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사, 임단협 난항.. 사측 '경영 어려움' 호소 對 노조 "파업불사"
르노삼성 노사, 임단협 난항.. 사측 '경영 어려움' 호소 對 노조 "파업불사"
  • 최은경 기자
  • 승인 2019.02.2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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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르노 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을 맡고 있는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Jose-Vicente De Los Mozos, EVP, Manufacturing and Supply Chain)이 지난 21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자료사진:르노 그룹의 제조·공급 총괄을 맡고 있는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Jose-Vicente De Los Mozos, EVP, Manufacturing and Supply Chain)이 지난 21일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을 방문해,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극한 상황에 이르고 있는 모양새다.

르노삼성자동차 회사와 노조가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향후 임단협 교섭에 재무본부장을 포함한 임원진이 참석해 노조의 질문에 답을 주겠다는 공식적인 제안도 거부하며 부분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르노삼성노조는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해 다음 달 8일까지는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해달라는 회사 대표의 요청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27일 르노삼성 등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전날 부산공장에서 처음으로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를 만났다. 시뇨라 사장은 이 자리에서 부산공장의 가동을 책임지는 닛산 로그 후속 물량 확보 및 신차 배정 등 향후 경영 상황을 고려해 노사 협상을 다음 달 8일까지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어 28일 제17차 임단협 교섭을 제안하면서 회사 임원진을 참여시켜 객관적인 회사의 경영 지표를 설명하고 노조의 모든 질문에 적극 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회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노사가 허심탄회하게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6월 임단협 교섭에 나선 이후 협상 마무리 시한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인해 르노삼성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는 상황인 만큼 공개적인 메시지를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집행부도 이 같은 취지에 동의하며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으나 결국 거부의 뜻을 밝혔다. 오히려 27일과 28일 각각 총 8시간의 부분 파업을 예고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전날까지 총 38차례(144시간)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역대 최장 파업이자, 과거 파업 일수를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 예고대로 부분 파업이 강행될 파업 기록은 총 40차례(160시간)로 늘어난다. 

노조 파업에 따라 한때 98%에 달했던 부산공장 가동률도 현재 75%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르노그룹 본사의 경고에도 노조의 강경 투쟁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달 초 노조에 파업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던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부회장은 지난 21일 부산공장을 찾아 현장 책임자 등과 5차례 간담회를 갖고 조속한 임단협 마무리를 강조한 바 있다.

노사는 기본급 인상 문제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 타결에 실패했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을 주장하지만, 사측은 기본급은 동결하는 대신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는 르노그룹 본사가 수천억의 배당금을 챙겨가면서도 직원들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인상 등 고정비가 인상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 업체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데, 임금 인상 등은 이에 역행한다는 설명이다. 1, 2년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르노삼성의 미래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파업 장기화로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 대(對)미 수출의 78%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모델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부산공장의 안정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물량확보가 필수적인데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공장 가동률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르노삼성의 경우 주력 모델의 노후화와 신차 부재 등으로 인해 갈수록 내수 판매가 악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커진 상황이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10.1% 감소한 9만369대였다. 10만대도 넘기지 못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 최하위에 머물렀다. 

안정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필요한 부산공장의 연간 최소 생산 규모는 20만대가량인데 내수 물량으로만 이를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행정부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우려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 하락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인적·물적 구조조정을 불러올 수 있다. 위기는 협력사로 전이된다. 수직적 산업 구조 탓에 1차 부품사의 위기는 2~3차 협력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지역 경제마저 휘청거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미래와 조합원 및 직원 가족, 협력업체의 고통에는 관심 없어 보이는 신임 노조 집행부가 직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며 "회사의 최우선 목표는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짓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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