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억대 횡령 배임 혐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국가경제 기여할 기회 주길"
백억대 횡령 배임 혐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국가경제 기여할 기회 주길"
  • 이영근 기자
  • 승인 2019.06.1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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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191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16억여원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51)이 법정에서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며 재판부에 전향적인 판결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 심리로 1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회장은 "저로 인해 많은 임직원이 고생하고 있고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 같아 한탄스럽고 괴롭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2013년 7월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의 상장무산으로 외국투자자의 풋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지분 재매수 부담을 안게 되자, 그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GE로부터 자신의 주식가치를 11배 부풀려 환급받아 약 17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우수한 인재와 영업망을 갖춘 HIS를 필두로 효성그룹에서 IT사업의 꽃을 피우려고 했다"며 "하지만 히타치가 거대기업을 판매채널로 활용해 HIS가 일개 대리점으로 전락했고, 히타치가 HIS에 제품 공급을 중단하면 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누군가가 HIS 임직원들을 다잡고 독려하면서 변화를 추구해야만 했고, 저희 형제들 중에서 IT사업과 HIS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동생의 비서가 '제가 HIS와 효성그룹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는 것을 들으며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서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대외 여건은 더 안 좋아지고 있는데, 효성을 상대로 한 각종 송사로 임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고, 모두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지난 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선배들과 임직원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효성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고, 투명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며 "또 회사 경영에 저명한 인사들의 고견을 참고하기 위해 한 분 한 분 직접 찾아가 설득해 사외이사로 모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주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인도, 베트남, 중동 등 신흥시장의 경우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에 더욱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며 "인도시장의 경우, 지난해 총리와 재무장관을 만나 경제협력을 이뤄내긴 했지만, 계속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추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등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은 제 부덕의 소치이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며 "다만 후회 없는 정도경영을 통해 회사를 키워, 미력하나마 가정과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간청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저와 함께 재판을 받는 분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한 사람들이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성실히 직장생활을 한 제 동료들"이라며 "저로 인해 이분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뿐인데, 최대한의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검찰은 조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 회장 개인의 이익만을 중심으로 회사가 움직이고 조 회장 개인 이익을 대신 분담하거나 조 회장 개인 이익에 맞도록 하는 경영활동 과정에서 관련회사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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