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신의 와인사랑 5 ] 특집 3. 조지아 와인 여행기: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Sighnagi)와 ‘가우마르조스(Gaumarjos)’
[ 박영신의 와인사랑 5 ] 특집 3. 조지아 와인 여행기: 사랑의 도시, 시그나기(Sighnagi)와 ‘가우마르조스(Gaumarjos)’
  • 박영신
  • 승인 2024.01.04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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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조지아 특집을 처음 시작할때,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정보를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나의 열망과 생각으로 넘쳤었다. 사진을 빼곡히 가득 담아 설명을 이어 나가고 있던 나의 두 번째 특집 편까지 이어지면서 사진을 좀 줄여보기로 마음먹었다. 내 칼럼의 사진들을 조화롭게 편집하기 위해 애쓰시고, 이후 칼럼을 정성껏 편집해 주시는 편집진의 고충을 헤아려 특집 2탄부터는 사진의 양을 서서히 줄여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여전히 이야기를 충실하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특집 연재에 충분히 담지 못한 이야기와 사진들은 언젠가 좋은 기회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보기도 한다. /

Tradistiuli Winery에서의 화려한 환영식과 축제의 분위기에 또 그들의 환대에 우리 일행은 다음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더라면 축제 속에 오래 머물러있었으리라. 그곳에서 얻게 된 잊을 수 없었던 와인의 향과 맛, 그리고 활기찬 축제 분위기가 어우러졌던 그 시간은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시그나기(Sighnagi)로 향하는 길은 잠시나마 빼곡한 와인 투어와 시음의 일정에서 벗어나,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그나기 거리는 우리의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런 시그나기 거리의 매력에 빠져들어 발걸음은 마치 음악과 함께 춤추듯 가볍게 흘러갔다. 거리 입구에는 빨간색의 시티 투어용 레드 미니버스가 서 있었다. 시그나기는 사랑의 도시로도 알려져 있는데, 가수 심수봉 님의 ‘백만 송이 장미’의 발원지이다. 하지만 ‘니코 피로스마니(1862~1918)’ 화가의 이야기가 나는 어쩐지 애잔하다. 그의 인생과 작품 뒤에 숨어있는' 백만 송이 장미'의 주인공인 여배우 마가레트와의 황홀한 로맨스는 그의 명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긴 하다. 니코 피로스마니가 미혼으로 평생을 살며 오로지 한 여인만을 사랑했다는 사실은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았다. 궁핍한 삶 속에서도 예술을 통해 위로를 받아온 화가의 이야기는 마치 그의 그림처럼 슬프고도 감동적이었다. 걷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외롭고 고단했을 그의 삶과 묵직한 짝사랑 앞에서 난 그분을 위한 잠시 묵상에 잠겨본다.

사진=필자
사진=필자

니코 피로스마니의 독특한 화풍은 강렬한 색채로 가득 차 있다. 작가 자신이 간판에 그림을 그리고 남은, 그 페인트가 유일한 색채 도구가 되었다는 점은 그의 작품에 더욱 강렬하고 독특한 표현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페인트의 한계 속에서도 그가 품은 예술적 열정이 강인한 색채로 표현된 게 정말 놀랍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미티즘(Primitism)의 대가로, 니코 피로스마니는 피카소 또한 그의 화풍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는 예술의 전통을 벗어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표현 방식을 모색하는 예술가들 간에 이어진 연대감을 보여주었고, 그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스타일로, 예술 세계에 새로운 흐름을 가져온 것이다.

니코 피로스마니의 영향력은 그의 고향인 조지아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조지아 화폐 1라리에는 피로스마니의 얼굴이 그려져 있을 만큼, 이 화가는 조지아 예술의 상징이 되었다. 그의 예술은 조지아인들에게 큰 자부심과 존경을 가져다주며, 그의 정신은 이 지역 예술계에 더욱 깊은 흔적을 남겼다. 니코 피로스마니는 조지아인들에게 더없이 자랑스러운 존재로 남아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예술과 문화를 빛내고 있다.

