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흑인 인종 차별 문제, 키는 아프리카에 있다
[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흑인 인종 차별 문제, 키는 아프리카에 있다
  • 류지선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0.06.08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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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의 인권도 소중하다!’

‘숨을 쉴수가 없어요

6월 6월 서울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 연대 행진 행동이 일어났다 (출처: 연합뉴스)
6월 6월 서울에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 연대 행진 행동이 일어났다 (출처: 연합뉴스) 

과연 이 사건을 계기로 흑인 인권이 괄목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심하게 차별받고 있는 흑인들이 이제는 인권 보호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은  부정적으로  기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뻗어  있는  흑인  디아스포라들에  대한  인식과  인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키는  아프리카에 있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권력을  잡고  있는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엘리트층에  있다고  보는데  그것은  바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401년전  첫 아프리카  노예가  미국에  도착했다.

불과  150년전,  미국인 100명 중 13명은 노예였으며  절반  이상의 미국인은  흑인이라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 후  1896년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 선언을  하며  흑인들에게  246년간  노예생활의  댓가로  토지를  약속하였으나  그는  바로  암살당했고, 그의 후임자는 이 약속을  번복하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반쪽짜리 흑인 노예 해방의 댓가는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오늘날  미국  백인 가정의 평균 재산은  1억 8천 정도이고, 흑인 가정은 그것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시대변천에 따른 백인과 흑인간의 부의 차이 (출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시대변천에 따른 백인과 흑인간의 부의 차이 (출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지난  400여년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해 온  유럽,  미국  백인들의 대척점에는 늘  흑인들이  있었고,  백인들의  부는 흑인들의 노동을  바탕으로 축적되었다.

아시아도  식민지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나, 같은  아시아  인종인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를 주로  받았다는  면에서  다르다.  또한  2차 세계 대전 종식후 미국, 러시아간 세계 패권의 이해관계 속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자립에 성공하였고, 그중  싱가폴,  한국,  대만등은  세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상을  획득했다.

반면 아프리카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1960년 7월1일 가나를  시작으로 하나 둘 독립을 이루었으나 국가의 경계마저 프랑스, 영국이 임의로 정의되어 이는 부족간의 갈등을 더 부추겼다.

또한 아프리카의 막대한 천연자원, 노동력을 통해 부를 축적한 유럽인들은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형식적인 독립권을 부여하였지만 자신들의 허수아비를 국가의 대통령으로 세우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어용 세력으로 삼아 온갖 이권 사업을 획득했다.

그리고 지난 10여년 전부터는 중국이 무상 원조라는 명목으로 공짜로 인프라를 구축해주며 그 패권을 대체하고 있는 추세여서 아프리카 경제의 종속 상황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독립을 이루었지만 국가의 부가 여전히 외국인, 소수의  정치인  및  엘리트  계층에  집중되면서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  아프리카인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신들을  노예화했던 미국,  유럽으로  이민을  선택하게  된다.

1980년에는  십만명도  미치지  않았던  미국의 흑인 이민자가  2016년에는  4백만이  넘어, 미국  전 체 흑인  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점차 증가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흑인 이민자들의 인구 증가율 (출처:  2016년 미국 센서스)
미국 이민자들의 인구 증가율 (출처: 2016년 미국 센서스)

자유를 위해 미국을  찾은 이민자들에게 허용되는 일자리 영역은 저임금 육체 노동으로 귀결된다. 이는 백인들에게 모든 것을 착취당한 상태에서 생존해야 하는 노예 출신의 흑인 미국인들에게도 비슷한 상황이다.

흑인들의 경제 계층 구조는 지난 100여년간을 지나며 고착화된다. 따라서 백인 미국인들은 흑인들의 출신에 상관없이 피부색만으로 정체성을 똑같이 규정하고 차별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K-방역, K-POP, K-문화 등이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록 재외 동포들은 당당해지고  조국을  자랑스러워 한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가장 성공적인 방역 사례로 한국이 꼽히면서 이를 가장 자랑스러워 하고 감동한 사람들은 재미 동포들이었다. 실제로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재미 교포들의 소식들이 들린다.

아시안계 미국인들은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아도 본국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듯이 흑인들은 아프리카에 대해 전혀 몰라도 사회에선 아프리카 사람으로 인식이 된다. 하버드 대학을 나온 미국에서 손꼽히는 1%내에 드는 미국계 흑인이건 짐바브웨에서 밀입국한 이민자이건 후드티를 입고 거리를 다니면 백인들에게는 모두 위협적이고 덩치 큰 흑인일 뿐이다.

오늘날 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해외 원조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정치인들은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 아닌 소수 기득권 엘리트들의 부를 증대하기 위한 방법에만 몰두한다. 코로나19로 중국 우한이 봉쇄 되었을 당시 케냐, 나이지리아등 사하라 이남 국가 출신의 유학생들이 수차례 자국 정부에 구출을 요청했으나 누구도 그들을 돌보지 않았다.

우한 봉쇄가 끝나고 중국 광주에서 코로나19가 흑인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다는 소문으로 흑인들이 이유없이 거리로 내몰리고 감금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아프리카 정부가 실질적인 조처를 한 것은 없다.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이번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해 미국을 비판하고 이번 주말 동안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시위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자국민에 대한 태도는 이보다 나을까?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가고자 위태로운 보트를 타는 수십만명의 아프리카 난민들에 대해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단 한번이라도 책임을 통감한 적이 있었던가?소수의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제외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아직도 기본권의 문제, 강간, 공권력의 탄압, 살인 등이 매순간 서민들의 목숨을 위협한다.

중요한  것인 이 문제들이 더이상 아프리카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나아가 전 세계에 있는 흑인들에 대한 이미지로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가 연대하고 함께 분노하는 무고한 흑인의 죽음은 동정과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다. 그것은 일시적인 감정이고 우리가 기존에 가진 아프리카 및 흑인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기아, 전쟁이 만연한 후진국이다. 제2, 제3의 오바마가 미국에서 나오고 흑인들의 기본권이 안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선 아프리카의 자생력과 지지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너무 늦지 않게 깨닫기를 바란다.

■류지선 칼럼리스트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7년 거주,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서 현재 정부 개발협력 사업의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다양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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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 2020-06-08 14:44:57
미국의 민낮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현주소가 잘 정리되었네요.
미국은 이번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정치적 제도적 변화가 아닌 국민의식변화로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아프리카 국가들도 후진국의 굴레를 벗어나 삶의 질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