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신의 와인사랑 4 ] 특집2. 조지아 와인 여행기: 미지의 풍경, 감동의 맛, 조지아와인의 숨겨진 보석을 만나다
[박영신의 와인사랑 4 ] 특집2. 조지아 와인 여행기: 미지의 풍경, 감동의 맛, 조지아와인의 숨겨진 보석을 만나다
  • 박영신
  • 승인 2023.12.0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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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헤티에서의 10월 26일의 기록

크베브리 호텔에서 가볍게 조식을 즐긴 후, 첫 번째 방문지인 Chelti Winery를 찾았다. 카헤티 지역의 포도 수확이 지나간 가을, 어디를 가나 포도잎들은 아름다운 가을 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특히 Chelti Winery의 사페라비 포도밭은 그 화려함을 더 뽐내고 있었다. 이곳은 역사적인 시작을 거듭해오며 현재에 이르렀다. 1900년대에는 Mirianashvili 가문의 조상이 Shilda 마을에 당시 최대의 와인 저장고 중 하나를 세우며 역사의 기초를 다졌다. 오늘날, 2001년 Giorgi Mirianashvili는 가문의 이어진 노래를 와이너리와 회사로 이어가고 있다.

Chelti Winery는 현대적인 장비와 고품질의 전통적인 크베브리를 통해 명성을 얻고 있다. 이 브랜드는 미국, 영국, 중국, 대만, 카자흐스탄, 일본, 러시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벨기에, 덴마크, 우크라이나 등 약 20여 개 다양한 국가에서 인정받고 있다. 2019년에는 국제 대회 및 전시회에서 11개의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디캔터 심사위원단은 Chelti Saperavi를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18년에 Chelti Winery의 Qvevri 와인 중 하나인 Saperavi가 Harry 왕자와 Meghan Markle의 결혼식 축하 선물로 선택된 것이었다.

➤수확이 끝난 후의 Chelti포도밭 가을 풍경                                             ➤Chelti Winery의 남매와 함께
➤수확이 끝난 후의 Chelti포도밭 가을 풍경             ➤Chelti Winery의 남매와 함께

다양한 양조방식과 병 숙성에 따라 각기 다른 맛과 향이 표현되는 여러 와인을 시음하면서, 특히 병 숙성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짐을 느꼈다. 이에 대한 깊은 이유를 생각하면, 마음에 떠오르는 것은 첼티의 지하 와인 저장고다. 그곳은 지하 7m 깊이에 자리하고 있어 연중 일정한 온도로 14~17°C를 유지한다. 이는 와인을 보관하고 숙성시키기에 이상적인 온도뿐만 아니라, 와인이 깊은 숙성 향을 품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Chelti 사페라비가 자랑하는 이 지하 와인 저장고가 병 숙성을 거쳐 세계적인 와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최상의 맛과 향은 첼티의 사페라비 와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여기서 느껴지는 풍부한 향과 깊은 맛은 특별하고 감동적인 경험이었다.