시그나기 거리는 아기자기한 물건들로 가득한 상점들과 거리 곳곳에서 기타를 치며 공연하는 예술가, 피로스마니의 '붉은 셔츠를 입은 어부'를 담은 다채로운 인테리어 소품들과 형형색색의 귀여운 인형들로 가득했다. 걷는 내내, 이 작은 도시의 거리는 마치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진 화려한 벽화들도 눈에 띄어 궁금증을 자아내었다. 시선을 끄는 다양한 소품들 사이에서, 또다시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조지아의 시그나기 미술관에 있는 '당나귀를 탄 의사'라는 작품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어진 하늘색 페인트로 입혀진 조형물이었다. 작은 도시 시그나기의 거리는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 예술과 문화의 작품의 세계에 참여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걸으면서 마주한 작은 각별함 들이 모여, 시그나기는 마치 동화 속 세계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헤티의 와인 산지는 아름다운 알라자니강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이 강은 코카서스산맥에서 발원하여 차량과 가까워질수록 그 존재를 더욱 감지할 수 있었다. 봄이 다가올 때, 코카서스산맥으로부터 카스피해로 향하는 알라자니강은 빙하수의 풍부한 미네랄과 영양으로 가득 차고, 자연의 풍요로운 선물로, 그 물이 카헤티의 토양에 수분을 공급해 준다. 더불어 흑해에서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과 햇살은 코카서스산맥에서 내려오는 강인한 힘과 조화를 이루며, 카헤티의 대지를 감싸고 있다.

“가우마르조스(Gaumarjos, 조지아어로 건배)”는 와인을 마시는 모든 순간에 함께한 구호로,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나 생생한 언어로 남을 것이다. 또한 카헤티 지역의 크베브리 와인은 아마도 조지아에 도착한 이후부터 생수보다도 가장 많이 음용한 것으로 단언할 수 있다. 크베브리 와인과 조지아의 다채로운 음식들은 이제 나에게 굉장히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은 마치 수줍은 듯이 빨갛고 노랗다. 그 비밀스러운 아름다움은 우리에게만 마치 자랑스럽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듯 보였다.

그렇게 우린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갈 즈음, Kalo Marani Winery에 도착했다. 그곳의 크베브리에서는 포도가 발효되면서 퍼져나가는 그 특유의 향이 코끝을 유혹하고 있었다. 발효 중인 와인의 은은한 그 소리는 우리의 시선을 멈추게 했으니깐. 얼마나 그 향을 뽐내고 싶었을까... 언제나 누군가 와서 그 특별한 향을 공유하고자 기다리고 있는 듯한 그 기대는 마라니(조지아 와인셀러)의 한정된 공간에 갇혀 공기 속에 떠돌고 있었다. 이 순간, 타마다(Tamada;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람)가 되어 와인잔을 높이 들어 ‘가우마르조스’를 외치고 싶어졌다.

❙Kalo Marani Winery(칼로 마라니 와이너리): 버펄로의 피리 부는 양치기 소년

Kalo의 와인은 현대식(스테인리스 방식)과 전통 방식(크베브리 방식)으로 양조하는 와이너리이다. 와인 라벨을 자세히 보면, 안개 속에 휩싸인 채 버펄로를 타고 피리를 부는 양치기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소년의 여유로움은 어쩐지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 양치기 소년의 마음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알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그 속에는 양치기 소년의 가슴 깊숙이 담긴 '어느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작은 풍경 하나하나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상상이 샘솟는다. 조지아어로 버펄로가 있는 곳을 의미하는 지역의 옛 이름인 "Kambechovani"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지역의 자연환경과 유산을 포용하려는 Kalo Marani Winery의 의지가 반영한 것 아닐까. Kalo Marani의 와인의 특징은 하나같이 와인빛이 너무 아름다웠다. 화려한 가을 색을 입은 포도잎 마냥 그 빛은 찬란한 햇빛에 더 반짝였다. 와이너리 오너는 부지런히 시음할 와인들을 즐비한 와인잔에 따라낸다. 웅장한 포도밭이 보이는 이 와이너리는 계속해서 주변의 많은 포도밭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아름다운 Kalo 와인의 빛깔처럼 품질과 맛에도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을 기대하며 어떤 맛으로 성장해 있을지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Kalo Marani (칼로 마라니) 르카츠텔리 2018 엠버 드라이와인 테이스팅 노트❙

