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40 ]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40 ]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
  •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 승인 2020.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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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독립 200주년이었던 1976년은 와인의 역사에 있어서도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출처 : drinkmemag  ⓒ 데일리경제

1976년 5월 24일 오전, 파리의 인터콘티넨탈 호텔. 11명의 와인 관련 전문가들 앞에 놓인 시음용 와인잔에 라벨을 제거하여 브랜드를 숨긴 첫 번째 병으로부터 샤도네이 와인이 따라졌다. 이 역사적인 순간은 스티븐 스퍼리어라는 한 영국 와인 중개상의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했다. 그는 미국의 독립 200주년을 맞는 마케팅 행사의 하나로 캘리포니아 와인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캘리포니아를 주 산지로 하는 미국 와인은 와이너리들이 아직 역사가 깊지 않고 품질에 대해서도 믿음이 없어 테이블 와인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캘리포니아 와인을 비롯한 기타 신대륙 와인을 한 수 아래의 수준으로 보고 있었다. 오전의 화이트 와인 시음회에 선보인 와인은 생산한지 2년에서 3년이 되는 1972년에서 1974년 빈티지의 총 10가지 브랜드였는데, 캘리포니아 와인이 6종, 홈그라운드인 프랑스의 보르고뉴 와인이 4종이었다. 시음 순서는 추첨으로 결정되었다. 원래에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시음 결과를 동시에 발표하기로 하였으나 레드 와인의 준비가 늦어져 오전에 먼저 화이트 와인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어 오후에는 레드와인의 시음회가 같은 방식으로 열렸다. 빈티지 1969년에서 1973년의 캘리포니아 와인이 6종, 보르도 와인 4종이 시음회에 나왔다. 캘리포니아 와인과 프랑스 와인의 대결 형식으로 열린 이 날의 시음회는 처음에는 언론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다. 프랑스 기자도 초청되었지만 결과가 너무 뻔하다고 여겨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쪽에서는 운 좋게 미국 타임지의 테이버 기자가 참석했다. 타임지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시음회의 결과는 이후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으로 불리면서 세계의 와인산업과 애호가들에게 큰 충격과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시음회의 자세한 내용과 그 후의 전개는 잠시 가려두고  다른 종류의 ‘심판’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심판(Judgement)이란 원래 “옳고 그름 혹은 어떤 사안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잘못에 대해 응징함”이란 뜻이다. 근래에 와서는 대개 스포츠에서 게임을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이란 의미로 쓰인다. 경쟁 혹은 콘테스트에서 누가 더 나은가를 가리는 것도 심판이라고 한다. 와인의 역사에서 유명한 “Judgement of Paris”는 사실 그보다도 훨씬 더 오래된 그리스의 신화에 등장한다.

파리스의 심판
출처 : 위키백과  ⓒ 데일리경제

영어로도 똑같이 표기하는 “파리스의 심판”은 신들의 여왕 헤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 이 세 여신이 벌인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에 대한 다툼에 대해 트로이의 왕자이기도 한 잘생긴 양치기 파리스가 내렸던 심판이다. 파리스가 심판이 된 이유도 재미있다. 그냥 잘 생겼으니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잘 알 것이라는 것이 이유다. 어쨌든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한다. 이는 역시 1976년의 와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선택받지 못한 여신들의 질투와 시기로 인해 트로이 전쟁이라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다. 예나 제나 심판은 어렵다. 1976년 파리의 심판도 이 그리스 신화를 패러디해 붙인 것이다. 생뚱맞게도 2015년에는 이슬람 과격파 테러조직인 IS가 파리에서 대규모 테러 사건을 일으킨 후에 파리의 심판이란 이름을 갖다 붙이기도 했다. 정당하지 못하거나 편파적인 심판은 오히려 진실을 가리거나 사실을 왜곡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심판은 실체나 근거 없이 오랫동안 고착되어온 우열관계나 고정관념을 일거에 바꾸어 놓는 위력을 가진다.

