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두산 박정원 4세대 총수 등극…과제는 '미래준비'
LG 구광모, 두산 박정원 4세대 총수 등극…과제는 '미래준비'
  • 안세홍 기자
  • 승인 2019.05.15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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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한진, 두산의 동일인(총수)이 40~50대로 변경되며 재계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 롯데에 이어 올해도 이들 3개 대기업집단의 총수가 바뀌면서 재계가 한층 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기존 동일인 별세로 이를 변경해야 할 중대 명백한 사유가 발생한 LG, 한진, 두산 등 3개 대기업집단의 총수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는 지난해 5월 타계한 고(故) 구본무 회장에서 구광모 회장(41)으로, 한진은 지난 4월 미국에서 숨을 거둔 조양호 회장에서 조원태 회장(44)으로 각각 총수가 변경됐다. 두산은 3월 타계한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박정원(57) 회장이 새 총수로 지정됐다.

전통적으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LG그룹의 구광모 회장은 원래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이 2004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들이며 일찌감치 LG그룹의 후계자로 낙점 받았고, 지난해 6월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총수에 올랐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 주주기도 하다.

LG그룹은 예상된 수순이었던 만큼 이번 총수 지정으로 특별히 달라질 건 없다는 입장이다.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배터리, 전장 등의 사업 분야에서 '미래준비'를 착실히 해나갈 계획이다.

재계 일각에는 구본무 회장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그룹 경영을 사실상 총괄했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이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 분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새 총수가 선임되면, 선대회장의 형제들은 독립하는 전통을 보여 왔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에 이어 ㈜LG의 2대주주(지분율 7.72%)이다. 재계에서는 구본준 부회장이 ㈜LG의 지분을 매각한 대금으로 LG상사 지분을 사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진은 조원태 회장이 새 총수로 지정됐지만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안요소가 이번 총수지정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매년 5월1일 공시대상 대기업집단과 총수를 발표했지만, 한진이 조양호 회장에 이은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쉽게 정하지 못해 자료 제출이 늦어지면서 올해 발표는 보름이나 늦어졌다.

한진은 조양호 회장 별세 보름여 만인 지난달 24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했다고 발표했지만, 회사 내부 일각에서는 공동 대표이사로만 선임했을 뿐 회장으로 선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2.34%로 극히 낮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지분율이 2.31%,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 지분율이 각각 2.30%로 지분율 차이가 0.03%포인트, 0.04%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조원태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을 상속받아야 하는데, 65%에 달하는 상속세가 부담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2016년 3월 회장 취임 3년 만에 정부로부터 총수로 공식 인정받았다. 두산그룹은 2대 박두병 회장에 이어 그의 장남인 고 박용곤 명예회장, 고 박용오(차남), 박용성(셋째), 박용현(넷째), 박용만(다섯째) 등 형제들이 차례로 회장을 맡는 독특한 경영 방식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최근까지도 박용곤 명예회장이 두산그룹 총수 일가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좌장으로서 실제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박정원 회장의 총수 지정으로 두산그룹은 향후 연료전지, 협동로봇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호아시아나와 코오롱은 최근 박삼구 회장과 이웅열 회장이 각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총수 지위를 유지했다. 두 회사가 동일인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고, 지분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이 동일인 지위를 유지했다.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49)이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는 등 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5.33%)와 현대모비스(6.96%)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등 경영승계 작업은 아직 진행형이다.

효성도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어 아들 조현준 회장(51)이 총수로 인정받을지 관심을 모았지만 조석래 명예회장이 총수 지위를 유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공정위는 건강상 총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삼성그룹의 총수를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51)으로, 롯데그룹은 신격호 명예회장에서 신동빈 회장(64)으로 각각 변경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총수 지위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40~50대, 3~4세대 경영인이 전면에 나서면서 재계가 한층 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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