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단체 "툭 하면 작업정지…제도 손질 필요"
경제 4단체 "툭 하면 작업정지…제도 손질 필요"
  • 이영근 기자
  • 승인 2019.06.0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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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가 내년 1월 개정이 예정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등)에 구체적인 작업중지 명령요건 반영 등 제도 손질을 주문했다.

올해 초 작업중지 명령의 근거규정을 담은 산업안전법이 시행되긴 했으나 이에 필요한 구체적인 요건이 없어 무분별한 중지 명령 등 관행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산업안전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하청업체는 물론 이들이 고용한 재하청 업체 안전보건까지 원청이 무한 책임져야 한다고 해석될 수 있어 과도한 부담전가는 물론 이에 따른 분쟁 발생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경제 4단체는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 관련 수정 의견을 고용노동부에 3일 공동으로 전달했다.

경총은 고용부가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작업중지 명령을 남발해 사업장 혼란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사고재발 가능성 등을 면밀히 따지기보다 행정상 편의, 면피를 위해 작업중지 명령이 이뤄지며 관련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을 고려해 작업중지 명령의 근거규정을 담은 산업안전법 개정안을 올해 초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을 목표로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경제 4단체는 현재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산업안전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작업중지 명령의 구체적인 요건을 담지 않으면 법 개정의 실효성이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산업안전법 개정안은 급박한 위험,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며 "그런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이 규정되지 않아 감독관의 자의적인 작업중지 명령 관행이 계속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제 4단체는 시행규칙 개정안 70조에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장의 안전시설의 미비로 즉각 위험 제거가 불가능한 경우 △사업주 긴급 조치에도 위험을 제거하지 못한 경우 △중대재해가 발생한 시설 장비 등을 사업주가 즉시 개선하기 어려운 경우 △중대재해 발생 후 사업주가 위험을 제거하지 않은 경우 등 구체적인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작업중지 명령의 절차가 법적으로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행정편의에 치우친 제도라고 설명했다. 

시행규칙 개정안 제70조에 감독관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기 전 사업주로부터 중대재해와 관련된 개선조치 관련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현장 상황에 맞춘 적절한 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시행규칙 개정안 제71조에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를 요청하는 경우 감독관이 현장을 즉시 확인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특별한 위험이 없어도 작업중지 해제 결정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 4단체는 특히 산업안전법 시행령 개정안으로 도급인 즉 원청이 져야할 안전보건책임이 무한 확장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시행령 개정안 제11조에는 붕괴우려, 난간 및 비계 설치, 리프트 운행, 지반굴착 및 발파, 추락위험, 감전위험이 있는 22개 장소에 한해 도급인이 사업장 밖 관계수급인 근로자 안전보건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계수급인 근로자란 도급인 즉 원청의 하청업체를 말한다. 하청업체가 다시 고용한 재하청 업체 근로자도 책임대상에 포함된다.

경총은 원청이 하청은 물론 재하청 근로자의 안전보건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는 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 삼은 부분은 책임범위다. 도급인이 책임져야할 22개 장소만 규정하면서 하청은 물론 재하청의 안전보건 책임까지 상황 등 여건에 상관없이 원청이 모두 부담하면 '무한책임'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경제계 입장이다.

경제 4단체는 과도한 부담전가와 이에 따른 분쟁을 예방하려면 시행령 개정안 11조에 △원청의 하청업차가 고용한 재하청 근로자에게 도급인이 시설, 장부, 부지 등을 제공한 경우 △원청이 재하청 근로자에게 작업 장소를 직접 지시한 경우 △재하청 근로자 작업을 원청이 관리한 경우 등 명확한 책임관계를 따질 수 있는 조건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외에도 도급인 사업장에 일시·간헐적으로 출입하는 관계수급인 또는 수급인과는 2, 3개월마다 실시하는 합동안전보건점검이나 안전보건협의체 구성·운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에 대한 예외규정 마련 등 하위법령 개정안 곳곳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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