외관: 금빛과 어우러진 엠버 컬러가 잔에 부드럽게 퍼진다. 마치 고요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과 같은 아름다움을 닮아있다. 향: 첫 노즈에서 상큼하고 연한 향이 코를 감싸며 나타난다. 느낌은 마치 봄날의 싱그러움을 닮았다. 맛: 홍로 사과와 모과의 산미감이 느껴지면서, 입안 가득 피치의 힌트가 섞여 과일의 신선함이 돋보이며, 이와 함께 약간의 비릿한 광물의 미네랄이 느껴져 색다른 차원을 더했다. 이 특징적인 미네랄은 와인을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어 호불호를 가질 수 있다. 마무리: 마지막 후미에서는 들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부드러운 꽃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와인의 여운이 지속되는 동안 감각적인 향기가 5초간 퍼져나간다.

Kartli의 Iago's Winery를 향하는 길에는 조지아에 수도원들이 눈에 띄게 많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오랜 세월 동안 전통의 시작이었고, 특히 조지아의 마라니(와인셀러)는 오랜 세월 동안 낡은 수도원에서도 그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그 자체로 와인 문화의 산실로써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프랑스가 와인의 본고장으로서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했듯이, 조지아도 마찬가지로 수도원을 중심으로 와인의 전통과 맥이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조지아의 와인 제조 기술과 문화가 수도원에서 유래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로 조지아의 와인은 독특하면서도 고유한 맛과 특성을 보인다. 낡은 수도원들은 마치 역사의 책갈피처럼, 조지아의 와인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Iago’s Winery :조지아 최초의 바이오 인증, 유기농 포도 재배와 내추럴 와인 생산자를 만나다.

조지아에서 포도밭과 와인 제조에 대한 바이오 인증을 받은 최초의 와이너리이다. 이곳은,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았지만 투박하고 온기가 느껴지는 그 어떤 정서적인 감흥이 함께했던 곳이었다. 이아고의 와인은 유기농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를 이용해 크베브리 와인을 생산하는 소규모 부티크 와이너리이다. 2005년에 조지아에서 최초로 바이오 인증을 받았으며, 크베브리 전통 방식으로만 생산되는 와인으로 100% 수출되고 있다. 포도원은 므츠헤타 마을에서 재배된다. 여러 세대에 걸친 가족 와인 메이커의 전통을 따르고 있고, 증류주인 차차도 생산한다. 이아고는 2003년에 상업 와이너리가 되었다.

그의 크베브리 중 일부는 300년 된 것도 있다고 한다. 치누리를 심은 2헥타르의 인증된 유기농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고, 그의 와인 제조 방식은 천연 효모를 사용하여 발효한다. 발효가 끝나면 와인은 펌프를 이용해 다른 크베브리로 옮겨지고 크베브리의 윗부분은 점토로 밀봉하여 몇 달 동안 숙성시킨다. 와인 메이커의 자부심이 가득한 전통 크베브리 와인들은 역시 훌륭한 와인이자 철학이 깃든 이아고 만의 와인으로써 최고로 인정받을 만하다. 이곳의 포도는 손 수확해 오래된 프레스로 부드럽게 압착한 후, 포도 껍질, 줄기, 씨 등과 함께 크베브리에서 6개월 동안 발효 및 숙성한다. 이곳은 여느 와이너리와는 좀 다르게 부부가 와인 메이커이다. 한쪽에서 두 분의 대화하는 모습은 너무도 평화롭고 자연스럽다. 서로가 존중하며 신뢰하지 않는 사이라면 어떻게 이런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성을 만들어 갈 수 있었겠는가 싶었다. 이 부부가 만들어낸 정성스럽고도 푸짐한 음식들과 함께한 와인테이스팅은 더욱 기억에 남게 만든다.

