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댐 붕괴, 조사결과 '사실상 인재(人災)' 결론
라오스댐 붕괴, 조사결과 '사실상 인재(人災)' 결론
  • 정미숙 기자
  • 승인 2019.05.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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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라오스에서 발생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 사고 원인에 대해 라오스 정부의 발표와 시공사인 SK건설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책임 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라오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오스 정부는 전날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 붕괴 사고에 대한 독립 전문가 위원회(IEP) 조사결과,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을 자연재해가 아닌 사실상 인재(人災)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IEP는 댐이 붕괴되기 전날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붕괴가 시작됐을 때에도 댐 수위가 최고 수위보다 낮았다며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그동안 집중호우로 인해 댐이 범람하면서 유실됐다고 했던 SK건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IEP는 보조댐 기초 지반에서 발생한 '누수'를 사고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기초 지반에 투수성이 높고 침식이 용이한 토사층이 존재했는데, 이 토사층에 작은 물길이 형성(파이핑 현상)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댐에 물이 채워지는 과정에서 기초 지반에 생긴 작은 물길로 누수가 발생해 지반이 침식했으며, 보조댐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원호파괴(Deep Rotational Sliding) 형태로 전체 붕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IEP는 그러면서 "적절한 조처로 막을 수 있었던 붕괴사고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IEP는 스위스와 모로코, 캐나다 국적의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 소속 박사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3차례에 걸친 현장 조사와 지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SK건설은 IEP의 조사 결과에 대해 즉각 입장문을 내고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결여됐으며, 경험적인 추론에 불과해 동의할 수 없다"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SK건설은 IEP가 주장한 바와 같이 누수에 의한 원호파괴가 발생한 것이라면, 사고 전 보조댐 하단부에 대량의 토사 유출이 목격돼야 했는데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또 IEP가 자체적으로 자신들이 지정한 위치, 방법론, 제3의 분석기관을 통해 토질 분석을 해 객관적이지 못하며, IEP 조차도 파이핑 현상을 데이터로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IEP가 파이핑 현상을 사고원인으로 판단하면서 세계대형댐위원회의 관련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삼았다.

SK건설은 "이번 조사에 옵서버로 참여한 한국 정부조사단과 세계 유수의 엔지니어링 업체들도 IEP가 밝힌 사고원인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옵서버로 참여한 기관들은 IEP와는 달리 과거 화산활동과 보조댐 하류에서 발생했던 산사태 흔적 등에 주목해, 대규모 평면파괴(Land Sliding)를 사고 원인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각변동 등에 따른 자연재해를 원인으로 지적한 것이다.

라오스 정부와 SK건설이 이와 같이 대립한 것은 붕괴 원인에 따라 피해 보상의 주체와 범위 등이 달라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건설로서는 회사 이미지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7월 발생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의 보조댐 붕괴 사고로 당시 40명이 죽고 6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SK건설은 한국의 서부발전, 태국 전력회사, 라오스 현지 기업 등과 합작법인 'PNPC'를 꾸려 해당 공사에 참여해왔으며, 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SK건설은 붕괴 사고의 원인 조사와 검증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진행될 수 있도록 라오스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SK건설 관계자는 "심층적이고 추가적인 검증을 통해 모든 전문가가 동의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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