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 전 장관 "일자리 복지 채권 발행, 국민연금 기금 인수 방식 제고해야"
서상목 전 장관 "일자리 복지 채권 발행, 국민연금 기금 인수 방식 제고해야"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6.02.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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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서 전장관은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방안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가 일자리 복지 채권을 국공채 금리를 적용해서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기금이 인수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서 전장관은 22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박광온 의원실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기금의 공공투자 방안'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서 전장관은 '국민연금의 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국민연금 창설을 이끈 인물로 알려진 국민연금의 산증인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참석해 "서상목 장관님께서는 경제학자로서 오랫동안 연구 하시다가 의원 생활을 거쳐 복지부장관으로서 오늘 여기서 토론을 하게 될 국민연금에 대해서도 많은 지혜를 가지신 분"이라고 소개하고 서 장관이 말씀하시는 것들을 수렴해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셨으면 하는 당부를 드린다"고 축사의 말을 남겼다.

♦ 다음은 서상목 전 장관의 기조연설 전문

국민연금기금을 일자리 창출에 활용하자

서상목, 지속가능경영재단 이사장, 한국복지경영학회 회장

 

해결되지 않고 있는 국민연금의 문제점

금년은 ‘국민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한지 만 30년이 되는 해이다. 국민연금은 비록 시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늦었지만, 비교적 빠른 기간에 ‘전국민연금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여러 차례의 수정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중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된 지 꽤 오래되었고, 기존 노인들을 위한 기초연금마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빈곤률이 OECD평균의 세 배가 넘는 45%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이로 인한 노인자살률 역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65세 인구의 국민연금 수급자 비중이 여타 공적연금을 합해도 아직 40%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 노령연금 월평균 수급액이 2014년 6월 기준으로 33만 원으로 전체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16.6%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연금을 도입하였으나, 그 대상이 65세 이상 인구의 70%로 높은 반면 연금지급 수준은 월 10~20만원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이다. 이에 더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나치게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 역시 노인빈곤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기초연금과 65세 이상에 대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하고, 부양의무자 조건을 대폭 완화하며, 급여수준을 최저생활을 완전 보장해주는 수준으로 개선하는 등의 방안들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이 노인빈곤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구하지 못함으로써, 이 문제는 계속 표류하고 있다. 특히 작년 국회에 설치된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문을 닫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적정수준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도록 하는 문제 역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두 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초기의 70%에서 60%로 그리고 다시 40%로 축소되었다. 이는 중장기적 재장안정을 위한 대책이었으나, 적립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있는 시점에서 소득대체율을 급격히 하향조정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국민연금은 다른 공적연금에 비해 ‘반쪽 연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되었고, 공적연금의 양극화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로 남게 되었다. 이미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은 ‘소걸음’을 하면서, 적립금 규모가 너무 커 적절한 사용처를 찾기에 급급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재정안정을 이유로 제도도입 초기부터 급여수준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 9%에 머물고 있는 보험료율의 점진적 상향조정과 더불어 소득대체율과 최고소득인정액의 인상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도 확립되지 않은 국민연금기금운용의 원칙

오늘 토론회의 주제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해서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거의 30년이 되는 지금까지도 분명한 원칙과 관행이 확립되지 못한 채, 기금운용의 기본원칙은 물론 기금운용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과 논쟁만 거듭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 수립의 기초가 된 KDI보고서는 기금운용의 기본원칙으로 안정성, 수익성, 그리고 공공성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세 가지 원칙들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공공사업부문에서 “연금가입자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복지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증식사업에서는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있는 금융기관을 선정하여 위임함으로써 자금운용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공공사업은 공공성, 수익성, 그리고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국공채를 인수하는 형식을 취할 것을 권장하면서, 공공사업의 종류로는 “주택사업, 근로자의 직업훈련과 재활사업, 의료시설의 확장, 기타 사회복지에 관한 사업” 등을 열거하면서 이 경우에도 수익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자금을 배분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Back to the Basic’이라는 영어단어와 같이, 국민연금기금운용을 제도설계 초기의 의도대로 되돌아가게 하자는 것이 오늘 필자의 주제발표 요지라고 할 수 있다.

