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호가 상승...매수자들 괴리감만 더해
재건축 호가 상승...매수자들 괴리감만 더해
  • 박종현 기자
  • 승인 2009.02.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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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닝경제]서울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연이은 규제완화 움직임에 힘입어 10개월 만에 오름세로 반전했다. 이는 강남 투기지역 해제 가시화, 용적률 완화 및 한강변 초고층 허용 등의 소식이 쏟아지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장 회복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매수문의가 부쩍 늘어난 가운데 집주인들이 매물들을 대거 회수하며 호가를 높이기 시작한 것.

하지만 매도∙매수자간 희망 가격차가 커지면서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 보니 거래는 많지 않다. 특히 월말 들어 고가 잔여매물이 적체되면서 호가는 다시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5일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서울 및 경기지역 재건축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은 1.10%를 기록하며 작년 3월(0.03%) 이후 10개월 만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경기 역시 0.34%로 작년 6월(0.04%) 이후 7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지난 달 서울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이렇다 할 움직임 없이 약세가 지속됐다. 하지만 12월 말, 서울시가 재건축 용적률을 국토계획법상 상한선까지 허용하기로 한데다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투기지역 해제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시장에 급격한 해빙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매수문의가 늘면서 매도자들이 저가 급매물들을 빠르게 회수하게 된 것.

특히 이달 7일에는 제2롯데월드 건설이 사실상 허용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송파일대를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은 삽시간에 뜨거워졌다. 일부 물건들이 하한선 수준에서 거래되자 집주인들은 호가를 본격적으로 높이기 시작한 것. 게다가 최근 정부가 경기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낮추기 시작했고 재건축 시세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점도 매도자들의 기대심리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중순 이후에는 한강변 초고층 아파트 허용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잠실주공을 비롯한 상당수 단지들의 매물들이 대부분 회수되면서 시세도 작년 가을 무렵까지 회복한 상태. 하지만 최근 들어 고가 매물들만 남게 되면서 매도∙매수자간의 가격 괴리감이 커지다 보니 거래시장은 호가가 다시 하락하며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상호간의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 보니 계약파기도 심심찮게 눈에 띄는 실정.

서울 지역별 변동률을 살펴보면 △송파구(4.15%), △강동구(3.92%), △강남구(3.71%) 순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노원구(-1.47%)와 △관악구(-0.23%)는 내렸다.

송파구는 제2롯데월드 건설이 사실상 허용되는 방향으로 윤곽이 잡힌 것이 큰 호재로 작용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112㎡(34평형)가 10억~10억5000만원 선으로 지난 달보다 무려 1억원 올랐다. 가락동 가락시영2차 62㎡(19평형)는 8억2000만~8억5000만원 선으로 7500만원 올랐다.

강동구는 투기지역 지정 해제 재검토 및 재건축 용적률 규제 완화 등으로 가격상승 기대감이 커지며 오름세를 나타냈다. 둔촌동 둔촌주공1단지 52㎡(16평형)의 경우 7000만원 오른 5억~5억2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강남구 역시 재건축 관련 각종 호재 소식에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최근 호가가 상향 조정되면서 매수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포동 주공1단지 56㎡(17평형)의 경우 9500만원 오른 10억1000만~10억3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경기지역은 경기침체 여파로 대부분 지역이 약세를 면치 못했으나 강남권 영향을 받은 과천시의 약진으로 전체 변동률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경기는 △의정부시(-0.89%), △안산시(-0.40%), △안양시(-0.35%), △성남시(-0.15%) 순으로 내렸지만 △과천시(2.75%)가 압도적으로 오르면서 경기 전체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과천시는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데다 강남권 재건축 급등세의 영향을 받으며 오름세를 나타냈다. 원문동 주공2단지 59㎡(18평형)가 6억9000만~7억5000만원 선으로 무려 5500만원 상승했다.

한편 안양시는 경기침체 심화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내림세를 나타냈다. 안양동 진흥 128㎡(39평형)의 경우 1000만원 하락한 4억4000만~4억8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성남시도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는 좀처럼 성사되지 않는 추세. 신흥동 주공 109㎡(33평형)가 1000만원 내린 4억7000만~5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서울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예상 밖으로 각종 재건축 규제완화 카드가 빠르게 풀리고 있고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력한 만큼 현재와 같은 호가 급등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강남권 재건축을 요동치게 하는 호재들이 거시적인 차원의 사업인데다 재건축 사업성을 좌우하는 개발이익환수제가 여전히 잔존해 있는 점은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몇 달간 하향세에 익숙해진 매수자들에게 있어 현재의 호가상승은 괴리감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고 경기침체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상승반전 여부를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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