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 문학상 수상자, 고영민 시인 '봄의정치' 선정
천상병 시 문학상 수상자, 고영민 시인 '봄의정치' 선정
  • 최세영 기자
  • 승인 2020.03.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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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민 시인
고영민 시인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3월초 천상병시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고형렬·시인)를 열어 ‘제22회 천상병詩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고영민(50)을 선정했다. 수상작은 시집 『봄의 정치』(창비2019)다.

천상병시상심사위원회는 2019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출간된 시집 가운데 데뷔 10년 이상된 시인을 대상으로 역대 천상병시상 수상자를 비롯해 추천위원들의 추천을 통해 모두 20여 권의 시집을 추천하였다. 1차 예심을 통해 다수 추천을 받은 6권의 시집으로 압축하였고, 3월초 본상 심사위원회를 열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 끝에 고영민 시인의 『봄의 정치』를 최종 선정하였다.

고영민 시인의 작품은 시인 특유의 사물에 대한 겸허하고 곡진한 마음으로 ‘온기(溫氣)’를 불어넣으며 평범한 일상을 비 일상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인간과 사물 그리고 자연에 대한 불경(不敬)의 태도가 미만한 시절에 고영민 시의 미덕이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표제작 「봄의 정치」에서 “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노래하고, “손을 빌려준다/ 따뜻한 피가 도는”(「조약돌」)라는 표현에서 시인의 시적 지향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은유적 상상력의 만개(滿開)가 유감없이 발휘된다는 것도 중요한 시적 특징이다.

시인은 『봄의 정치』에서 ‘죽음’과 ‘상실’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다룬다. 특히 어머니(아버지)의 부재(不在)를 다루는 시의 행간에는 그리움의 정동과 더불어 자기 앞의 인생을 ‘산다는 것’에 대한 깊은 사유의 힘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부재를 다룬 시들, 예를 들어 「망(望)」 「만두꽃」 「입속의 물고기」 「톱밥 꽃게」 같은 시들이 그러하다. 예를 들어 “톱밥 속의 꽃게”의 모습에서 “톱밥 속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배 속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암이 아닌/ 알일까”(「톱밥 꽃게」)라고 읊조리는 시의 행간을 보라. 이런 태도는 「철심」에서 “영영 타지 않고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시적 태도와도 잘 통한다.

시의 언어가 절제되어 있고, 시행 또한 간소하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시적 특징은 언어를 최대한 ‘가난하게’ 구사했던 천상병 시의 시정신과도 잘 부합한다. 고영민 시인이 “가난은 나의 삶 자체”(「가난의 증명」)라는 시적 스탠스를 잊지 않으며, “구수한 불 냄새”(「불 냄새」)나는 “촌놈” 시인으로서 사물의 근본을 생각하게 하는 시를 쓰고 있다는 점에서 3명의 심의위원들은 전원일치로 천상병시상 수상자로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고영민 시인은 196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2002년 『문학사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가 있다. 지리산문학상, 박재삼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천상병예술제가 취소되어 제22회 천상병詩문학상 시상식은 따로 열리지 않으며 별도의 자리에서 상패를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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