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여성 지도자들의 코로나19 대응과 함의..'여성 지도자에 대한 진지한 평가 필요'
주목받는 여성 지도자들의 코로나19 대응과 함의..'여성 지도자에 대한 진지한 평가 필요'
  • 박찬진 전 대사
  • 승인 2020.05.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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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감염 확산을 최대한 차단키 위해 세계 각국은 사람들의 이동, 사회적 접촉을 제한하는 등의 봉쇄조치를 시행해 왔는데, 이런 규제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건 물론, 경제의 정상적 운영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없는 상태에서 전문가들은 올 가을 또는 겨울 무렵의 2차 파동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감염 확진자와 코로나 사망자 증가율 면에서 감염 상황이 일단 주춤하는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면서, 각국 정부들은 봉쇄 조치들을 순차적으로 완화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얼마 전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 CNN 등 해외언론들은 코로나 상황 통제에 성공한 나라 또는 지역들 중 유별나게 여성 정부수반들이 많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들을 특별히 조명하는 보도를 하였다. WP는 코로나 대응을 잘하는 여성 정부수반의 예로서 카리브해 네덜란드령(領) 섬나라 신트 마르틴의 실베리아 야콥스 총리를 들기까지 하였다.

특히 독일의 제2공영방송 ZDF는 4월 27일 보다 상세하게 여성이 정부수반인 나라 또는 지역의 성공 사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연방총리는 정직함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감(共感) 있는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상황의 심각성을 호소, 국민들이 스스로 정부의 강력한 행동 제재(lockdown) 조치에 순응토록 했다. 그 결과, 독일은 코로나 상황과 관련, 안전과 안정성 면에서 유럽에서는 1위, 세계적으로는 2위의 국가로 평가 받고 있다.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코로나 상황 초기인 금년 1월에 이미 의료보험증을 제시하는 사람 모두에게 마스크를 1주일에 9개 씩 배포토록 하였고, 대만 전역 각 요소에서 살균제를 구비토록 하고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토록 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가운데, 코로나 상황을 통제하게 되었는데, 국제사회에서 대만은 코로나 방역의 모범생으로 칭송된다.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광범한 감염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외출통제, 국경통제 등 규제 초치를 철저히 시행하면서 감염자 숫자 최소화에 주력 하였다. 이러한 조치를 취하면서 국민을 보듬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필수 근로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이동이 통제되던 부활절 기간에 그녀가 어린이들에게 보낸 “부활절 토끼(Easter Bunny)는 필수 활동자다”라는 언명은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아던 총리는 얼마 전 코로나 전쟁에서의 승리를 선언하였다.

핀란드의 34세의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인 산나 마린(Sanna Marin)은 ‘영향력 있는 사회 미디어 활동가들’(Social Media Influencers)을 적극 활용, 사실에 입각한 코로나 정보를 국민들에게 속속들이 전파하는 방법 등으로 코로나 통제에 성공했다.

그 밖에 아이슬란드의 카트린 야콥스도티르(Katrin Jakobsdattir) 총리, 노르웨이의 에르나 솔베르그(Erna Solberg) 총리와 덴마크의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 총리도 위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ZDF는 이들 여성 정부수반들의 공통점으로 첫째, 조용한 가운데, 둘째, 사실 관계에 입각해서, 셋째. 국민에 대해 공감(empathy)을 가진, 호소력 있는 소통으로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태도를 들었다. 이들 여성 지도자들의 연령은 60대 중반에서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하고, 정치이념 성향은 보수, 진보 등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이다.

한편 ZDF는 코로나 대응 면에서 이들 여성 정부수반들과 대조되는 남성 정부수반들로 트럼프(D. Trump)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 영국 총리,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Messias Bolsonaro) 대통령을 들었는데, 이들은 하나 같이 코로나 위기를 과소평가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의 연령은 각기 70대 중반(Trump), 60대 중반(Bolsonaro), 50대 중반(Johnson)인데, 모두가 보수 성향의 포퓰리스트(populist)로 평가되는 공통점이 있다.

ZDF는 ‘여성 정부수반이 코로나와 같은 위기 대응에 있어서 남성 정부수반보다 더 나은 것인가?’하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코로나 통제에 성공한 나라 또는 지역들 중 여성 지도자들이 과비례적으로 많다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여성 지도자가 남성 지도자보다 더 낫다는 점을 은근히 시사하였다.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독일인 중 어떤 이는 ‘여성 특유의 모성 본능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견을 말하고, 어떤 이는 ‘서유럽사회에서도 남성우위가 아직도 상존하는데, 그럼에도 불구 최고위직까지 오른 여성이라면 능력이 탁월해서 인데, 바로 그 때문’이라는 능력론을 펼치기도 했다.

과연 코로나 위기 같은 상황에서는 여성 지도자들이 실제로 남성 지도자들보다 더 나은 것인가? 해외언론들이 성공사례로 든 여성이 정부수반인 나라, 지역들이 만약에 남성을 정부수반으로 택했다면, 성공적 대응이 없었을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해당 나라, 지역들은 의료인력, 시설, 장비, 제도 등 의료 인프라 면에서 양호하고, 집단적 사고(collective way of thinking) 면에서 합리적인 편에 속하는 나라, 지역들이기에 남성이 정부수반이었더라도 대체로 성공적 대응을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ZDF 보도에서 예로 나온 미국, 영국, 브라질과 유럽에서 코로나 상황으로 특히 곤욕을 치룬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에 남성 정부수반 대신 여성 정부수반이 있었더라면, 상황이 훨씬 나았을까? 꼭 그렇게 되리라고 보장할 수는 없다. 여건상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남성이 정부수반으로 있으면서 성공적 대응을 한 것으로 평가되는 나라들로 한국, 베트남 등이 있다. 싱가포르 역시 다소 빠른 규제 해제 조치로 2차 파동이 오기 전까지는 성공적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물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같은 위기 상황에서 여성 정부수반들이 여성 특유의 본성 내지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모성, 공감 능력, 감수성 등을 십분 발휘, 위기 통제 과정에 있어서 장기로 활용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이에 반해, 일부 남성 정부수반들은 사실과 과학에 기초하지 않는 언명으로 문제를 확대시키곤 했다.

결론적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같은 과거에 경험 못했던 위기 상황에서는 남성, 여성을 막론하고 정부 지도자들에게 아래와 같은 태도가 요망된다 하겠다. 이를 나누어 생각해 보면, 첫째, 과학적 지식, 사실에 바탕을 둔 합리적 자세로 대응하며, 둘째,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실질적으로 상황 통제에 효과적인 조치들을 취하고, 셋째, 투명성, 공개성, 정직성 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대응하는 한편, 넷째, 국민들을 보듬는 자세로 공감을 갖고 국민들과 소통하며 자만심(hubris)을 배제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에서 평가해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출신 행정가로서 메르스 사태 등도 경험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여성 특유의 본성과 장점을 잘 활용, 나름의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여성 지도자의 장점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보며 이러한 관점에서 앞으로 여성 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칼럼은 필자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찬진 대사는 외교부 서유럽1과장, 주이라크 공사, 주레바논 대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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