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화와 대우조선 매각협상 최종결렬 선언
산은, 한화와 대우조선 매각협상 최종결렬 선언
  • 이윤영 기자
  • 승인 2009.01.22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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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보증금 3000억 원은 돌려주지 않는다”
향후 시장상황 주시하며 재매각 추진

[이브닝경제]산업은행이 한화컨소시엄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이 공식 결렬됐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산은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고, 3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은 돌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22일 "한화가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양해각서 규정과 다른 사항을 요구하면서 정당한 사유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했고, 최근 한화가 제출한 자금조달 계획서상 인수자금이 매각 대금에 크게 못 미쳤다"며 계약 파기 입장을 밝혔다.

정인성 산은 부행장(기업금융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측에 인수대금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의 실현가능한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할 것을 재차 요청했지만, 한화는 기존 계획과 분할매수안 외에 다른 제안은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면서 "한화의 분할매수 요청은 양자간 합의 아래 체결된 양해각서의 기본적 내용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산은이 수용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산은이 이런(분할매수안) 요구에까지 응한다면 공적기관의 공개경쟁입찰 과정에서 (무엇보다 요구되는) 공정성과 투명성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런 상황에 더 이상 매도인의 권리행사를 유보하는 것은 무의미할 뿐"이며 "오히려 불확정적인 상황을 조속히 정리하는 것이 이해당사자들 모두와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해 불가피하게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인수대금에 크게 미달하는 자금조달계획만을 제시하는 한화와 본건 거래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모두의 재무건전성에 큰 부담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행보증금 3000억원 처리문제와 관련해서는 "양해각서 합의 내용과 다른 제안을 했던 한화 측에 귀책사유가 있는 만큼 돌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이 초우량 대형조선사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핵심역량을 제고하고 경영체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대우조선해양이 수립·시행토록 함으로써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또 "대우조선해양이 상당히 큰 덩치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원활한 매각을 위해 다른 기술적 방법 없는지 모색해보겠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의 확충을 도모할 수 있도록 민간경영주체 앞으로의 경영권 이전을 위한 다각적인 매각방안을 강구하고, 향후 시장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매각을 재추진 하겠다"고 언급함으로써 분할매각 가능성을 내비췄다.

이날 산은 측의 매각 협상 결렬에 따라 한화는 인수 무산으로 그룹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한화는 지난 연말 김승연 그룹 회장이 "인생의 가장 큰 승부수를 대우조선해양에 걸고 있다"고 할 만큼 강한 의욕을 보인 이후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0년 이내에 그룹 매출 100조원, 수출 비중 50%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뿌리 깊이 침투할 시점인 지난해 10월에 6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급하게 강행했다.

산은 역시 대형 M&A를 성사시키지 못해 어느 정도 이미지에 손상이 가게 됐다. 산은은 지난번 포스코의 입찰자격 결정이어 이번 한화와의 최종 협상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적자금 회수도 유효하지 못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상황이 전개되면서 불안요소가 많이 노출됐다"면서 "산은은 이를 고려해 한화 쪽의 분납 요구를 받아줄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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