최근 중국에서는 중국 전통무술에 대한 오랫동안의 신화가 ‘실전을 통한 심판’을 통하여 처참하게 무너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심판(Referee)은 격투기 시합에서도 큰 몫을 하는데 시합의 판정에도 관여하지만 경기가 격렬하다 보니 선수의 치명적인 부상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상대의 공격이 일방적이어서 상대 선수가 방어나 저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면 큰 부상을 막기 위해 즉각 경기를 중단시키고 시합이 끝나기 전에 승패를 선언할 수 있는 재량을 가진다. 특히 격투기를 이야기할 때는 누가 강한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어떤 무술 혹은 격투기가 가장 강한지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이 항상 나온다. 다른 종목의 격투기끼리 대결하여 우열을 가리는 이종격투기가 인기가 있는 것도 이러한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호모사피엔스 인간을 아프리카 초원에 내놓으면 도구 없이 인간이 맨손으로 제압할 수 있는 동물은 거의 없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진화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의 무기들을 몸에 장착하였다. 대신에 인간은 머리와 손을 발전시켜 도구를 만들어 무기화하였다. 무기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완벽한 인간의 승리이다. 인간은 유인원으로부터 분리되기 전까지는 육체적으로 다른 동물에 어느 정도 대적할 만한 힘과 근력을 갖고 있었다. 현대에도 사람과 같은 영장류인 로우랜드 고릴라의 키는 160cm~180cm이지만 몸무게는 근육질 위주로 135kg~275kg로 키에 비해 몸무게가 훨씬 무겁다. 손으로 물건을 쥐는 악력은 평균 326kg이나 된다. 참고로 인간의 최고 기록은 160kg을 겨우 넘는다. 또 팔 힘을 인간의 역도처럼 사용하면 최대 2톤의 중량을 들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은 현재 남자 무제한급 용상 세계기록이 264kg이다. 인간과 비교해보면 같은 부피의 근육보다 8배 정도의 힘을 내는 것이다. 턱 근육도 잘 발달하여 무는 힘이 500kg~710kg이나 된다. 목뼈와 목 주위의 근육도 발달하여 웬만큼 강한 충격에도 목이 뒤로 꺾이지 않는다. 달리는 속도는 시속 32km로 우사인 볼트의 100m 최고 기록인 시속 38Km에 육박한다. 이러한 강력한 신체능력이면 웬만한 동물은 두개골을 부수고 몸을 찢을 수 있는 힘이다. 대신 고릴라는 뇌의 용량은 크지만 신경회로의 수는 적어 거울을 보여줄 경우 자신임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머리가 나쁘다. 여하튼 사람은 총 한 방이면 간단히 고릴라를 제압한다.

   동물들의 무기는 크게 방어무기와 공격 무기가 있다. 고슴도치의 털이나 거북의 등껍질 등은 소극적인 방어 무기이다. 공격 무기로는 이빨, 부리, 발톱, 독이 대표적이다. 공격 방법은 물어뜯기, 쪼기, 발톱으로 할퀴기, 넘어뜨리기, 발이나 다리로 내려치거나 밟기, 감아서 조이기 등이 대표적이다. 또 동물들도 다른 동물을 속이는 기만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신체적인 무기를 발전시키는 대신 뇌를 발달시켜 발명한 무기를 통해 먹이사슬의 최 정점에 위치하게 되었다. 더 이상 격투를 통해서 다른 종을 제압하기 위해 신체적인 무기를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다. 인간이 격투술을 발전시킨 배경은 같이 모여 살면서 일어나는 일대일 싸움이나 집단 간의 전쟁에서 같은 인간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었다.

맨손 격투술에서 인간이 주로 사용하는 신체 무기도 강도는 달라도 동물들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인간은 손, 발, 팔꿈치, 무릎, 머리, 이빨을 기본적인 신체 무기로 사용한다. 공격 방법은 격투기마다 타격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먹으로 치기, 팔꿈치 치기, 발로 차기, 무릎으로 공격하는 니킥이 대표적이다. 입식타격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래플링이라 부르는, 주먹이나 발을 사용한 타격을 쓰지 않고 메치기, 조르기, 누르기, 굳히기, 관절기를 쓰는 공격 방법도 있다. 인간은 고대 시절부터 이러한 공격 방법의 특성과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종류의 격투기를 발전시켰다. 세계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수백 종의 무술이 존재한다. 우선 우리나라에만 태권도를 비롯해 택견, 궁중무술 등 일백 종이 넘는 무술과 유파가 있다. 그리고 태극권, 영춘권, 팔괘장 등 중국 기반의 전통 무술만도 수십 개 유파가 있다. 일본도 역시 극진 카라데와 합기도 등 역시 수십 가지 무술 및 유파가 있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내세우는 꽤 이름이 알려진 격투기나 무술만도 가장 널리 퍼진 권투와 이소룡이 만든 절권도를 비롯해, 태국의 무에 타이, 말레이시아의 시라트, 이소룡 유작 영화 사망유희에도 나오는 필리핀의 에스크리마, 브라질의 카포에라, 러시아의 삼보, 프랑스의 사바트 등이 있다. 그리고 군의 특수전 요원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져 민간으로 전파된 무술도 꽤 있다. 이스라엘의 크라브마,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가 만든 시스테마, 중국의 우슈를 변형한 싼타, 미 해병대가 만든 Mc Map, 북한의 격술, 우리나라의 특공무술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요즘 UFC 등의 격투기 대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MMA로 불리는 종합격투기가 있다.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모든 무술이 실전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명이 발전하고 사회가 안정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다툼을 신체적인 완력으로 해결할 일이 드물어졌다. 이에 따라 무술은 스포츠화하거나 심신수련을 위한 것으로 목적이 바뀌었다. 하지만 종합 격투기의 대중적인 인기가 다시 한번 무술의 실전성에 관한 관심을 불러왔고 요새는 각종 무술이 서로 겨루는 대회나 시합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전성이란 거리에서 벌어지는 실제적인 싸움처럼 룰없이 자유롭게 겨루었을 때 누가 강한 것인가이다. 시합을 통해 실전성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선수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규칙만 둔다.