<첼티 사페라비 2017, 레드와인. 스테인리스 발효, 12개월 동안 오크 숙성을 하고 4년 이상 병 숙성>

외관: 루비 레드 칼라. 향: 첫 노즈에서부터 제비꽃의 상큼하고 연한 향이 코를 감싸며 나타남. 복잡하고 미묘한 조화로운 향이 나며, 풍부한 향의 베일 속에서는 가죽 향, 흙 향, 제비꽃 향, 오크의 바닐라의 향이 감지됨. 맛: 타닌의 부드럽고 라운드한 특성이 두드러져 나타남. 입 안에서의 풍부한 텍스처와 함께, 오크 숙성의 영향이 고스란히 느껴짐. 균형 잡힌 레드 프룻의 맛과 함께, 미네랄과 풍부한 토양 풍미가 어우러져 깊이 있는 레이어를 형성함. 피니쉬: 오랜 병 숙성으로 얻은 특유의 라운딩 된 타닌이 잔잔하게 이어지면서, 최소 10초 이상의 긴 피니쉬. 마지막에는 쟈스민의 부드러운 잔향이 남아, 기분 좋은 여운을 줌.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소규모의 "Vine Ponto" Winery이다. 이곳은 전통 방식과 현대적인 양조방식을 결합하여 와인을 양조하는 독특한 장소이다. 이곳에서 2021년 빈티지 치누리 와인을 시음했다. 치누리는 조지아 중부 카르틀리 지역에서 재배되는 백포도 품종으로, 고룰리 므츠바네와 알리고테를 블랜딩하여 고급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에 주로 사용된다. 치누리는 조지아어로 '뛰어나다'라는 뜻의 '치네불리(chinebuli)'에서 유래했다. 이곳에서는 카르틀리에서 구매한 포도를 가지고 정성스럽게 양조한다.

치누리의 와인이 와인잔에 부어지면서 보게 되는 그린 빛이 도는 옐로우 컬러는 햇볕에 물든 포도의 품종과 토양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듯 보였다. 순간 입에 닿은 연한 타닌은 마치 부드러운 비단으로 감싸진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고, 이와 함께 튀지 않는 산도는 와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풍부한 맛을 강조해주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와인을 마신 후미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당밀 향이었다. 그 향은 마치 햇볕 가득한 포도원을 거닐며 달콤한 포도를 먹고 있는 듯한 미각에 따뜻한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 Vine Ponto 와이너리                                            ➤ tasting Wine
➤ Vine Ponto 와이너리                      ➤ tasting Wine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Tkupebi Winery이자 "Twins" Wine House이다. Twins 와인 셀러는 레스토랑 겸 게스트하우스와 크베브리 박물관을 함께 운영하는 독특한 장소이다. Twins 와이너리는 Kakheti 지역 Telavi 지역의 Nafareul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와이너리 안에는 총 135개의 Qvevris가 놓여있다. 가장 작은 Qvevri는 50L이고, 가장 큰 것은 5t에 이른다고 한다.

Twins는 쌍둥이 형제인 Gia와 Gela Gamtkitsulashvili가 1997년에 Qvevri 와인 계열의 상업적 생산을 시작했으며, "Twins" 와인은 두 가지 다른 제조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첫 번째는 고대 조지아 와인 생산 방식으로, 크베브리에 차차를 넣고 3개월 동안 발효하고 침용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럽식 접근 방식으로,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데 "Twins"의 경우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총 10종이 넘는 르카츠텔리, 키시, 카흐리 므츠바네와 같은 화이트 엠버와인과 사페라비를 비롯한 레드 와인을 시음했다. 특히 드라이 엠버와인은 크베브리에서 스킨 컨택이 6개월간 이루어져 알코올 함유량이 약 12% 정도로 일정하며, 산도와 타닌의 균형이 아주 훌륭한 와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따라준 차차 보드카와 브랜디 한 잔씩은 밤에 깊은 숙면을 유도하기 좋은 알코올이었다. 덕분에 이날은 아주 깊은 수면에 빠질 수 있었다. 마음에 품은 순수한 감동과 함께, 내일의 태양은 내일 뜨겠지만,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며 잊지 않을 것이다.

"Twins" Wine House에서 시음한 와인 중에 특히, 인상 깊었던 르카츠텔리 2022 엠버와인의 시음 느낌을 남긴다.

<르카츠텔리2022 엠버와인>

외관: 엠버 색조를 띄고 있음. 향: 살구, 모과, 복숭아와 같은 핵과의 풍미와 오렌지, 레몬 등의 시트러스 요소로 가득하며, 그에 더해 은은한 꽃 향과 신선한 허브의 아로마가 어우러져 있음. 무엇보다도 수확이 끝난 포도밭의 햇살이 얹어져, 가을의 바람에 실린 듯한 상쾌한 느낌과 꿀 향의 뉘앙스가 더해져 있음. 맛: 입안에서 가벼운 산미와 타닌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탄탄한 구조를 선사함. 시간이 지날수록 구수한 뉘앙스가 더해져 긴 여운을 남기는, 흥미로운 와인임. 이 와인은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보다는 조금 높은 12~14℃ 정도에서 즐기는 것이 가장 적절함.

