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나이지리아 대선 후의 혼란과 민주주의의 대가
[류지선 의 인사이트 아프리카]나이지리아 대선 후의 혼란과 민주주의의 대가
  • 류지선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3.03.1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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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인 부정행위로 얼룩진 선거

전 세계가 2.25 나이지리아 대선 결과를 주목하는 가운데 3월 1일 나이지리아 선거관리위원회(INEC)는 현 집권당(APC)의 정당 대표인 볼라 티누부를 차기 대통령으로 공표했다.

투표 과정 중 생중계된 온갖 부정 선거의 증거들을 보더라도 이미 8년 동안 집권한 무슬림 기반의 APC 정당이 쉽게 정권교체를 허락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은 충분했고 티누부 당선인은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막강한 정치 대부로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거를 이기려고 할 것이라는 예상이 된 시나리오였다.

1999년 직접선거가 시행된 이후 역대 최저 투표율 27%. 전 국민으로 보면 10% 정도에 불과한 2천 5백만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대선 결과 후 여기저기서 도난되거나 훼손된 투표함이 발견되었고,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PVC 카드가 무더기로 발견되어 현장에서 소셜 미디어로 공유되기도 하였다. 청년들의 투표를 저지하기 위한 의도성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누구도 예상못한 언더독의 선전

이렇게 얼룩진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도 티누부 당선인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37%의 득표율을 차지하며 2, 3위와 차이가 매우 근소하다.

단 하나의 의석도 없는 신생정당 출신의 오비는 총체적인 국가 위기 상황과 기득권의 부정부패에 실망한 청년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혜성처럼 이번 대선에 등장하여 3위를 기록했고 6번째 대선에 출마한 막강한 PDP 후보 아티쿠는 2위로 이들의 득표 수 차이도 매우 적다.

2023 나이지리아 대선 결과

연방제로 이루어진 36개의 주에서 3당 후보는 각각 12개 주에서 승리를 하였고 더욱 놀라운 점은 오비가 나이지리아의 정치 수도인 아부자, 경제 수도인 라고스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라고스는 티누부의 홈그라운드로 서 주지사로 역임한 후로 타 정당에 권력을 내준 적이 없었는데 정치 신인인 오비에게 단번에 권력이 교체되는 엄청난 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양당 후보

선관위도 투표 과정 중 기술적인 결함을 스스로 인정한 이 문제 많은 선거에 대해 양당은 결과에 불복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오비는 기자회견을 통해 티누부가 아닌 자신이 나이지리아의 대통령 당선인이며 지지자들에게는 평정심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는 한편, 대법원에 불법선거의 증거를 제시할 것이며 사법 절차를 밟겠다고 하였다.

불법 선거에 절망하고 들끓는 열정으로 바로 거리로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청년 지지자들에게 오히려 거리로 나오지 말고 차분히 기다리라고 하였다. 아티쿠는 거리도 나섰다. 반면 조직적인 가두시위는 하지 않고 차 위에서 지지자들에게 연대를 표시하며 이번 선거의 무효성을 피력했다.

이번 대선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두 야당후보. 오비는 법정에서 (왼쪽), 아티쿠는 거리에서 지지자들의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우) 출처: Businessday Nigeria

나이지리아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선거 직후에 통상 사회불안이 만연하고 폭동, 시위 등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이 일반적인데 사뭇 다른 현상이다.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여태껏 부정선거가 만연했음에도 단 한번도 선거 결과가 뒤집힌 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법부의 판단에만 의존하여 현 상황을 주지해도 되는가에 대해선 갑론을박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치 마만다 은고지도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모두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중 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가만히 있는 것만이 평화로운 방법은 아니다. 얼마든지 평화롭게 시위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대로 정치 변혁의 열망이 사그러들 것에 대해 우려했다.

두 양당 후보 가 이를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평화적,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처하는 정치지도자들의 모습과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비교적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국민들의 태도가 나이지리아의 민주주의가 한단계 진일보했음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사실 나이지리아인들은 대선결과에 대해 어느정도의 불만이 있어도 대체적으로 빠르게 순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셜 미디어에는 아래와 같은 반응 을 보였다.

- 거봐라. 어차피 결과는 뻔했다. 그래서 투표 안했다.

- 우리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로 썼다. Obidient(오비의 지지자들을 일컷는 말)아, 나는 당신들이 자랑스럽다. 잘 싸웠다. 대선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 다음을 기약하자.

- 역사는 당신들을 기억할 것이다. 멋진 싸움이었다.

반면 비영리단체인 ‘Global Right Nigeria’의 대표 아비오둔은 대선결과 직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들에게 알권리를 박탈하고 불공정 선거를 치루며 국가 에 대한 신뢰를 상실했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에 대한 비용은 재선거를 치르게 됨으로써 잃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7년 케냐는 이미 재선거를 치룬 선례가 있다. 나이지리아라고 해서 못할 이유는 없다.” 극도로 배고픈 이들에게 어쩌면 민주주의는 사치일지 모른다.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절대 빈곤의 상태이고 청년 실업률이 50%가 넘는 상황에서(trading economics 기준) 정의와 미래를 위한 외침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또 이들에게는 앞으로 어떤 험난한 여정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편집자 주: 본 칼럼 내용은 개인 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류지선 프로필 통신업계에 종사하며 아프리카 10여개국을 경험하고 나이지리아에서 7년 동안 거주하며 민간, 공공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현재 국제개발협력 컨설턴트이자 IT 정책 박사과정 중이며 블로그, 강연, 책 등을 통해 아프리카 전문가로서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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