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 43년 재직 끝 회사 떠나…글로벌 석유화학기업 키운 장본인
[피플]허수영 롯데케미칼 부회장, 43년 재직 끝 회사 떠나…글로벌 석유화학기업 키운 장본인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8.12.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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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영(67) 롯데케미칼 부회장(롯데그룹 화학BU장)이 43년간 몸 담았던 회사를 떠난다. 허 부회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샐러리맨의 최고봉인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공격적인 투자로 롯데케미칼을 글로벌 석유화학기업으로 키운 일등공신이다. 함께 퇴임하게 된 박진수(67) LG화학 부회장과 함께 국내 화학산업의 태동기부터 전성기까지 함께했다. 업계에선 국내 화학산업의 1세대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허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의 키를 새 화학사업 BU장으로 선임된 김교현 대표이사 사장에게 넘기고 상근고문으로 물러난다. 서울대 화학공학과 70학번인 허 부회장은 1976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40여년간 한 회사에 몸담았다. 2012년 롯데케미칼 CEO에 올랐고, 지난해 12월 화학BU장 부회장으로 승진해 롯데케미칼을 이끌어 왔다. 
 
허 부회장은 롯데케미칼이 몸집을 키우며 글로벌 화학업체로 성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그룹이 삼성그룹과 빅딜로 삼성 화학 계열사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케미칼사업부를 인수하는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롯데케미칼의 동남아시아 사업 확대와 국내 최초 북미 ECC(에탄크래커) 사업 진출도 이끌었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사상 최초로 LG화학을 제치고 국내 화학업계 1위(영업이익 기준)로 올라섰다. 2015년부터 4년간 한국석유화학협회장을 맡아 국내 화학산업을 대표하는 수장 역할도 했다.
 
허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를 맡았던 1990년 전무로 본사 업무를 총괄하며 보좌했다. 신 회장은 이후 허 부회장에게 호남석유화학이 인수한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의 합병 전 경영을 맡길 정도로 신뢰를 보냈다.  
 
허 부회장은 40년 지기인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퇴임 의사를 밝힌 지난 11월 "저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 퇴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허 부회장과 박 부회장은 국내 화학산업의 산증인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서울대 화공과 70학번 동기로 비슷한 시기에 경쟁사에 나란히 입사해 한 회사에서만 몸담았다.
 
두 CEO의 퇴진은 국내 화학산업의 전성기를 이끈 1세대의 퇴장과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국내 화학산업은 정부주도의 70년대 태동기를 거쳐 여수단지와 대산단지가 가동을 시작한 80~90년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당시 화학산업의 최전선을 누빈 두 CEO는 2000년대 화학산업 구조조정기에도 수출과 해외사업 중심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해 최근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허수영 부회장과 박진수 부회장은 국내 화학산업의 역사를 대변하는 인물"이라면서 "여수와 대산 등 국내 화학산업의 상징적인 현장을 두루 거쳤고 CEO로서는 해외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글로벌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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