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버팀목 '반도체'..내년에는 실적 하향 우려
한국경제의 버팀목 '반도체'..내년에는 실적 하향 우려
  • 이형석 기자
  • 승인 2018.12.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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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반도체 산업의 빛과 그림자가 극명히 엇갈린 한해였다. 세계 1·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 축포를 쏘아올렸다. 국내 1위 수출 제품인 반도체는 단일품목 최초로 수출 1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새 역사도 썼다.

올해 반도체업계는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비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종합 반도체기업 세계 1위 왕좌에 앉은 데 이어 미국 인텔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올들어 지난 3분기까지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으로만 36조8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꿈의 영업이익률인 50%를 가뿐히 넘기고 슈퍼호황을 누렸다. SK하이닉스도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기업 평균 점유율은 64%로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을 보여줬다.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지만 D램은 약 75%의 점유율로 전세계 시장을 호령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 임직원과 협력사들은 두둑한 특별보너스를 누렸다. 경기 화성, 기흥, 평택, 이천 등 반도체 공장 소재 지방자치단체들도 역대 최대 규모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거둬들였다.

화려했던 빛의 이면엔 그림자도 짙었다.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전통적 수출 제조업의 부진으로 반도체 의존도가 심화됐다. 우리 경제 곳곳에서는 '반도체 착시현상'에 대한 경고음이 울렸다. 반도체 경기 하락시 한국 경제가 입을 타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반도체 초호황이 가져온 역설이다. 

'반도체 고점론'도 현실화할 조짐이다. 낸드에 이어 D램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증권업계에선 올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4조원을 밑돌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4조원에 못 미치는 건 지난해 1분기(9조9000억원) 이후 7분기 만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과 아마존, 구글, 애플 등 서버와 휴대폰 수요업체들이 재고 관리에 나서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하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굴기'를 천명한 중국의 거센 추격도 올 한 해 업계를 달군 이슈였다. 중국 정부의 D램 담합 소송, 중국 반도체 기업의 인재 및 기술 빼가기가 이어졌다. 지난 3월 열린 삼성전자 제49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의 첫 질문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중국 반독점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담합 조사에 나서는 등 위협은 현실화했다. 인재와 기술유출도 더욱 노골화했다.

삼성전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임원에 대해 최근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런 위기감의 방증이다. 삼성전자 D램 설계부문 핵심인사였던 해당 임원은 올해 3분기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근무를 법원이 막아 달라며 전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제는 소송 대응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2년 전직 금지 약정'을 근거로 소송을 해도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논거 탓에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기업들의 주도면밀하고 파격적인 제안을 막을 방법도 많지 않다. 반도체기업들과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장관이 나선지 수개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응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급한대로 정부는 산업기술 유출방지를 위해 법에서 정하고 있는 '국가핵심기술'제도를 재정비하는 중이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166건의 기술 해외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에서 조선·반도체 등 12개 분야 64개 국가핵심기술 대상은 2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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