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영리한 M&A'…SKT, 0원으로 티브로드 품었다
박정호의 '영리한 M&A'…SKT, 0원으로 티브로드 품었다
  • 이형석 기자
  • 승인 2019.04.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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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사실상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가입자 315만명을 보유한 케이블TV업계 2위 업체 티브로드를 품에 안았다. 

SK텔레콤은 26일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태광산업의 자회사 티브로드를 합병하기 위한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인수합병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SK텔레콤이 태광산업과 '지분교환' 방식을 통해 실질적인 비용지불 없이 티브로드 인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SK텔레콤과 태광산업은 외부 회계법인의 기업가치 평가를 통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비율을 75:25로 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는 5조원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가 3조5000억원, 티브로드의 가치는 1조5000억원이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합병비율을 감안하면 4000억원 가량이 필요했다. 자금마련을 위해 SK텔레콤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래에셋대우가 FI로 참여해 4000억원을 투자했고 이를통해 태광산업 이외 주주들이 보유한 티브로드 지분을 매각하도록 한 것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사실상 투입한 자금이 없는 딜을 성사시킨 셈이다.  

이에따라 합병법인의 지분 구조는 SK텔레콤이 74.4%, 태광산업이 16.8%, 재무적투자자(FI)가 8%, 자사주 및 기타가 0.8%다. 합병법인의 1대주주는 SK텔레콤, 2대주주는 태광산업이다.

기존에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티브로드와 합병하면서 '통합 법인' 지분의 74.4%를 보유한 대주주 위치를 차지했다. 기업가치로 환산하면 약 3조7200억원으로 기존 SK브로드밴드를 보유했을 때보다 지분율은 낮아져도 보유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셈이다. 

태광산업 역시 기존 티브로드 보유보다 통합 법인의 2대 주주로 16.8% 지분을 보유하면서 안정적인 배당을 받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유료방송산업 자체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티브로드가 현재 케이블TV업계 2위라고는 하지만 인터넷멀티미디어TV(IPTV)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가입자 수는 물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마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가 국내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과거 케이블TV 플랫폼 만으로는 경쟁이 쉽지 않고 과감한 콘텐츠 투자가 절실했다. 그렇다고 기업문화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태광산업이 불확실한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단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미디어 사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태광산업을 설득해 티브로드를 인수하고 전략적으로 투자해 미디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윈-윈' 전략을 제시했고 이를 태광산업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박정호 사장과 SK텔레콤은 이미 많은 인수합병 경험이 있다"면서 "티브로드 인수합병은 양측이 모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실익을 거둔 것이기 때문에 SK텔레콤 인수합병 전략의 집합체라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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