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상목의 웰페어노믹스 정책마당]한·일관계,"과거인가, 미래인가?"
[기고-서상목의 웰페어노믹스 정책마당]한·일관계,"과거인가, 미래인가?"
  • 서상목 전 보건복지부 장관
  • 승인 2018.03.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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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우리에게 일본은 한 마디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울 뿐 아니라, 정치·경제체제 측면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는 매우 가까운 나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한국은 일본의 수출산업 중심의 산업화 전략을 롤-모델로 삼아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기업들도 일본식 경영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심지어는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일본의 경험을 벤치마킹함으로써 경제성장과 복지증진을 동시에 이룩하는 과업을 이루었다.

특히 한국인들이 외국에서 활동을 하다보면 외국인들 중 가장 친숙하게 느끼게 되는 민족 역시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일본은 문화적으로도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나타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소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거의 북한과 같은 수준으로 낮으며, 일본 내각부 여론조사에 의하면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친밀감 역시 2012년 62%에서 2014년에는 40%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

한·일관계가 갈등과 감정악화로 연결되는 것은 과거사와 독도문제 때문이다. 1965년의 한·일기본조약에 의해 한‧일간 과거사 문제는 일단 마무리되어 그 후 한국과 일본은 정치와 경제 부문에서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였으나, 1991년 고 고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가 부각되면서 과거사가 한‧일간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아시아 전역에 일본군 위안부가 적게는 8만에서 많게는 20만 명이 있었으며, 그중 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는 당시 일본군의 방침으로 추진된 것이기 때문에 국가 차원의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 문제는 1965년 한·일 기본조약 체결 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권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사안이라고 것이 한국의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대다수 일본군 위안소를 민간이 운영하였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이 아니며, 설령 국가의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과거사 문제는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마무리되었기 때문에 일본이 추가적으로 할 일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박근혜 정권시절 위안부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한국의 입장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되돌릴 수 없는 최종 해결'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분명한 사실이다. 우선 독도는 울릉도에서 불과 87.4km로 날씨가 맑으면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그래서 1808년에 발간된 조선시대 문서인 『만기요람』에는 ‘독도가 울릉도와 함께 우산국의 영토였다’라고 기록되어있다. 1900년 10월 당시 대한제국은 울릉군수가 본섬과 함께 독도를 관할할 것을 분명히 하였고, 17세기말 도쿠가와 막부 역시 울릉도와 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음을 확실히 선언한 바 있다.

독도가 일본의 영토로 된 것은 1905년 일본이 러·일전쟁을 하면서 ‘주인이 없는 땅’이라는 명분으로 독도를 일본의 영토로 편입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일본은 폭력으로 탈취한 모든 지역으로부터 축출되어야 한다’는 카이로 선언 정신에 의해 독도는 다시 한국 영토가 되었다. 이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의해 재확인 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은 2월 22일을 ‘다카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로 정하고, 2008년 이후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독도에 관한 내용을 중학교 사회교과서 해설서에 기술함으로써 독도가 한·일간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하게 된 것이다.

독도에는 한국의 수비대가 주둔함으로써 한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영토이고,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한국영토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일본의 억지주장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을 하되 지나친 감정적 또는 정치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고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일본의 의도는 현재 한국의 ‘실효지배’에 있는 독도를 ‘국제적 영토분쟁지역’로 바꾸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독도에 대한 한·일간 논쟁의 격화는 일본이 판 함정에 우리가 스스로 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염려스러운 일본의 우경화 경향

2012년 12월 총선에서 중도 성향의 집권 민주당이 참패하고 보수 성향의 자민당이 승리하여 아베 내각이 출범함으로써 일본 정치는 총체적으로 보수의 길을 걷고 있다. 아베 내각의 이념노선은 미·일동맹의 강화와 ‘평화헌법’의 개정을 통한 적극적인 국제공헌과 군사력의 보유를 주장하는 이른바 ‘보통국가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 결과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 대한 국수주의적인 주장이 부상함으로써, 한국은 물론 중국과의 마찰은 아베 내각의 집권과 더불어 이미 예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 수상은 2013년 12월 전격적으로 야스쿠니를 참배하였고, 2015년 9월에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11개 안보법안을 통과시킴으로서 전쟁 포기를 약속한 헌법 9조 개정을 위한 정치적 기반을 구축했다. 아베 내각은 미·일동맹을 외교의 기본 축으로 설정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TPP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은 물론, 미·일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에 대한 견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그 결과 아베 수상은 2015년 11월 일본 수상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아베 내각은 경제부문에서 경기부양과 구조개혁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강력히 추진하여 경제상황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연이은 참의원선거, 지방선거 등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고 있다.

한국의 대응: 장·단기 2트랙 접근

아베 내각이 유지되는 한, ‘보통국가론’에 입각한 일본 정치의 우경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한국의 대일외교 전략은 이러한 전망에 기초하여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 분야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일외교 전략의 기조를 단기적으로 과거사나 영토 문제의 악화를 방지하는 관리 노력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와 안보 등의 분야에서 한·일 양국이 협력을 통해 상호이익을 극대화하는 이른바 ‘2트랙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사나 독도문제와 관련해서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외교 당국자 간 공방을 가능한 자제함으로써, 그 영향이 타 분야로 파급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분리 대응’을 하자는 것이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민감한 과거사나 독도 문제는 관련 전문가, NGO, 이해당사자 중심으로 한·일간 활발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여 중장기적 시각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일 양국의 젊은 세대들은 식민지 경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한·일 관계를 현재의 ‘갈등구조’에서 ‘협력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중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해, 한·일 양자외교와 더불어 한·미·일 그리고 한·중·일 소다자외교를 병행함으로써 한·일 양자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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