두는 크기도 다양하다. 특징은 뾰족한 부분을 잡고 뒤집어서 조금씩 뜯어서 국물부터 조심스럽게 먹는다. 조지아 국민 요리로 가장 즐겨 먹는것은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가 주로 들어간다. 치즈나 감자를 넣어서도 즐긴다고 한다. 힌깔리를 잘먹는 방법은, 절대 포크를 사용하지 않고, 먼저 맨손으로 힌깔리 꼬리를 잡고 뒤집어서 작게 한입 물어 안에 육즙 가득한 맛있는 국물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먹는게 포인트다. 손으로 잡은 꼬리는 먹지 않고 그대로 접시에 남겨두는게 조지아식 힌깔리를 먹는 방식이라고 한다.
▲ 힌깔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힌깔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므츠바디:  포도나무로 불을 지펴 돼지고기나 육류 등을 꼬치에 끼워 구워먹는 조지아식 꼬치구이이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을 작은 덩어리로 잘라 소금, 후추, 와인 등에 재워 샴푸리라는 쇠꼬챙이에 꽂아 포도나무 장작에 굽는 대표적인 바비큐 요리이다. 보통은 돼지고기가 일반적이다. 조지아의 돼지고기는 식감이 좋고, 포도나무 장작의 향이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준다. 함께 토핑되어 나오는 양파와 먹으면 아주 맛있다

▲ 므츠바디.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므츠바디.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하차푸리: 지역마다 모양도 제각각 이고, 맛도 다르다. 속 재료도 고기, 치즈, 감자, 콩 등 다양하다. 화덕에 구워내어 그 향과 맛은 기분 좋은 맛 그 자체이다. 아자리야식 하차푸리는 양쪽을 삐죽내어 나룻배 모양이며 그 안에 치즈와 함께 계란이 곁들여지는데, 가장자리 빵을 조금씩 뜯어 하차푸리 위에 올려진 노른자와 치즈를 섞은 후 찍어 먹는다. 이메레티식 하차푸리는 호떡, 빈대떡처럼 둥근 모양이기도 하다. 치즈가 많이 들어간 우리 치즈피자와 모양이 비슷한 하차프리도 있다

▲ 하차프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하차프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마쪼니: 요거트위에 꿀과 호두를 듬뿍 얹어낸 조지아식 디저트이다. 집에서 자주 즐겨 먹었던 우리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신맛이 덜하고 더 부드러웠다. 만드는 시간은 2~3배의 시간이 소요되는 건강하고 정성 가득한 간식이다.

▲ 쇼티.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쇼티.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마쪼니.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마쪼니.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쇼티: 조지아의 어느 전통 음식들과도 다 잘 어울리는 빵이다. 밀가루,, 소금, 효모를 사용하여 화덕의 벽면에 붙여 굽는게 특징인 조지아식 전통 방식이다.

오자후리: 조지아의 소박하지만 특별했던 가정식 요리인 오자후리는 육류를 재워 감자나 양파와 함께 볶아내어 그위에 고수를 얹어낸 요리도 잊지 못한다. 조지아의 와이너리에서의 식사는 마치 그들의 집밥을 맛보는 기분이었다.

▲ 오자후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오자후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차호크빌리: 조지아 전통 스튜로, 가금류와 토마토나 야채를 저온에서 끓여낸 음식이다. 술로우 푸드로 토마토를 끓여 만들어서 그런지 새콤하고 깊은 풍미가 있었다.

▲ 차호크빌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차호크빌리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므차디: 옥수수 가루를 소금과 섞고 따뜻한 물로 반죽한 다음 반죽이 부풀어 오르면 기름을 두른 팬에 튀기듯이 굽는 전통 조지아식 옥수수빵이다.

▲ 므차디.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므차디.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니그브지아니 바드리자니: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가지 안에 호두나 마늘 양파를 함께 갈아 양념을 버무려 속 재료로 넣고 돌돌 말아먹는 전통 야채 요리이다.
▲ 니그브지아니 바드리자니.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 니그브지아니 바드리자니. (사진출처/박영신 칼럼니스트)

조지아를 여행하며 그들의 음식을 맛보면, 정말로 천국의 축복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 미각, 시각, 청각, 문화적인 의미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다. 그들의 음식은 말 그대로 하늘에서 온 듯한 신비로움과 풍미를 담고 있다. 그 이야기는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영원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며, "음식의 천국"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조지아의 매력이다.

국내에서 조지아 와인을 경험하고 싶다면, 전통적인 크베브리(qvevri)에서 발효되고 숙성되어 깊은 풍미와 고유한 향을 가지고 있는 레드 와인 품종인 사페라비(Saperavi)와 화이트 와인 품종인 르카치텔리(Rkatsiteli)를 찾아보시길 권해드린다.  와인 속에서 남는 그 맛은 조지아 사람들의 전형적인 깊은 감정을 남기며, 오랜 친구와 함께한 듯한 깊고 편안한 느낌을 줄 것이다.

조지아를 방문하게 되면, 꼭 카헤티지역의 와인투어 일정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다. 카헤티의 텔라비, 시그나기 이곳은 와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 지역의 와이너리는 높은 수준의 레스토랑과 함께 숙박 시설도 제공하여 완벽한 식사와 숙박 경험이 된다. 그만큼 조지아의 와인과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여행 장소이다. 카헤티 지역의 와이너리는 와인 시음 행사와 레스토랑을 함께 겸하고 있어서 훌륭한 전통 깊은 크베브리 와인과 음식의 조합을 즐길 수 있으니 그런 기회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쉬움을 달래며...

사실, 연재되는 칼럼에 많은 사진들을 욕심껏 담아내기란 제약이 있다. 연재되는 사진을 선택하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특집 칼럼에서 한계가 있었던 점이 아쉬웠다. 그 아쉬움은 후에 내 시간과 느림의 미학이 허락한다면, 꼭 나만의 책으로 더 늦지 않게 출간해 볼 계획이다. 지난 나의 모든 여행의 기록들도 함께 말이다.

<박영신 칼럼니스트 소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의 와인 소믈리에 전공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조리 외식 경영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여러 와인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였으며, 수년 동안 와인 숍, 와인 전문바, 그리고 와인스쿨 운영 경험을 쌓았다. 더불어 식음료와 교육 분야의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 다양한 강의를 펼치고 있으며, 전문성을 갖추어 경험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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