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대란' KT아현지사 화재, '원인불명' 내사종결
'통신대란' KT아현지사 화재, '원인불명' 내사종결
  • 이형석 기자
  • 승인 2019.04.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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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통신대란'을 불러온 KT 아현지사 화재에 대해 5개월 간 내사를 벌여온 경찰이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내사를 종결한다. 현장이 상당부분 훼손돼 검증 가능한 화재원인을 밝힐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내사를 진행한 결과, "화재가 10시간가량 이어져 통신구내부가 심하게 불에 타 없어진 탓에 구체적 발화지점을 한정하지 못함에 따라 과학적으로 검증가능한 발화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방화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폐쇄회로(CC)TV 상 출입자가 통신구 내에 출입한 사실이 없고 간이유증검사, 연소잔류물에 대한 인화성물질 확인시험 결과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했을 때 방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재 당일 통신구 내 작업이나 작업자가 없었던 점, 화재현장에서 담배꽁초 등 발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사람에 의한 실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고 기타 원인에 의한 실화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여 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통신구 112m구간 중 약 79m가 불에 탔다. 

서울 중구·마포·서대문구로 통하는 유무선 케이블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 묶음에 불이 붙으면서 KT추산 489억원의 피해가 났으며, 서울 서부지역 일대 통신과 금융이 일시에 마비되는 '통신대란'이 빚어졌다. 

◇수사전담반 꾸리고 5개월 내사 벌였지만 '빈손'…"발화원인·지점 한정 어렵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13명 규모의 수사전담반을 꾸리고 발화원인에 대해 내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한전,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참여 하에 화재현장조사 3회, 합동회의를 2회 실시했다. 현장 수색 및 간이유증검사에서 발화물질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전기설비와 연소잔류물에 대한 '인화성물질 확인시험'에서도 유기용제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화재 현장 통신구는 맨홀지점 주변고 집수정 방향 주연소 지점의 끝부분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과수는 "통신구 내부의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통신구의 심한 연소변형으로 구체적인 발화지점 한정 및 발화원인 논단은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다.  

경찰은 최초목격자이자 신고자 A씨(57)를 비롯해,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 관리자 등 25명에 대해 참고인조사도 진행했다. 참고인조사에서 화재 발생 당일인 지하 1층 통신구 내 작업이나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생 피해 컸는데 점검 대상에서는 전부 빠져있어…제도개선 건의

경찰은 관련 법규 검토를 진행하고, 내사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건의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는 소방기본법상 특별소방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법적용 대상 지하구는 폭 1.8m이상, 높이 2m이상, 길이 500m이상이어야 하는데 KT아현지사 지하통신구는 폭 2m, 넓이 2.3m, 길이 112m로 길이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통신구는 통신선만 매설된 지하구로, 전기·가스 등과 공동수용된 것이 아니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공동구 관리자의 안전점검 대상에서도 빠졌다. 

KT아현지사는 지난 2015년 원효지사와 통합돼 감독 행정관청의 관리를 받아야할 C등급 시설이 됐으나, 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D등급으로 자체관리한 사실이 내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에 대해 KT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현재 C등급으로 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법규위반에 대한 시정조치가 완료됐기 때문에 내사를 종결한다"면서도, "법상 관리등급의 범위에 구애됨이 없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통신시설임을 감안해 통신구 내 스프링쿨러 설치 등 재난대비시설 보완 및 CCTV 설치 등 시설보안 강화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기준을 변경할 때 감독 행정관청에 즉시 보고하는 등 적시성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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