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체제 이후 4년 간 10% 매출 신장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매출이 5.3% 성장하며 '신동빈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영에서 배제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최근 '한국=신동빈, '일본=신동주' 분리경영을 주장하며 복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은 물론 이사회 결정 등을 감안할 때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을 아우르는 '원톱' 지위에 오른 후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사업구조조정에 이은 투자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향후 5년 간 생산 설비에만 3조원 넘게 투자하는 등 한국 롯데보다 성장이 더뎠던 일본 롯데가 신 회장이 이끌게 된 이후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일본 롯데그룹 지난해 매출 3조5540억원…최근 4년 사이 10% 성장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 롯데그룹은 2018년 3450억엔(3조5540억원, 100엔=1030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7년 3276억엔 대비 5.3% 증가한 금액이다. 2017년 기준 한국 롯데그룹 매출이 96조5000억원에 달한 것에 비하면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일본 롯데는 한국 롯데에 비해 성장이 더뎠고 신동빈 회장이 맡은 이후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이끌었던 2014년 일본 롯데그룹의 매출은 3156억엔(3조2500억원)이었다.
신 회장이 한일 롯데를 아우른 원톱 지위에 오른 지 4년 만에 약 10%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신 회장은 한국에 이어 일본 롯데그룹의 사업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일본 롯데그룹은 지난해 4월 과자 및 아이스크림 생산 기업인 롯데, 과자 판매 기업인 롯데상사, 아이스크림 판매를 담당한 롯데아이스를 '롯데'로 합병했다.
일본 롯데는 수년 내 매출액을 애초의 1.5배인 5000억엔(5조1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형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가족경영' 탈피를 우선 과제로 삼은 바 있다.
실제 경영권을 두고 형제간 첫 주주총회 표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2015년 8월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일본인 주주들은 신동빈 회장이 제안한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의한 방침의 확인'이라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이전까지 일본 롯데그룹을 경영해 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닌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겠다는 것으로 이후 신 회장은 실질적으로 한일 롯데를 아우르는 원리더가 됐다.
신 회장은 첫 주총 표 대결 엿새 전인 2015년 8월11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까지 이어진 총 5차례 롯데홀딩스 주총 표 대결에서 신 전 부회장에 5연승 하는 등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의 후계자로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 경영'을 재현하고 있다.
신 회장은 향후 일본 롯데홀딩스를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향후 5년간 일본 내 생산 설비에만 1조3390억원 투자키로
신 회장은 한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본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 롯데는 2023년까지 5년간 일본 국내 설비투자에 약 1300억엔(1조3391억원)을 투자한다.
롯데(제과)의 주력상품인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의 일본 내 공급능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으로 이는 2018년까지 직전 5년간 설비 투자액과 비교해 40% 이상 늘어난 투자금액이다.
롯데의 이같은 투자 결정은 최근 방일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요 증가가 배경이다. 일본의 제과 시장은 2017년까지 5년 연속 성장했는데, 이는 최근 중국인 등 방일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선물 수요 증가가 적지 않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을 찾는 방일 관광객의 약 80%가 선물용으로 일본 내에서 생산된 과자를 산다는 추계도 있다.
롯데는 투자 강화를 통해 초콜릿 및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우라와 공장과 규슈 공장, 껌과 캔디를 생산하는 사야마 공장의 생산능력을 높일 계획이다.
찰떡아이스 등 아이스크림은 북미 수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일본 롯데는 이 같은 투자를 통해 2023년까지 연 매출 300억엔 이상의 브랜드를 5개 육성할 계획이다.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해 2월 구속됐다 그해 10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신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한국에서 향후 5년간 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해 구속돼 있던 신동빈 회장에게 화해의 뜻을 담은 편지를 보냈지만, 롯데그룹은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4월 구속 중이던 신 회장의 면회를 시도했지만 만나지 못했고, 이후 대리인을 통해 편지를 전달했다.
편지는 일본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 본인이, 한국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경영하고 분쟁을 멈추자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한 면회 시도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기존과 동일하게 신 회장 및 롯데 경영진 비난했다"며 "화해 시도 자체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회사의 큰 결정은 특정 주주 개인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없으며 이사회, 주총 등 상법상 절차를 따라야 할 것"이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편지에서)주장하는 내용(한국 롯데는 신동빈, 일본 롯데는 신동주 경영을 주장)을 보면 '개인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와 '상법 절차에 따라 움직이는 회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