 

KDI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정된 국민연금법은 “가입자의 권익이 극대화되도록” ‘기금운용지침’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기금운용지침은 운용의 기본원칙으로 안정성의 원칙, 공공성의 원칙, 유동성의 원칙, 그리고 운용독립성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대다수의 공적연금을 전문적인 수탁기관에 운용을 위탁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정부가 공적연금의 운용주체가 되는데, 한국은 기본적으로 일본모델을 채택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연금법에 의하면 보건복지부가 기획재정부와 상의하여 각 부문별 투자비율 및 공공사업에 대한 기금배분의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기금운영지침’을 마련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구체적으로 기금조성금액 및 각 부문별 투자금액과 지출금액을 작성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안을 마련하고, 이를 국무회의의 의결과 국회의 심의·의결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

 

보건복지부는 “기금의 장기재정안정을 위한 전략적·안정적 기금운용 및 기금운용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기금운용공사의 설립을 추진하려하나 아직까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연금공단은 독립된 기구가 신설되는 경우 공단 기능 및 기구의 축소를 우려하는 한편, 국민연금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최선은 민영화이나 만약 민영화가 어려우면 국민연금기금을 민간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기금운용전체를 민간운용사에 위탁하는 경우 기금운용의 공공성 원칙은 지켜질 수 없기 때문에 기존의 정부중심의 운용관행을 유지하되, 기금 중 수익성만을 목적으로 하는 부분은 민간운용사에 위탁함으로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업무의 지나친 확대를 방지하면서 기금운용 전문 민간산업의 발전을 동시에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기금운용을 위한 독립기구의 신설은 불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국민연금기금이 금융투자 위주로 운용되는 이유

 