❙ Iago wine Chinuri 테이스팅 노트❙

외관: 엠버 오렌지 컬러가 반짝이며,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움을 준다. 향: 향긋한 잘 익은 살구의 향과 피치, 오렌지, 레몬 등의 시트러스 향이 조화롭다. 특히 은은한 꽃향기와 상쾌한 허브의 향기가 가을 햇살 가득한 포도밭을 거닐며 실려 오는 바람과 함께 풍부하게 느껴진다. 맛: 입 안에서 펼쳐지는 상큼한 산미와 부드럽게 느껴지는 타닌이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전체적으로 우아하고도 복합적인 풍미가 상당히 만족스럽다. 마무리: 피니시는 신선하고 플로럴의 깔끔함도 타닌, 산미, 알코올의 밸런스가 좋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과일의 달콤함과 꽃 향이 멋지게 어우러져, 7초 이상 긴 여운을 남긴다.

추천 음식: 조지아 엠버와인은 한식과도 잘 어울리며, 해산물 요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경쾌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가볍게 신선한 샐러드와도 함께 하는 것도 좋다.

이아고의 훌륭한 와인과 음식을 만끽한 후, 차로 약 20분을 이동하여 조지아 왕실에서 사용된 Chateau Mukhrani Winery (샤토 무크라니 와이너리)로 향했다. 코카서스와 트리알레티산맥 사이에 있으며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약 35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곳에 도착한 우리를 맞이한 것은 장엄한 부지에 펼쳐진 웅장하고 넓은 정원과 궁전 같은 건물들이었다. 그 웅장함에 감탄하며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정원에 퍼져있는 나른한 햇살 속에서, 우리는 각자 마시고 싶은 커피나 차를 즐기며 휴식을 취했다. 마치 ‘편히 쉬어가세요~’ 라고, 손짓하는 듯한 편안한 동그란 의자에도 누워,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정원 입구에서는 결혼식 연회로 인해 분주한 소리가 들려온다. 정원 가장자리의 작은 개울가에서는 냇가의 물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뒤엉켜 들려왔고, 바람에 실려오는 풍경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들려 미친 듯 졸음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의 나른해진 휴식 끝에, 우리는 무크라니 와이너리 안으로 안내를 받아 들어갈 수 있었다.

❙Chateau Mukhrani Winery (샤토 무크라니 와이너리): 최초의 조지아 왕실 샤토 무크자니

샤또 무크라니(Chateau Mukhrani)는 수천 년 전 조지아 무크라니 지역의 와인 제조 전통을 기반으로 성장한 와이너리로, 현재 조지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 중 하나이다. 16세기에 왕실 영지로 시작되어 화려한 공원과 정원으로 장식되어 있다. 최초의 조지아 왕실 샤토로써 포도원, 와이너리, 포도원, 그리고 와인 제조의 네 가지 요소가 통합된 독특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1878년, 바그라티오니 왕가의 후손인 이바네 무크란바토니(Ivane Mukhranbatoni)가 프랑스에서 돌아와 첫 번째 빈티지를 선보이면서 와인 제조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그는 프랑스의 보르도와 샹파뉴 지역에서 와인 제조 기술을 배우고, 조지아에 샤토 개념을 도입하기로 결심한다.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던 현대적인 와인 제조 방법을 도입하며, 조상의 Mukhrani Estate에서 훌륭한 조지아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샤또 무크라니는 화려한 성과 지하 저장고,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넓은 포도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비옥한 토양과 역사, 그리고 조지아의 전통과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루며, 샤또 무크라니 와인은 창조적이고 품격 있는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왕실의 품격을 더한 샤또 무크라니 와인은 뛰어난 퀄리티와 감동적인 이야기를 함께 전해준다.

