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업인과 자유토론..최저임금제등 민감한 현안 '한가득'
文대통령, 기업인과 자유토론..최저임금제등 민감한 현안 '한가득'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9.01.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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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가 오는 15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 준비에 한창이다. 

14일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자유 토론 등 '타운홀미팅' 방식의 이례적인 대화 형식을 취하고, 평소 유머러스하고 격의 없는 소통으로 유명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진행까지 맡는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및 여당 관계자들과 자주 만나는 박 회장이 긴장한 기업인들과의 유쾌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완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계의 민감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어느 수준까지 나올지가 관전포인트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등 128명을 초청했다. 청와대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인 등 100명이 넘는 기업인을 청와대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부터 연일 경제정책에 방점을 찍으며, 침체로 빠진 경제계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2017년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과의 '호프미팅'보다 더욱 커진 규모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해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67명, 대기업 22명, 중견기업 39명 등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4대그룹 총수의 경우 지난 2일 청와대 시무식 이후 일주일여만에 문 대통령과 다시 만나게 된다.

청와대·정부·여당에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한다.

형식도 파격적이다.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한 이번 '기업인과의 대화'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열려 박용만 회장의 진행으로 기업인과 청와대·정부·여당이 각종 현안을 자유 토론하고 질의·응답하게 된다. 자유 토론에서 기업인들의 허심탄회한 발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얼굴 보고 밥 먹는 수준을 탈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대한상의는 경제계를 대표해 참석 기업인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취합했다. 

기업인들도 발언 수위를 조율하며 자유 발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년간 매듭을 풀지 못하고 있는 난제인 규제완화와 지난해 뇌관으로 떠오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상법개정안 등 이견이 상당한 현안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지가 관심사다. 

재계는 '기대 반, 걱정 반'인 분위기다. 대통령의 경제 행보 확대에는 기대를 보내면서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일부 규제완화 사례에 대해 '특혜 의혹'을 받으며 고초를 겪은 기업인들이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말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기업들의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10대 기업의 경우 구체적인 애로사항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가 선정한 참석기업의 면면을 놓고도 희비가 엇갈렸다. 참석이 배제된 기업은 한진그룹·부영그룹·대림산업 등이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의 '갑질' 논란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아직 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영그룹은 이중근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최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 선고를 받은 점, 대림산업은 이해욱 부회장이 운전기사 상습 폭언과 폭행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이 참작됐다. 청와대 측은 "사회적 여론을 고려했고, 동시에 논란이 다시 부각될 경우 기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각종 정부 행사에서 배제되며 '전경련 패싱(Passing)'이 공공연한 가운데,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GS그룹 회장 자격으로 초청 대상에 올랐다. 허 회장은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청와대 시무식에는 경제단체장 중 유일하게 초청받지 못했다. 

대기업은 자산 순위 25위까지 초청 대상으로 잡았으나, 24위 한국투자금융 회장과 부회장이 모두 해외 출장으로 26위 효성이 대신 올라왔다. 다만 효성그룹은 총수인 조현준 회장 대신 김규영 대표이사가 참석한다. 대통령 초청 행사에 총수급 불참은 이례적이다. 조현준 회장은 최근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효성 측은 "개인사정인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권 쪼개기 후원금 의혹 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황창규 KT 회장도 이번에는 청와대 행사에 초청됐다. 이같은 참석 기업인 선정을 두고 청와대와 협의해 참석 리스트를 조율한 대한상의 측에 기업들의 문의전화와 민원이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상의 측은 "사전 시나리오 없는 자유로운 형식 속에 대기업과 중견기업, 지역상공인들이 산업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사상 유례없는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기업인 대화를 통해 경제활력 회복의 물꼬를 트는 다양한 해결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상의 회장단 61명과 서울상의 회장단 6명 참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는 전경련 등과 달리 전국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대한상의의 위상이 현 정부 들어 더욱 굳건해졌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서울상의 회장단 6명과 전국상의 회장단 61명 등 총 67명이 전국 소상공인 대표로 참석한다. 중견·중소기업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 '재계 대표' 단체로 자리잡은 대한상의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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