지금까지의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실태를 살펴보면, 기금의 대부분이 금융부문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11월 말 현재 기금규모는 506.7조원으로 이중 99.7%인 505.3조원이 금융부문에 투자되어 있다. 이 중 국내채권이 267.1조원(52.7%)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국내주식 95.8조원(18.9%), 해외주식 69.0조원(13.6%), 대체투자 51.0조원(10.1%), 해외채권 21.3조원(4.2%) 순이다. 반면 복지부문투자는 1,380억원으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고, 공공투자는 전무한 상태이다. 이는 KDI보고서와 국민연금법이 제시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성 원칙이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86년 국민연금 설계과정에서 부과방식 대신 적립방식을 택한 첫 번째 이유는 보험료를 상당기간 납부한 가입자에게만 연금을 줌으로써 수익자 부담원칙을 지키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안정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 노인들의 빈곤문제 해소를 위해 기초연금이 도입되었기 때문에, 국민연금 설계를 아예 기초연금과 비례연금의 두 단계로 구분하고 기초연금은 모든 노인들에게 소득수준 또는 가입기간과 관계없이 균등 지급하는 반면 비례연금은 민간보험과 같이 소득재분배 기능 없이 기여금에만 연계시키는 방안을 도입했으면 좋았었다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랬다면 노인빈곤문제의 해결이 보다 용이하였음은 물론, 제도 성숙과정에서 적립금 규모의 지나친 팽창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러한 개혁을 추진할 수는 있겠으나, 기존 가입자들의 반대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을 기초연금 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적립방식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적립금이 쌓이는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고도성장이 가능한 기간으로 이를 뒷밭침하기 위한 사회간접자본 분야 등에서 확대되는 공공투자 수요가 클 전망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을 이를 충당하는 주요수단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가 공적연금(Provident Fund)을 활용하여 근로자들의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 등이 참조되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국민연금 실시 초기에는 적립금의 상당부분을 정부가 공공사업의 추진을 위해 활용하였으며, 국민연금기금이 조성된 첫 해부터 1993년까지는 공공부문과 금융부문에 양분하는 원칙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공공부문에 투입되는 자금은 전액 재정투융자특별회계에 예탁하여 사회간접자본 확충, 중소기업 지원, 농어촌 개발 등 국가발전을 위한 경제정책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금융부문에 투입된 자금의 상당부문도 중소기업 설비자금 지원, 통화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국공채 매입에 투자됨으로써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더 강조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94년부터 재정투융자특별회계에 연기금 등의 여유자금 전액을 예탁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공공자금관리기본법(공자법)’이 시행되면서 국민연금기금을 공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그때까지 기금운용계획을 정부가 만들어 국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생략하고 정부가 임의로 여유자금 전액을 사용하게 하는 공자법의 추진으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적 사용에 대한 반대세력이 조직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95년 11월에 시작된 공자법 위헌소송이다. 결국 이 소송은 1996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결을 내림으로써 마무리되었으나, 공자법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지속되었다. 그 결과 1999년 1월 국민연금을 강제적으로 예탁시키는 조항의 개정이 이루어졌고, 단계적으로 예탁규모가 축소되었고 2001년에는 의무예탁 규정이 완전히 폐지되었다. 결국 ‘공자법 에피소드’는 국민연금기금을 공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입자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강하게 심어줌으로써, 기금활용의 공공성 원칙을 주장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고 이러한 상황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KDI보고서에서 강조되었던 국민연금기금의 복지사업 투자는 1986년 국민연금법에도 명시되었으나, 실제로 투자가 이루어진 것은 1994년 6월로 1,500억원이 탁아시설에 대한 장기저리 융자사업으로 사용되었다. 탁아시설이 첫 번째 투자 사업으로 선정된 이유는 당시 탁아수요에 비해 탁아시설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국민연금 복지타운 부지매입이 이루어졌고, 2000년 9월에는 청풍리조트가 개장되었다. 1995년에는 유료 노인복지시설에 6,050억원이 융자형태로 투입되었고, 1997년에는 생활안정자금 대부사업, 그리고 1998년에는 생계자금 대부사업 등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보육시설은 과다한 시설 난립과 외환위기로 인해 상당수가 융자금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했고, 청풍리조트 사업은 부대시설과 골프장 건설계획이 무산되면서 처음부터 리조트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생활안정자금 대부사업 역시 실적이 저조했다. 이는 결국 복지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졌고, 그 후 복지사업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중단되었다.

 

비록 사업은 중단되었지만 복지사업에 대한 찬반논쟁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복지사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데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국민연금기금이 투입된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주장하는 반면, 찬성론자들은 복지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적정한 수익이 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계획과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복지사업의 추진을 결정한 장본인으로서 당연히 후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풍리조트 사업은 원래 계획대로 부대시설과 골프장이 추진되었고 운영관리 역시 에버랜드 등 국내 최고의 전문기업에게 위탁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의료보험공단이 추진한 일산병원은 세브란스 병원에 위탁의뢰함으로써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보육사업 역시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추진되었다면, 운영상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당초 의도대로 확대되는 보육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국민연금기금 운용,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연금기금의 누적속도가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한국경제의 핵심과제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 자금이 국내에서 일자리를 만드는데 사용되지 않고 해외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자금으로 사용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2008년 국제금융위기과정에서도 경험하였듯이 해외 주식시장에서의 가격변동 폭이 국내주식시장보다 높고, 이에 더해 환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기금의 해외투자 확대는 안정성 원칙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의 해외주식투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한 해에 원화기준으로 49.1%의 손실을 보았다.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투자 역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식투자가 안정성을 고려하여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집중됨으로써 경제의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의 규모가 GDP대비 이미 30%를 넘었고,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50%에 달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과다한 투자는 기금규모가 증가하는 시기에는 주식시장에서 자산가치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버블’ 현상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기금규모가 축소되는 시기에는 주식시장의 폭락을 야기하는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지금도 상당수 기업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보유비중이 5%를 상회하여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국민연금이 한국 주요기업의 사실상 대주주가 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럴 경우 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 운영에 개입하는 이른바 ‘민간기업의 공기업화’ 또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투자 확대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성 제고

