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영감독의 '고성방가'>서커스는 살아있다
<서민영감독의 '고성방가'>서커스는 살아있다
  • 오석주 기자
  • 승인 2009.08.25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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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신문]몇 년 전 읽은 푸른색 표지의 ‘블루 오션’이란 베스트셀러 앞부분에 블루 오션 전략으로 성공한 몇몇 기업들을 언급한 대목이 있다.

그 중 유독 내 눈길을 머물게 한 성공 사례는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그룹으로 구성된 ‘태양의 서커스’였다.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밀어 닥친 문화적 격랑 속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도 오랫동안 큰 변화없이 지속되어 왔던 서커스가 살아남기는 예외없이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존폐의 위기를 맞아 역으로 슬기롭게 극복해서 오늘날 세계 최고의 서커스이자 환상적이고 멋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켜 낸 것이 바로 ‘태양의 서커스’다.

전체 레퍼토리를 다 보지는 못했고 대략 반 정도를 본 것 같은데 이게 정말 서커스인가? 할 정도로, 그야말로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서커스 그 이상의 공연이다. ‘태양의 서커스’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세계 제일의 서커스 공연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서커스 공연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 내 방 책상 위에 우리나라 서커스단이 홍보용으로 제작한 코끼리와 단원들의 묘기 사진들, 삐에로 만화 캐릭터 등등이 새겨진 책받침이 세워져 있다.

어린 시절 운 좋게도 동네에서 천막을 치고 하는 서커스 공연을 몇 번 본적 있고 10여 년 전에도 동네 역 주변에서 하는 서커스 공연을 본적이 있다.

물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세계 제일의 서커스와 주변의 관심과 마땅한 지원도 받지 못한채 하루하루 어려움을 내부적으로 함께 헤쳐 나가며 눈물겹게 지켜나가고 있는 우리 서커스와 비교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외국의 서커스와 경쟁은 차치하고 우리 서커스가 살아 남을려면 반드시 어느 정도의 외부 자금 지원과 뼈를 깎는 스스로의 업그레이드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만의 노력으로는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우리들의 할아버지와 그분들의 할아버지 때부터 함께했던 작지만 소박했던 우리의 서커스가 우리들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다. 기업화되고 스펙타클한 대규모의 공연이 모두 완성도가 높거나 꼭 봐야 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큰 규모의 뮤지컬 공연이 성황을 이루고 성공을 거두고 있는 시간에도 대학로 곳곳의 소극장에서는 열정적인 연극인들에 의해 여전히 가열차게 소극장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커스 공연을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만일 우리의 서커스가 사라진다고 가정한다면 아쉬워하고 반대할 것이다. 서커스단 홍보용 책받침 뒷면에는 묘기를 부리는 강아지와 공연 중인 단원들의 사진을 배경으로 창립 연도와 약간의 소개글이 나오고 그 아래에 이런 글이 씌여져 있다.

 ‘고객이 내신 후원금(입장료)으로 맥을 이어가며 우리들의 후손에게 더좋은 써커스를 남기도록 전단원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들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없다고 해서 무관심하게 바라보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 혹시 또 없을까?

우리의 서커스가 외국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거나 외화를 많이 벌어들이기까지는 어느 정도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굳이 비관적으로 볼 필요까지는 없지만 어쩌면 오랫동안 태양의 서커스를 뛰어 넘는 서커스 공연이 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함께 했던 소중하고 보존해야 할 우리의 엔터테인먼트임은 분명한 사실이라 여겨진다.

우리들이 다같이 관심을 갖고 이어가고 지켜야할 것이 어디 서커스뿐이겠는가?

 올림픽 때마다 금메달을 싹쓸이 하는 사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 태권도 도장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어린 시절 검은 띠로 묶여진 흰 도복을 둘러메고 다니는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던가...그래서 결국 나도 검은 띠를 차게 됐지만 어디 나뿐일까?

 태권도 도장 한번 안가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동네마다 곳곳에 있었던 것이 태권도 도장이었다. 그런데 요즘 자신이 사는 동네를 한번 둘러보면 태권도 하는 사람들 다 어디 갔나? 할 정도로 도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투리를 맛갈스럽게 잘 구사하시는 중견 탈렌트 어느 분이 후배들에게 거시기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거시기’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무엇이다.’ 라고...이젠 우리들도 나중에 눈물 흘리며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보존하고 지켜내야 할 ‘거시기’는 반드시 거시기 해야 할 것이다. [데일리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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