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저체온증 위험...증상 애매해서 발견 쉽지 않아
노인 저체온증 위험...증상 애매해서 발견 쉽지 않아
  • 배원숙 기자
  • 승인 2009.01.1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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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 할머니(76.대림동)는 혼자 사는 집에 난방비가 아깝다며 보일러를 끄고 한겨울에도 전기장판 하나로 버티다가 며칠전 하마터면 큰일을 당할 뻔했다.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말, 김할머니는 실내에서 옷을 몇 개나 겹쳐 입었지만 몸이 으슬으슬 춥고 손놀림도 어둔해져서 감기기운이 있는가 싶어 저녁도 거른 채 일찍 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김 할머니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 쓰러져 있다가 이웃에 의해 발견돼 응급실로 옮겨졌다. 원인은 바로 저체온증.  흔히 나이가 들면 감각이 둔해져서 추위나 더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이든 노인일수록 자연스러운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져서 추위나 더위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항상 일정한 체온 36.5℃의 비밀
우리 몸은 열 소실과 발생의 균형을 맞추어 언제나 일정한 체온(36.5℃ 내외)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체온 조절작용은 주로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중추와 신경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더운 환경에 노출되면 피부혈관이 확장되고 발한(땀)이 일어나 열 발산을 증가시켜 체온을 조절하고 추운 환경에서는 체내에서 열 발산 감소와 열 생산이 증가되는 것이다.

이는 주로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의 떨림에 의해 열 생산을 증가시켜 체온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열생산과 열발산 작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이 어떠한 원인에 의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 36.5℃보다 높거나 낮은, 고열 혹은 저체온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 노화나 약물, 영양결핍, 운동부족도 저체온 유발
보통 체온이 35.5℃ 이하를 저체온이라 한다. 저체온증은 주로 추운 외부 환경에 노출해서 발생하나 노화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 약물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열 생산을 감소시키거나 열 발산을 증가시키는 질환들, 예를 들면 알코올중독증, 당뇨, 뇌외상, 뇌졸중, 저혈당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운동부족, 영양결핍에 의해서도 체온 조절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저체온, 고체온 등의 체온조절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인들은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젊은 사람에 비해 저체온이 잘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우발적 저체온(Accidental Hypothermia)이라 한다. 이는 체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추위에 오래 노출되어 열 소실이 증가하고 열 생산이 되지 않음으로서 체온을 올리는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다.
또한 종종 도보여행자나 스키를 타는 사람들의 경우도 본인도 모르게 적정 수준 이하로 체온을 잃어버리는 수가 있다.

▶ 기온 15.5℃ 이하부터 체온 떨어지기 시작
체온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으로, 저체온증은 7℃의 기온 이하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습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라면 그 이상의 기온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대개 기온이 15.5℃ 이하가 되면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노쇠한 노인들은 외부 기온의 영향이 더하기 때문에 실내 기온이 22~24℃ 정도라도 체온이 감소할 수 있다. 심한 경우 기온이 체온보다 조금만 낮아도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  저체온에 의해 사람이 사망할 수도 있다. 이는 주로 저체온의 증상이 애매하고 진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적절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 심한 경우 저체온으로 사망할 수도
저체온증의 증상과 징후는 서서히 일어난다. 초기에는 오한, 차고 창백한 피부, 멍함, 판단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오한은 체온이 35.5℃ 미만으로 떨어지면 오히려 멈추기도 한다. 더 진행되면 배가 차가워지고, 느린 맥박과 호흡, 마비나 졸린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착란이나 사망까지도 불러올 수 있다. 노인의 경우 임상양상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동반된 다른 질환의 증상으로 처음 발견될 수도 있다.

37~35℃

오한, 격렬한 떨림. 복잡한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걸음걸이가 느려짐.

35~33℃

격렬하고 통제불가능한 떨림. 생각이 활발치 못하고 건망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목소리가 탁해지고 발음이 똑똑치 못하다. 분별력이 흐려진다. 비틀거린다.

33~31℃

떨림이 감소된다. 근육이 뻣뻣해진다. 동작이 경련적이고 불규칙적이다. 말이 조리에 맞지 않는다. 건망증, 기억상실증, 환각을 보인다. 심한 피로, 무기력감.

31~29℃

계속적으로 근육이 경직되고 맥박과 호흡이 느려진다. 피부가 푸르게 변한다. 심장과 호흡의 수가 감소한다. 동공 확장, 졸음이 쏟아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29~26℃

의식불명 상태.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된다.

26℃ 이하

심장소실과 뇌에 의한 호흡조절이 안된다. 부종과 폐로부터의 출혈이 생기고 곧 사망하게 된다.

▶ 대부분 발열에만 관심, 저체온에도 주의해야
저체온증은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추운 날씨에 누군가가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하거나 비틀거리거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저체온증을 의심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온해주어야 한다.

보통 의료진조차도 환자 진료시 발열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체온을 측정하나 저체온을 찾기 위한 검사는 하지 않는데, 간단히 체온을 재고 병력을 확인하고 신체검사를 하면 저체온이 의심되는 환자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저체온 환자는 초기에 다른 질환으로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어 저체온이 진행되고 합병증이 생길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진료 의사는 노인들에게 저체온이 흔하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 춥다고 술 마시면 오히려 열 소실 빨라져
저체온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므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노인들은 저체온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실내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한편, 되도록 7℃ 이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외출시에는 덧옷을 꼭 입고 장갑, 모자, 마스크를 하는 것이 권장된다.

두꺼운 옷을 한 벌 입기보다는 가벼운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이 보온 효과가 좋으며, 두꺼운 옷을 입으면 몸의 움직임이 둔해져 빙판길이나 계단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수 있으므로 낙상 예방을 위해서 가벼운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좋겠다. 

또한 충분한 열량 섭취가 중요하며 규칙적인 운동으로 열 생산을 촉진시키는 한편, 체온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은 피해야 한다. 특히 추위 속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열을 더 빨리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 노인이나 어린이, 증상 경미해도 반드시 병원 방문해야
저체온증에 대한 집이나 현장에서의 처치 목적은 더 이상의 열손실을 막고 환자를 천천히 가온(warming)시키는 것이다. 추위나 바람을 피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젖은 옷이 있으면 벗긴 후 마른 옷을 덧입혀 준다. 따뜻한 음료와 사탕과 같은 음식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정신이 혼미한 경우에는 음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

한 시간에 1℃씩 가온시키되, 온수에 몸을 담그는 방식의 가온은 환자에게 쇼크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문가가 아니면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환자가 정신이 혼미한 경우나 의식을 잃은 경우, 4시간 가온시켜도 정상체온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에는 119나 응급구조서비스에 바로 연락을 해야 한다. 특히 저체온증 환자가 어린이거나 노인인 경우에는 증상의 심각성과 상관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저체온이 확인되면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입원하여 집중적인 치료를 하여야 한다.

■ 자료문의 : 한림대의료원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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