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업계 화두는 '가격 인상'..업체 "원자재값 올라 불가피" 대 소비자 "월급빼고 다 올라"
올해 식품업계 화두는 '가격 인상'..업체 "원자재값 올라 불가피" 대 소비자 "월급빼고 다 올라"
  • 김정현 기자
  • 승인 2018.12.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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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었다 vs 소비자에 떠넘기기"
 
올해 식품업계를 강타했던 '가격 인상' 행보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체들은 수년간 가격을 동결하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더이상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호소한다. 반면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가격 인상 도미노는 치킨값과 원유값 인상에 따른 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정점을 찍었다. 과자와 즉석밥, 커피, 음료제품, 아이스크림에 패스트푸드까지 전방위적으로 가격이 올랐다. 
 
 ◇치킨·피자·햄버거…프랜차이즈 업종 전방위 가격 인상
 
1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격 인상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곳은 프랜차이즈업계였다.
 
치킨의 경우 지난 4월 초 교촌치킨이 주문 1건당 배달료를 2000원 받으면서 사실상 치킨 한마리에 2만원 시대가 도래했다. 치킨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 중 하나다.
 
지난해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을 시도했으나 나빠진 여론에 가격인상을 철회했던 BBQ도 결국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황금올리브치킨' 가격을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리는 등 주요 메뉴 가격을 1000~2000원 인상했다. 
 
치킨뿐 아니라 햄버거 역시 가격이 올랐다. 지난해 12월말 KFC가 24개 메뉴 가격을 100~800원 인상하고 버거킹도 버거류와 햄버거 가격을 100원씩 올렸다.
 
또 무료배달 최소주문 금액도 함께 상향 조정했다. KFC는 지난해 12월말 무료배달 최소주문금액을 기존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한 달 뒤인 1월에도 1만2000원까지 한 차례 더 올렸다. 버거킹과 맥도날드도 배달 최소주문금액을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지난해 11월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5.9% 인상했던 롯데리아는 올해 12월 다시 버거 11개 제품에 대해 판매 평균 가격을 2.2% 인상했다. 또 배달 최소 주문금액도 1만1000원으로 올리고 배달 수수료도 인상했다.
 
피자는 도미노피자가 피자 품목에 한해 라지(L) 사이즈는 1000원, 미디엄(M) 사이즈는 500원 올렸다. 미스터피자의 불고기피자 가격(레귤러)은 1만7900원으로, 아웃백 갈릭립아이스테이크는 3만9900원이 됐다.
 
커피는 커피빈이 커피 등 일부 음료의 가격을 최대 6.7% 인상했다. 이어 이디야는 14개 품목을 평균 10%, 엔제리너스는 17개 품목을 평균 2.7% 올렸다.
 
 
 ◇원유값 오르자 유제품 '직격탄'…관련 물가 '동반 상승'
 
식품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는 단연 원유값 상승이 꼽힌다. 지난 8월 원유(原乳) 수매 가격이 1리터(ℓ)당 4원 인상되자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 비용이 올라가며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우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지난 8월 우유 제품의 가격을 2013년 이후 5년 만에 인상했다. 2개월 후 남양유업도 우유제품의 가격을 평균 4.5% 인상했다.  
 
파리바게뜨는 950원이던 흰 우유(아침&후레쉬 우유 200㎖)의 가격을 100원 올려 105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약 10.5% 인상된 셈이다. 파리바게뜨에 우유를 공급하는 서울우유가 가격을 올리면서 파리바게뜨도 따라 인상에 나선 것이다.
 
빙그레는 내년 초 바나나맛우유류(단지 용기 가공유 전 제품)의 가격을 7.7%(공급가 기준) 올릴 예정이다.
 
아이스크림도 올랐다. 롯데리아는 원유 가격 상승으로 소프트콘 아이스크림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40% 인상했다. 해태제과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판매 중인 '부라보콘' 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맞춰 납품가도 15.4% 올렸다. 롯데제과도 동네 슈퍼마켓에 납품하는 월드콘과 설레임, 명가찰옥수수의 가격을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렸다.
 
해태제과와 롯데제과 모두 편의점과 슈퍼마켓의 가격이 달라 편의점 가격에 맞게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인상이나 다름 없다. 
 
과자의 경우 농심은 주력 제품을 대거 포함해 스낵류 19개 브랜드의 출고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출고가격 기준 새우깡(90g)은 6.3%, 양파링(84g)∙꿀꽈배기(90g)∙자갈치(90g)∙조청유과(96g) 등은 6.1%, 프레첼(80g)은 7.4% 올렸다.
 
 ◇소비자 지갑 얇아지고, 원재료 가격 뛰고…'사면초가'
 
먹거리 물가 상승은 주재료라 할 수 있는 농산물과 원유 가격이 오르며 생산 비용 역시 크게 늘어난 탓이 크다. 식품기업들은 대부분 영업이익이 2%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비용 상승에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18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0% 상승했는데, 농축수산물 가격이 7.5%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에 0.60%p 기여했다.
 
특히 농산물은 전년동월대비 14.4% 상승하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크게 웃돌았다. 쌀 23.8%, 토마토 44.4%, 파 35.6%, 현미 25.5% 등 채소류를 중심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 원재료 인상과 더불어 가맹점의 임대료, 인건비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가격이 계속 올랐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집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외식을 하러 나가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가맹점의 경영 여건이 날로 나빠지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가격을 올릴 요인이 많이 남아있어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서울우유, 농심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제품값을 줄줄이 올렸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위한 '멍석'도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월급 빼고 다 오르는' 현재의 상황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국민들이 겪은 어려움 중에서 물가상승(26.3%), 소득 정체(21.0%)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인구도 줄고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매출은 주는데 비용은 자꾸 늘어 기업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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