# 카헤티에서의 10월 27일의 기록

카헤티에서의 27일은 더욱 특별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Tradistiuli Winery"를 방문하는 것은 큰 기대와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지난 6월 서울의 코엑스 와인 박람회와 조지아의 와인 디너 행사를 통해 숨은 보석과도 같은 와이너리를 알게 되었다. 조지아의 전통 크베브리와 엠버와인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David'는 와인 메이커이자 와인 라벨 디자이너이며 "Tradistiuli Winery"의 남매 중 한 명이었다. 특히, 나의 논문 연구 주제 중 하나였던 '비건 와인'과 필자가 최근에 크게 관심을 갖게 된 조지아 전통 크베브리 와인과 엠버와인을 생산하는 곳이기도 했다. 이 와이너리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축제의 분위기가 펼쳐져 있었다. 입구에서는 조지아의 전통 의상을 입은 분들이 환대의 노래(조지아의 폴리포니 가창)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지아의 폴리포니는 세계무형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포도나무 숭배와 관련이 있다. 그 기원은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음악은 중요한 문화적인 부분을 차지하며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받는 예술적인 표현 중 하나이다. 이러한 노래는 종종 축제나 의식, 결혼식 등의 특별한 자리에서 부르며 조지아의 문화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특별한 환대와 정성스럽게 준비된 다양한 조지아 음식과 가족경영의 전통 크베브리 와인과 엠버와인, 그리고 조지아의 전통 폴리포니 가창과 함께 흥미로운 런치를 즐겼다. 이곳에서의 몇 가지 인상적인 순간 중에 하나는 손님을 그들의 방식으로 조지아의 폴리포니의 노래와 더불어, 축제 분위기로 맞이한다는 것과, 크베브리 와인의 숙성 현장에서 바로 꺼내 마신 엠버와인의 풍부한 맛이었다. 또 하나는 이 와이너리의 가족애가 묻어나는 분위기였다.

 아직도 조지아 엠버와인의 특별한 경험을 남기며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있다.

“Tradistiuli Winery”에서 시음한 와인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므츠바네2020 엠버와인의 시음 느낌을 남긴다.

<므츠바네2020 엠버와인. 손 수확, 청징과 필터링을 하지 않은 비건와인>

외관: 황금빛 엠버컬러. 잔 속에서 햇빛을 받으면 그 화려한 색감이 눈에 띄게 어필되는 와인임.

: 풍부한 과실의 아로마로 어우러진 향이 뛰어나게 발산됨. 향기는 강렬한데도 부드럽고, 경쾌하며 조화로움. 특히 숙성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다양한 꽃다발의 부케 향이 고요하면서도 풍부한 향기로 변해, 와인의 복합성을 한층 높여줌.

: 입안에 닿으면 상쾌한 산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며, 살구와 모과의 맛, 그리고 잘 익은 복숭아의 깊은 맛이 매우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음. 전혀 가볍지 않은 바디감이 특유의 매력을 더하며, 균형 있게 감싸주어 후미를 즐겁게 함. (추가 설명: 75년 이상 된 포도나무에서 온전한 정성으로 생산되어 고유한 풍미와 깊이를 지니고 있다. 돼지고기나 가금류 요리와의 완벽한 조화뿐만 아니라, 해산물이나 생선, 그리고 하드 치즈와의 매칭도 좋다. 와인 소믈리에로서는 이 와인이 맛의 다양성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와인 입문자와 와인 애호가들에게 적극 추천 한다.)

