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 중국 매각 우려…SK하이닉스, 옛 식구 인수하나
매그나칩, 중국 매각 우려…SK하이닉스, 옛 식구 인수하나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9.04.23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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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과거 한 식구였던 '매그나칩 반도체'의 주력사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 인수를 검토 중이다. 지난 2004년 하이닉스가 씨티벤처캐피탈에 1조원에 매각한 회사가 현재의 '매그나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는 15년만에 SK하이닉스 측에 파운드리사업을 '인수해 달라'는 공식 러브콜을 보냈다. 매그나칩은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전신)로 흡수된 LG반도체 일부 사업부가 전신이다. SK하이닉스가 매그나칩의 인수제의를 받아들이면 SK하이닉스는 15년만에 옛 식구들을 다시 품게 된다. 매물로 나온 파운드리 사업은 매그나칩 전체 사업의 4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SK하이닉스의 공식입장은 "인수를 검토 중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도다. 과거에도 인수 검토가 있었지만 고용 승계문제를 넘지 못했기에 더욱 신중한 입장이다. 

매각 주간사인 JP모간은 인수 후보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후보로는 SK하이닉스와 함께 중국 지안광애셋매니지먼트, 중국 SMIC 등이 거론되고 있다. 주가와 사업 비중 등을 감안할 때 인수가는 2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이 미미하기 때문에 매그나칩 인수로 파운드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하이닉스는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의존도를 낮추고 메모리보다 시장이 2배 이상 큰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등)를 키우려 했지만 매번 여력이 되지 않았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업체에 팔릴 경우 국내 반도체 설비와 특허, 기술, 인력 등이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위기론'도 하이닉스 인수에 힘을 싣는다. 앞서 매그나칩은 지난 2016년에도 중국 SMIC에 파운드리 라인을 매각하려다 철회한 바 있다.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나선 것도 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주력 공정 기술들은 대부분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거액을 제시하는 중국으로의 기술 및 인력유출 위협에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긴장감이 높다. 업계에서는 중국 국영 투자 업체 지안광애셋매니지먼트 등이 매그나칩 인수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그나칩은 반도체의 설계와 파운드리 등을 모두 영위하는 종합 반도체 업체(IDM)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모체인 LG반도체를 기준으로 하면 30여년의 반도체 기술력이 축적돼 있다. 브리게이드캐피털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79.41%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청주와 구미에 팹과 연구시설 등을 두고 국내에서 25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매그나칩 청주 팹은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사업의 새 출발을 위해 분사한 파운드리 전문회사 'SK하이닉스 시스템IC'의 청주 M8 공장과 인접해있다. 청주는 현재 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생산거점으로, 매그나칩 인수시 파운드리 거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핵심은 200㎜(8인치) 파운드리 시너지다. 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이 200㎜ 웨이퍼를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매그나칩의 200㎜파운드리를 가져오면 시너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SK가 200㎜ 파운드리 생산기지를 중국 우시로 옮기고 있었기 때문에 공백이 생긴 국내 200㎜ 거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지난 2004년 매각 당시 하이닉스는 매그나칩과 3년 동안 경쟁업종(경업) 금지 계약을 맺었고 계약기간이 끝난 2007년부터 청주 M8공장에서 CIS(이미지센서) 등을 소량씩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2년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전체 매출에서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이 5%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하이닉스는 5나노미터(nm)까지 공정 개발을 마친 삼성전자와 달리 200㎜ 웨이퍼에서 110나노미터이상의 오래된 기술을 기반으로 아날로그 반도체를 생산했다. 팹리스 고객사와 규모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수익성도 낮아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매그나칩의 장비가 노후한 단점이 있지만, 4차산업혁명과 사물인터넷 수요 급증으로 200㎜ 파운드리가 공급부족인 상황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딜(Deal)'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200㎜ 파운드리 팹에선 100~200나노 공정 칩이 양산된다. 아날로그나 각종 로직칩,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지문인식센서나 이미지센서 등 센서칩도 중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최근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은 드라이버IC, 전력구동칩, CMOS이미지센서, MCU 등의 수요 증가에 맞춰 200㎜ 생산라인의 증설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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