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의 인사이트 아프리카]샘 오취리, 지금이 커밍아웃할 때
[류지선의 인사이트 아프리카]샘 오취리, 지금이 커밍아웃할 때
  • 류지선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0.09.02 10: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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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샘 오취리에 대한 논란과 비난 

샘이 자취를 감췄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사라졌다. 그와 관련된 논란이 인지 한달여 만이다. 발단은 가나에서 장례식때 멋진 퍼포먼스를 하기로 유명한 ‘관짝 소년단’의 검은 피부색을 고등학교 학생들이코스프레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참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퍼요. 웃기지 않습니다.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입니다. 제발 하지 마세요!!! 문화를 따라 하는 것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돼요????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요”

역사적으로 흑인 얼굴 분장이 미국, 유럽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적인 표현으로 이용되었고 대부분의 흑인들이 얼굴 분장 그 자체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은 샘의 지적에 반감을 가졌다.

오히려 샘이 자신의 글에 케이팝을 부정적으로 의미하는 용어인 ‘Teakpop’이라는 해시태그를 쓴 점, 과거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동양인을 비하하는 듯 눈찢기 포즈를 취했던 모습이 재조명되면서 그는 심한 역풍을 맞았다.

그와 관련된 기사에는‘다른 나라 가면 공장에서 돈이나 벌지 모르지만 한국 와서 좀 뜨니 훈계질을 하고 있다'‘ 많이 컸다’ 등 그의 인격 자체를 모독하는 악플로 뒤덮였다.

지난 10여년간 한국에서 사랑 받은 흑인이 맞나? 의심을 들 정도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컸다.

샘은 역풍을 맞고 바로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샘의 의견을 지지하고 그가 받는 비난이 과도하다는 의견, 그를 사과하게 만드는 한국인의 폐쇄성 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며칠 후, 내가 평소 즐겨 듣는 ‘BBC Africa’ 팟캐스트에 샘이 출연을 해서 살짝 놀랐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나는 주요 뉴스, 사건을 다루는 오디오 프로그램인데 한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을 다루니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흑인들이 주요 청취자인 만큼 진행자는 샘에게 한국에서의 인종 차별 현상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질문을 했다. 샘은 담담하고 조심스럽게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체로 악의가 없고 무지에 의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자신이 대학을 다닐때보다 훨씬 흑인이 많아졌고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이 한국에서 지지를 받은 것이 몇년동안 자신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후 며칠 뒤, 5개월 전에 샘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쓴 댓글이 다시 언론에 부정적으로 재조명 되었다. 당시 샘배우 박은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한 누리꾼이 “Cute, once you go black you never go back”(일단 흑인에게 빠지면 돌아가지 못한다)이라고 남긴 댓글에 샘“Preach”라는 동조의 댓글을 달았었다. 사실 맥락이 없는 상황이라면 이 농담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샘이 이 댓글을 달았던 당시에 파장이 일었을 것이다. 실제로 흑인들에 대해 가볍게 주고 받는 농담 소재이고 흑인 남자 뿐 아니라 여성을 성적화할때도 사용되는 측면도 있어 흑인들 중에서도 이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샘은 공인이고, 이 농담에 수긍하는 댓글을 달았다. 흑인 얼굴 분장의 민감성 만큼이나 이 농담의 맥락에 대해서도 역시나 한국인들이 쉽게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여성을 성적화한다는 이미지로 부각이 되며 이제 샘을 지지하는 시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샘의 정체성은?

BBC 인터뷰를 들으며 샘이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한국에서 성공한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책임감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고 앞으로도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며칠 뒤 그 인터뷰 내용이 한국 언론에 실리면서 많은 이들이 샘이 한국을 비판하고 자신이 인권주의자라도 된 것 처럼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였다.

과연 우리에게 샘은 어떤 존재였을까?

지난 10여년간 샘의 행보는 독보적이었다. ‘비정상회담’에서 유일한 아프리카 출신의 고정 패널로서 스타로 떠올라 대형 빌보드의 모델로 당당히 서고, TED 강연을 하고, 흑인 인권 운동에도 참여를 하는 한편 모국인 가나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딴 학교를 세우는 등 모범적이고 성공한 흑인의 선구자적인 이미지 자체였다.

아프리카와 인연이 깊은 나는 샘의 성공 스토리를 흑인 친구들에게 자랑스럽게 알려주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공을 들여 쌓아온 명성이 한달만에 무너졌다.

여기에는 한민족으로서의 특수성이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우리는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춰지는지에 매우 민감하고 그것이 긍정적인 경우엔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지만 부정적인 경우엔 쉽게 견디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인의 사랑덕분에 오늘날까지 성장을 했으면서 해외 언론에 한국을 비판하는 샘의 행동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배신감으로 느껴진 것 같다.

처음에 방송에서 그는 한국말 잘하고, 착하고 정많고 춤 잘추는 연예인의 이미지였다. 아프리카인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한국인에게 그의 존재는 신선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인종차별,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발언을 하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샘에 대해 인격적으로 담을 수 없는 악플들이 쏟아지고 과거의 발언까지 모두 재조명이 되며 샘은 이제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려있다.

만일 샘이 고등학생들의 코스프레를 애초에 문제삼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여전히 활발하게 연예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한국에 사는 한 목소리를 전혀 내지말고 살아야 했을까?

사실 논란이 된 그의 발언들은 극단적으로 치우치거나 크게 문제가 될 것들이 없다.

단지 그는 한국을 모독했다는 ‘괘씸죄’에 대한 댓가를 크게 치루고 있을 뿐이다.

미국/유럽국가들과 비교했을때 사실 한국인은 흑인에 대한 혐오가 상대적으로 훨씬 덜하다.

한국인은 흑인이 익숙치 않아 낯설음으로 거리를 두기도 하고, 소통이 많지 않아 문화적인 차이를 느끼지만 심각한 인종 차별을 하는 민족은 아니다. 한국인이 샘에게 주었던 사랑은 문화의 이해를 기반한 것이 아니기에 깊지는 않지만 거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 도망가지 말자

샘이 이 기회에 자신의 정체성을 솔직하게 드러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과 인연을 맺고 살고 싶다면 한국인들이 무엇에 민감한지를 더 이해하고 또한 한국이 미국처럼 현지인과 외국인간의 큰 구분이 없이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으면 예전처럼 받았던 사랑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만일 한국에서 인권 활동가로 살아가고 싶다면 지금 일으킨 이 커다란 파장을 감수하고 끊임없이 설명, 설득하고 꿋꿋이 나아가며 어렵지만 의미있는 길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하진 말자.

샘은 이미 한국에서 어떤 흑인도 이루지 못한 역사를 썼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

샘을 롤 모델 삼아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공부하는 많은 아프리카인들이 있다.

그들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고 아낄 정도로 열정이 크다.

그가 어떤 악플러의 바램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나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가 여태껏 이루어온 결실들의 색이 바래질 수가 있다.

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가나 출신이기 때문에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라고 믿는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요”

고등학생들의 흑인 코스프레에 대해 샘이 이제는 사라진 그의 인스타그램에 남겼던 말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 기술을 세계 속에 수출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도 진정 타문화를 존중하고, 그의 말대로 한번 진진하게 이야기를 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류지선 칼럼리스트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7년 거주하였으며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들과 정부 개발협력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편집자주: 본  칼럼은 필자의 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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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020-09-02 22:43:23
한국에서 돈벌면서 한국 무시하는 애를 왜 방송에 내보낼까?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 가나로 좀 꺼져주길

음양오행 2020-09-02 22:09:41
류지선 너두 검둥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