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디자이너 허일무의 리더십체인지] 리더십의 시작은 정명(正名)이다
[변화디자이너 허일무의 리더십체인지] 리더십의 시작은 정명(正名)이다
  • 허일무 박사
  • 승인 2019.10.26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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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과 구소련이 우주 패권을 놓고 다툴 때 NASA에서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에 선발되어 근무했던 세 명의 흑인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세 명의 주인공은 온갖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수학천재 캐서린 존슨, NASA 흑인여성의 리더역할을 하는 프로그래머 도로시본 그리고 NASA 최초의 흑인여성 엔지니어를 꿈꾸는 메리잭슨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출처: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핵심 주인공은 캐서린 존슨이다. 특히 캐서린 존슨의 상사인 폴 스태포드라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은 그 당시 미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의 잘 못된 리더십이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캐서린 존슨은 흑인여성 최초로 NASA우주임무그룹에 전산원으로 발령을 받는다. NASA우주임무그룹의 총 책임자인 알 해리슨은 폴 스태포드에게 수학에 천재성을 갖고 있는 캐서린 존슨에게 도움을 받아 궤도 계산을 점검받고 도움을 받으라고 지시한다. 하지만 폴 스태포드는 혼자 해도 된다며 거절한다. 흑인이며 여성인 그녀에게 자신이 계산한 결과를 점검 받는 것도 그리고 그녀에게 일을 주는 것도 탐탁지 않다. 폴 스태포드는 캐서린 존슨에게 계산을 점검하는 일을 지시하면서 중요한 부분은 볼 수 없게 가리고 보이는 데만 하라고 지시한다. “뭐가 보여야 일을 하죠, 숫자가 안보여요”라는 캐서린 존슨의 불만 섞인 얘기에 “확인하는 시늉이나 해요”라며 무시한다. 하지만 캐서린 존슨은 서류를 전등에 비춰가며 굵은 펜으로 가린 글자와 숫자를 확인하며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낸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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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일을 하는데 어렵게 만드는 것은 가려진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쉴 틈없이 주어지는 계산업무를 해내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800미터나 떨어진 유색인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고 사무실에 있는 공용 커피포트를 이용할 수도 없다. 수시로 변경되는 정보 때문에 계산에 어려움을 느껴 정보를 사전에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폴 스태포드는 어쩔 수 없다며 일을 못하겠으면 다른 사람을 찾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이런 것보다 그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그녀를 대하는 동료들의 고압적인 태도와 무례함과 갑질이다. 결국 캐서린 존슨은 폴 스태포드에게 변경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펜타곤 브리핑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폴 스태포드는 규정상 여성은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이런 어려움속에서도 캐서린 존슨은 자신이 단순히 주어진 궤도계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데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폴 스태포드가 캐서린 존슨을 대하는 태도는 진정한 리더십의 역할이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공자와 그의 제자 자로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오르게 한다.
자로(子路) : “스승님에게 정치를 맡긴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공자(孔子) : “이름을 바로 잡겠다(正名)”

여기서 정명(정명)은 이름을 바로 잡는다는 의미이다. 이름은 한 사람에 붙여진 고유명사로서의 이름이라기보다는 한 사람에게 주어진 사회적 지위와 신분 그리고 사회적 관계속에서 드러내 주는 호칭을 말한다. 공자는 사회적 호칭의 올바른 사용과 확립을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다”로 표현했다. 군주가 군주답다는 것은 군주로 불리는 자가 군주라는 이름에 맞게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고 아비가 아비답다는 것은 아비로 불리는 자가 부모 자식관계에서 요구되는 아비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는 것이다. 조직으로 말하자면 대리, 과장, 파트장, 팀장, 본부장 같은 직급과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상하 관계속에서 조직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기대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결국 정명이란 그 역할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 역할에 맞는 ‘다움’ 또는 ‘정체성’을 갖는 것이다.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루시어는 리더십을 “리더와 추종자들이 변화를 통해 조직목표를 달성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이런 리더십 관점에서 보면 캐서린 존슨과 폴 스태포드 중 누가 진정한 리더인가? 캐서린 존슨은 전산원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기대이상으로 수행할 뿐만 아니라 NASA 우주임무그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폴 스태포드에게 기존의 관습과 관행, 제도를 뛰어 넘는 제안을 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결국 캐서린 존슨의 성실성과 집요함은 알 해리슨 부장이 NASA내 유색인 화장실을 없애고 금기 시 되었던 펜타곤 보고회의에 여성인 캐서린 존슨을 참석하게 만드는 변화를 만들었다. 반면 폴 스태포드는 팀장이라는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 기존의 관행과 제도 그리고 관습에 얽매여 조직목표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며 오히려 캐서린 존슨의 동기와 열정을 깎아 내리며 비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것은 단지 폴 스태포드만의 모습은 아니다. 실제로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상사의 리더십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보면 직원들의 동기와 열정 그리고 몰입을 떨어뜨리는 폴 스태포드 같은 상사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인식하는 못하는 것을 역할모호성이라고 말한다.

리더십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것에 대한 답은 킴 스콧이 저서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에서 ‘상사는 하나의 역할이지 가치판단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했던 말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리더십은 조직의 목표를 기반으로 구성원들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효과적인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지위는 직원들의 인간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는 의미이며 권한은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결국 알 해리슨은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폴 스태포드를 불러 다음과 같이 피드백을 제공한다. “자네 일이 뭔지 아나? 천재들 사이에서 천재를 찾아서 팀을 이끄는 거지 함께 오르지 않으면 정상엔 못 올라가”

폴 스태포드는 알 해리슨의 얘기를 듣고 자신의 역할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제대로 찾아가기 시작한다. 즉 정명(正名)을 실천한다. 그 뒤로 캐서린 존슨은 좀 더 열심히 자신의 일에 몰입하여 NASA의 우주비행 궤도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끄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게 된다.

리더십은 지위가 아니다. 리더십은 구성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역할일 뿐이다.

변화디자이너 허일무 박사

■경력

∙ (현)HIM변화디자인연구소 대표/경영학박사

∙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 장안대학교 외래교수
∙ 엑스퍼트컨설팅 전임교수

∙ IGM, 한국생산성본부 겸임교수

∙ 삼성에스원 지사장

∙ 변화디자이너(특허청 서비스표 등록 제41335267호)’
 

■주요활동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LG, SK를 비롯한 국내 기업 및 다양한 공공기관과 방송에서 리더십, 변화관리와 관련하여 인사이트가 있는 강의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노와이,2017》, 《차이를 만드는 습관, 2015》, 《습관다이어리 365+1,2015》, 《체인지웨이,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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