 2017년 4월 현역에서 물러나 MMA 도장을 운영하던 40세의 쉬샤오둥이라는 전직 MMA 선수와 ‘뇌공 태극권’ 문파의 장문인인 42세의 웨이 레이가 보호장구 없이 대결했다. 대결 전 웨이레이는 자신의 권법은 “바람과 번개처럼 빠르면서 산처럼 고요하다”라고 하며 쉬샤오둥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 공언했다.  결과는 20초도 걸리지 않아 쉬샤오둥이 웨이레이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처참하게 난타하여 KO시키며 싱겁게 끝난다. 이 경기 이후 쉬샤오동은 중국전통무술은 실전성이 없어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며 무림의 각 문파는 언제든지 도전하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면 무릎을 꿇고 스승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에 파장이 커지자 중국무술협회는 황급히 향후 이러한 대결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태극권을 수련하고 무협소설 의천도룡기를 좋아해 사무실에 있는 회의실 이름을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따서 지을 정도로 중국무술의 옹호가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까지 나서 중국 무술은 심신수련용이니 굳이 실전성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전통무술에 대한 허구성과 신비주의, 상업주의에 대한 성토가 계속 이어지면서 중국 식료품업체 텐디그룹의 천성회장이 상금 1000만 위안(약 17억 원)을 걸고, 쉬샤오둥을 이겨 중국 무술의 자존심을 지켜줄 중국 무술인을 찾았다. 필자도 유튜브를 통해 전 경기를 관람한, 이후 최근까지 벌어진 쉬샤오둥과 각 유파의 ‘중국전통무술 고수’와의 대결 결과를 소개한다.

■  2017년 6월 26일, 쉬샤오둥 VS 혼원형의태극문 장문인, 일명 전통무술대사 마바오궈: 시합 전 경찰의 제지로 대결 무산됨. 마바오궈가 경찰에 미리 제보하여 시합을 무산시켰다는 의혹 있음. 이후 대신 마바오궈는 평범한 종합격투기 애호가인 ‘그냥 일반인’ 왕칭민과 대결한다. 결과는 시합 시작과 동시에 왕칭민의 스트레이트에 다운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바오궈가 30초 동안 6번 다운당한 끝에 시합 종료.

■  2018년 3월 18일, 쉬샤오둥 VS ‘엽문의 후계자’이자 ‘영춘권의 달인’ 딩하오: 입식타격만 허용된 3분 1라운드 경기에서 딩하오는 쉬샤오둥에게 3분 동안 6번 다운당하며 일방적으로 얻어맞았으나 심판들은 무승부로 판정. 이후 딩하오는 아래에 소개하는 텐예를 이긴 태권도 4단 장룽에게 대결을 신청하여 시합을 기다리는 중임.  

■  2019년 1월 12일, 쉬샤오둥 VS ‘영춘권 및 태극권의 고수’ 이자 ‘이합퇴의 대가’ 텐예: 경기 시작 30초 만에 쉬샤오둥이 텐예의 코 뼈를 부러뜨림. 톈예는 이후 몇 차례 다운을 당한 후 쉬샤오둥의 니킥 한 방에 의해 TKO로 경기 종료. 텐예는 쉬샤오둥에게 패한 후 느닷없이 한국의 태권도가 실전성이 없다고 비난하여 성사된 경기에서 태권도 4단인 중국의 장룽 선수에게 형편없이 얻어맞고 또 한 번 TKO로 패함.  