이 농장은 소련 시대에 버려졌다가 2003년 부활할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현재 와이너리 주변 100헥타르에 걸쳐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다. 각 포도나무 구역에는 품종들에 따라 분리가 되어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무크자니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와 같은 일부 국제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레드 와인용 사페라비(Saperavi), 화이트와인 용 르카츠텔리(Rkatsiteli) 및 므츠바네(Mtsvane)와 같은 토착 조지아 포도 품종이 있고, 이들은 모두 이 지역의 충적토에서 잘 적응하고 번성하는 포도들이다.

와이너리 내부는 2007년에 새롭게 건설된 최신식 시설로, 조지아의 고대 와인 제조 전통과 세계적인 최신 기술이 만나 어우러져 와인 제조 방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와인 테이스팅에서는 다양한 와인들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 와인들은 각자 특유의 캐릭터와 아로마로 이 무렵의 햇살이 가득한 와이너리의 화려한 배경과 어우러져 더욱 돋보였다. 특히 키시, 무츠바네, 사페라비와 같은 와인들은 외부에서의 기대를 훌륭하게 충족시키는 맛과 향을 자랑했다.

무크라니 와이너리의 와인은 각 품종의 특성을 훌륭하게 반영하며, 외관, 향, 맛, 피니시에서도 최고 수준의 아로마와 부케가 긴 여운을 주었다. 그 독특한 특징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우리가 시음했던 공간은 마치 다채로운 꽃들로 가득한 정원처럼 꽃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시음이 끝나고, 한껏 화려한 궁으로 안내를 받아 성큼성큼 걸어가는 길에 우리는 이미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다. 열린 문 앞에서 펼쳐진 홀은 마치 중세의 왕궁의 연회장을 연상시켰고, 우리를 환영하듯 화려하게 장식된 테이블 위에는 특별한 날을 기리듯이 준비된 와인병과 고급스러운 식기에 다양한 음식들이 담겨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첫 잔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시작했다. 무크라니 골드 빛 와인이 잔 속에서 미묘한 거품을 뿜어내며, 시큼한 향기가 우리 코끝을 간지럽혔다. '가우마르조스(Gaumarjos)' 건배 소리와 함께 입에 닿은 순간, 화려하고 청량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그 뒤로 이어진 만찬은 조화된 와인과 음식의 조합으로 우리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품종의 와인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드러내었고, 이와 어우러진 조지아 특유의 다채로운 음식은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인도해 주었다.

이런 특별한 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준, USAID(국제개발처)와 National Wine Agency of Georgia(조지아 국립 와인 에이전시), 그리고 동유럽 와인 연구소 대표님의 노력에 다시 한번 마음 깊이 고마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샤또 무크자니 와인의 다양한 측면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와인 투어는 특별한 장소와 와인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귀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 확신한다. 무크자니에서의 와인 경험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조지아로 와인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무크자니에서 꼭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그들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현대적인 와인 제조 기술이 어우러진 곳에서 와인테이스팅을 통해 향과 맛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으며, 하나하나의 와인에는 어떤 캐릭터를 가진 품종인지, 어떤 방식으로 양조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순간의 감동이 담겨 있는지를 읽어내는 듯한 재미와 감동이 남을 것이다.

조지아 특집 3편을 마치며, 4편에서는 와인의 최초 발상지가 된 조지아의 신석기 유적지를 찾고, 또 2013년 '크베브리를 사용한 조지아의 전통 와인 양조법'이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크베브리 메이커의 장인을 찾아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된다.

❘박영신 소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의 와인 소믈리에 전공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조리 외식 경영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여러 와인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였으며, 수년 동안 와인 숍, 와인 전문바, 그리고 와인스쿨 운영 경험을 쌓았다. 더불어 식음료와 교육 분야의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 다양한 강의를 펼치고 있으며, 전문성을 갖추어 경험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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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향기 2024-01-04 17:38:33
멋진글이네요^^ 조지아에 대해 잘 알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