이번 조지아 여행은 마치 삶의 한 장면을 그린 듯한 환상적인 경험으로 남아있다. 와인은 마치 고요한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같다. 그리고 그 별 하나하나가 하나의 특별한 순간으로 흩어져 내려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조지아에서 경험한 크베브리 와인과 엠버와인은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순간의 아름다운 감동을 깊이 간직하게 했다. 각 와인들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특별한 기억을 선사했다. 와인 잔을 들고, 첫 모금을 맛보는 순간, 나는 과거의 순간들과 현재의 시간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게 조지아 와인을 마시는 과정들은 마치 하나의 축제와도 같았다.

이 경험들을 통해 얻은 필자는 과연, 와인을 다시금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필자는 굳이 와인을 정의한다면, "와인은 기억을 담은 병"이라 할 것이다. 조지아의 여정에서 와인을 마시며, 와인 한 잔이 주는 즐거움과 여운은 그 풍부한 맛뿐만 아니라,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각자의 입맛과 취향, 기억의 깊이에 따라 와인은 우리에게 독특한 이야기를 전하고, 그 속에 담긴 순간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빛나게 남을 것이다. 여정의 시작에서, 와인은 과거의 순간들과 함께 미래로 향하는 다리가 되어주었다. 이렇듯 와인은 현재 나의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우리에게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매력적인 동반자이자, 무한한 감동의 원천이 된다.

➤ 동˙중유럽 와인 연구소 박찬준 소장님
➤ 동˙중유럽 와인 연구소 박찬준 소장님

*이번 두 번째 조지아 와인 여행기 특집을 마치면서, 필자에게 엠버와인과 전통 크베브리에 대한 이해와 큰 영감을 주었던 동˙중유럽 와인 연구소 박찬준 소장님을 소개한다. 그의 당당한 자세와 열정적인 모습은 정말 칭찬할 만한 대상이었다. 이번 조지아 방문에서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힘과 능력을 보여줬다. 또한, 내게는 좀 익숙지 않은 새로운 동유럽의 조지아와인에 대해 더 깊이 있게 탐험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제안하였으며, 필자에게 처음으로 조지아 엠버와인과 전통 크베브리에 대한 문을 열어줬던 존재이기도 했다.

박찬준 와인 연구 소장님의 와인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그의 대외적인 놀라운 노력은 정말 극도로 감동적이었고, 와인을 접하는 전 세계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는 그 흔치 않은 친화력 깊은 뛰어난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지칠 줄 모르는 그 도전적인 열정과 노력은 누군가에 대한 그저 의미 없는 막연한 존경과 영광의 대상이 아니라, 무엇보다 더 큰 칭찬과 감격의 대상으로써, 이런 분과 함께 이번 조지아를 방문하게 되어 큰 기쁨이었다.

조지아 특집 2편의 풍성한 여행의 막을 내리며, 마음 가득한 기억들을 가지고 다시 3편으로 돌아오겠다. 이 놀라운 나라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끝없는 영감과 사색을 안겨주었다.

그 첫 번째 1편과 2편에서는 카헤티 지역의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이너리를 탐험하고, 특유의 와인 양조법과 풍부한 경험을 만끽했다. 이러한 여정은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고, 이제 3편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와 기억을 담아 여러분에게 전해드릴 것이다. 이것으로 2편을 마무리하며, 다음 편에서도 더욱 깊이 있는 경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함께 이 아름다운 여행을 이어가면서, 조지아 와인의 숨겨진 매력을 함께 발견하고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지아 특집은, 계속됩니다~^^

박영신 소개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의 와인 소믈리에 전공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조리 외식 경영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여러 와인 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였으며, 수년 동안 와인 숍, 와인 전문바, 그리고 와인스쿨 운영 경험을 쌓았다. 더불어 식음료와 교육 분야의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 다양한 강의를 펼치고 있으며, 전문성을 갖추어 경험을 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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