현재 지나치게 단기적 수익성 확대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기금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에 집중 투자된다면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성장률이 제고됨은 물론 중장기적 시각에서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되면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들을 개발하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을 위해 정부가 ‘일자리 복지 뉴딜 기획단’을 구성하여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1960년대 초 이후 한국경제는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으나, 수출산업의 노동집약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수출 확대만으로는 고용수요의 증가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였다. 산업별 취업계수를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제조업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낮은 반면, 건설업과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일자리 복지 뉴딜’은 제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고용찰출 효과가 큰 건설업과 서비스업 분야에서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에 힘입어 제조업 중심의 수출부문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으나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과 서비스업은 내수경기의 부진으로 상대적으로 불황을 겪게 되었으며, 이는 한국경제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양극화는 내수경기 흐름과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내수경기가 위축되면 양극화가 심화되고 내수경기가 활성화되면 양극화 현상이 개선된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결과인 것이다. 따라서 건설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 사업들을 개발하여 추진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양극화의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할 구체적 분야와 사업은 ‘일자리 복지 뉴딜 기획단’에 의한 전문적 분석의 결과로 이루어져야 하나, 필자는 우선 다음의 세 분야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첫째, 연금가입자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직업훈련 및 재활, 그리고 사회복지 및 의료시설 투자, 둘째, 연금가입자들의 여가 선용과 외화 획득을 위한 관광 및 레저시설 투자, 그리고 셋째,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기반을 구축하고 단기적으로는 고용을 창출하는 주택 및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이다.

 

사회복지부문의 경우 사회복지서비스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저숙련 인력의 취업이 용이하고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분야이어서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서비스부문은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수익창출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의 적정수익을 보장해주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공익성이 강한 복지사업은 당연히 정부재정자금으로 충당해야 하나, 수익 창출이 가능한 복지사업은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되 필요시 ‘수익률 차액 보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동채권(Social Impact Bond: SIB)’ 사업은 공공목적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도적으로 적정수준의 수익률을 지방정부가 보장되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대상으로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

 

보건의료부문 역시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대표적 분야이나, 정부 차원의 전략 부재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건의료부문에서 공공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사실과 이 부문은 수익성 창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관광·레저산업 역시 일자리 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중국 등 외국관광객 유치를 통해 외화 획득 가능성과 수익성 또한 높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의 활용수단으로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더해 주택수요의 확충과 SOC기반 확충은 국민생활의 질 향상은 물론 국가경쟁력 기반을 구축하는 핵심적 수단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대상으로 적합하다고 사료된다. 앞에서도 지적한대로 SOC 분야에 대한 투자는 국민연금이 적립방식으로 설계된 이유 중의 하나였다.

 

국민연금기금을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업을 달성하는데 활용하는 논리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앞에서 지적된 ‘공자법 에피소드’의 경험과 1990년대 추진된 복지사업이 실패했다는 인식 때문에 정책수립당국은 물론 국민과 언론의 시각이 국민연금기금을 공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데 대해 곱지 않다는데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새로운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오늘과 같은 토론회를 통해 이 주제에 대해 국민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과 정부가 바른 인식을 갖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업이 중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기금의 재정안정성을 오히려 개선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이 함께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부가 ‘일자리 복지 채권’을 국공채 금리를 적용해서 발행하고 이를 국민연금기금이 인수하는 형태를 취한다면 국민연금기금의 투자 수익률이 정부에 의해 보장되는 결과를 가져옴으로써 기금운용의 공공성 확대에 따른 수익성 저하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정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는 사업에는 민간과의 합작을 유도하고 전문기관에 의한 사업타당성 분석에 의해 사업이 선정되는 형태를 취한다면 공공성 원칙의 확대가 안전성 원칙이나 수익성 원칙과 상충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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