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골 깊어가는 '석유화학 업계'..각각 다른 CEO들의 생각
불황의 골 깊어가는 '석유화학 업계'..각각 다른 CEO들의 생각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8.11.0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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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황 이후 급격한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최고 경영자 (CEO)들은 이구동성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0회 화학산업의 날' 기념식에 국내 주요 화학사 CEO들이 집결했다. 지난 2년여간 초호황을 누린 화학업계는 올해 들어 급격한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CEO들을 향한 질문은 '불황'으로 쏠렸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은 '버티기'에 돌입했다. '불황 대비'를 묻자 김 부회장은 "유가가 상승하는데 제품 가격은 약보합세를 보여 업계 전반 실적이 하향세"라며 "꾸준하게 땀 흘려 열심히 일하며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의 고민은 더 깊어보였다. 김 사장은 "불황에 걱정이 많다"며 "갑작스럽게 (시황이) 떨어지니까 방향을 찾기가 힘들다"고 우려했다.

허수영 석유화학협회장(롯데케미칼 부회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최근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글로벌 경기불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근 화학산업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스프레드(원료가격과 제품가격 차이)는 톤(t) 당 300달러대로 떨어져 손익분기점을 위협받고 있다. 다른 화학제품 가격도 대부분 하락해 2015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업계는 2016년부터 올 초까지 이어진 초호황이 마무리돼가는 단계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국제 무역상(트레이더)들이 미리 재고를 확보해놓는 가수요를 크게 줄이자 수요가 급감했다. 여기에 북미에서 대규모 ECC(에탄크래커) 신·증설이 잇따르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에 대한 대처법도 각양각색이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불황을 특별히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0% 이상이었는데 그게 비정상적"이라면서 "최근 몇년이 너무 좋았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황 침체에 접어들 무렵 미국을 덮친 허리케인 하비로 공급부족이 발생하면서 호황이 길어졌고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화학사는 외려 추가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그룹 화학BU장이기도 한 허수영 부회장은 "인도네시아 대규모 유화단지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정확한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조만간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 화학계열사들은 연구개발(R&D)로 불황을 대비하고 있다. 권혁웅 한화토탈 사장은 "석유화학산업이 투자산업이지만 그간 기술기반이 약했다"면서 "연구소와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기술기반의 산업을 어떻게 늘릴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한화그룹 내 김창범 부회장의 생각도 동일했다. 김 부회장은 "어려울 때 일수록 연구개발에 집중해 뿌리를 더 깊게 내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SK종합화학은 고민이 길어지는 모습이었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여러가지 파도를 어떻게 잘 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학산업의 날'은 국내 화학산업의 기틀이 된 울산 석유화학단지 준공일인 10월31일을 기념해 2009년부터 개최되는 행사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화학업계 맏형 격인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구광모 LG 회장의 주재로 열린 첫 사업보고회 참석을 이유로 이날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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