출처 : 나무위키  ⓒ 데일리경제

 ■  2019년 5월 18일, 쉬샤오둥 VS ‘영춘권 점혈고수’ 뤼강: 경기 시작부터 속절없이 얻어맞던 뤼강은 경기 시작 후 47초 만에 뤼샤오둥의 스트레이트 한방에 코뼈가 내려앉아 경기 종료.

쉬샤오둥의 대결을 계기로 중국 전통무술의 위상이 만신창이가 되자 이후 중국정부는 쉬샤오둥의 중국 내 시합을 중지시켰다. 어떤 무술이든 수련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역량이나 내공의 차이가 있고 또 위에서 대결한 사람들이 중국 무술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로 인해 그동안 중국 무술이 가졌던 신비주의와 전통적인 위상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중국 무술을 기반으로 하여 군용으로 처음 만들어진 싼타라는 무술은 올림픽 시범경기로 채택된 스포츠성과 함께 종합격투기 대회에서도 실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영춘권이 가미된 이소룡의 절권도도 역시 실전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실전성 문제는 우리나라의 태권도에도 제기되고 있는데 현재 태권도나 택견에서는 실전성에 중심을 둔 유파가 따로 생겼다. 우리나라의 최배달이 만든 일본의 극진 가라데도 실전성을 강조한다.

어떤 것에 대한 명성이나 우열도 말이나 전통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결국은 실제적인 검증을 통한 심판만이 이를 확인하거나 유지한다. 심판 자체를 막는다고 명성이 계속 가진 않는다. 현재까지 천성회장이 상금으로 내건 1000만 위안은 고스란히 그대로 있다. 
 

출처 : naracellar  ⓒ 데일리경제

  다시 1976년의 파리의 시음회 현장으로 돌아간다. 레드 와인의 시음 준비가 늦어진 관계로 오전에 있은 화이트 와인의 시음 결과가 먼저 나오자 현장에 있던 시음 위원들과 참석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11명의 시음자 중 9명은 프랑스인 와인전문가로 업계에서도 위상이 높은 사람들이어서 충격은 더욱 컸다. 그들 중에는 보르도 일등급 와인 생산자 조합인 UGC의 사무총장, 프랑스 최고의 와인전문지의 편집장, 세계적인 와인 비평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출처 : naracellar  ⓒ 데일리경제

1위를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 1973이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와인이 2위, 5위를 차지하였지만 다시 3위와 4위는 캘리포니아 와인이 차지하여 1위를 비롯한 상위 5위를 캘리포니아 와인이 가져갔다. 한 와인잡지의 편집장은 자신의 채점표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시음 전까지 미국 와인이 프랑스 와인의 적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프랑스인 시음자들은 화이트 와인의 결과가 의외로 나오자 오후의 레드 와인 시음에서는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바짝 기장하면서 심사에 임했다. 하지만 레드 와인의 결과가 발표되자 충격은 배가 된다. 레드 와인의 1위도 캘리포니아 와인인 Stag’s Leap Wine Cellar 1973이 차지한 것이다.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통로칠드 1970이 2등을 차지하여 간신히 체면을 지켰고 그 외 5위도 미국이 가져갔다. 그러나 자존심을 상한 프랑스 측은 와인이 아직 덜 숙성되어 프랑스 와인의 진가가 발휘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때의 극적인 이야기는 후에 ‘Bottle Shock(우리나라에는 ‘와인 미러클’로 소개됨)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다. 10년이 흐른 후인 1986년에 다시 한번 동일한 와인으로 시음회가 있었지만 이번에도 1위에서 5위를 모두 미국 와인이 차지했다.

출처 : sfgate  ⓒ 데일리경제

그리고 30년이 흐른2006년, 제2의 파리의 심판으로 불린 시음회가 동일한 와인으로 다시 열린다. 덜 숙성된 와인으로 프랑스 와인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프랑스의 주장을 반영한 행사였다. 하지만 이 때의 결과는 더욱 처참했다. 미국 와인이 역시 1위에서 5위까지를 휩쓸어 프랑스가 더 이상 반박할 수 있는 여지를 아예 없애 버렸다. 프랑스 언론은 이날을 ‘치욕의 날’이라 불렀다. 대신 1976년 대결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의 와인은 나중에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선정한 ‘미국을 만든 101가지 물건들’에 선정된다.
     

어떤 분야이든 신화는 심판을 통해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하지만 프로는 정당한 심판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명성은 정당한 심판을 통해서 새로이 생기거나 더욱 공고해진다. 끝.

 


[목요기획]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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