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현 칼럼]대통령 탄핵, 무신불립의 정치적 반면교사로 삼아야
[박기현 칼럼]대통령 탄핵, 무신불립의 정치적 반면교사로 삼아야
  • 박기현 국제지도자연합 사무총장보
  • 승인 2017.03.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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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다면 존립할 수 없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대화의 한 구절이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장 이정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박근혜 대통령)의 위헌. 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라고 첫 운을 떼며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는 주문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 8명의 재판관 전원은 대통령에 대한 위헌 위법행위를 "신뢰가 없다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 는 공자의 무소불립(無信不立)의 민심이 척도가 되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자공이 스승 공자에게 묻자 공자가 답하기를,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준비하며(足兵),백성의 신뢰를 얻는 것(民信)이다. 자공의 질문이 이어진다. 어쩔 수 없이 셋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이 먼저입니까? 공자가 답하기를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군대(去兵)이고 그 다음은 식량(去食)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백성의 신뢰(民信)이다. 사람은 모두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 없이는 한 나라가 제대로 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공자의 치세철학은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으로서, 윗사람이 신의(信義)가 없으면 백성이 동요(動搖)하여 떨어져 나가기에 백성의 신뢰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의 무신불립의 치세철학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가 생명인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자주 인용하거나 좌우명으로 삼는 고사 명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이 이번에 무신불립의 국민신임 위배행위로 탄핵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천막 당사이전과 세종시 행정부처 이전 등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미지로 국민들의 신임을 얻어 침몰하는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했고 19대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며 첫 여성대통령 시대를 열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책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도 무신불립의 치세철학을 강조할 만큼 무신불립의 좌우명에 근거한 박 전대통령의 신뢰 정치는 18년 정치인생의 정치적 소신이었고 든든한 자산이었다.

 

신뢰라는 정치적 자산으로 51.6%의 과반 득표율로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직에 올라 70%가까운 국정운영 신뢰도를 보였던 박 전대통령의 신뢰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파문 확산 이후 4%대로 떨어졌고 이후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국민의 신뢰와 신임배반의 행위로 첫 현직대통령 파면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18년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좌우명이었고 정치적 자산이었던 무신불립의 민심에 발목이 묶여 정치인생의 역사적인 막을 내렸다.

 

탄핵 후 처음으로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짧은 대국민 메시지는 헌재의 결정에는 승복하되 검찰 조사를 통하여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엿보인다.

하지만 최순실 사건과 다른 의혹에 대한 진실이 설령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떠나간 민심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다. 민심은 흐르는 강물과 같은 것이다. 정치인이 민심을 되돌리려고 하는 노력 그 자체가 오히려 민심을 거스르고 역행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갈등만 증폭될 뿐이다.

 

민심은 진실과 논리로 되돌릴 수 없는 논리이전의 정서이다. 민심이라는 일반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논리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국가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대통령 대국민 담화와 해명으로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광장의 민심을 돌리려는 권력의 시도와 일반적인 국민 정서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지금의 탄핵사태를 초래한 발단이 되었다.

 

헌재의 탄핵 결정으로 친박 진영과 탄핵반대 집회를 이끈 쪽에서는 아픔과 절망감이 클 것이다. 역대 대통령에 비하면 박 전 대통령은 깨끗한데 정치와 여론에서 만든 마녀사냥에 속절없이 당하여 억울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이라면 과거 판례와 형평성을 고려해 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직 수행과 평가는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직은 국민들의 민심과 민의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며, 민의를 반영하는 대행자로서 특정 정당이나 지지층을 초월하여 대한민국 국민 전반의 민심과 민의를 살피는 소명 직이다. 최고 권력자가 민심을 외면하고 민심의 저항에 계속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독재 권력자의 이미지로 인식되어 더 강한 국민적 저항을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민심에 반하는 열심은 독재와 욕심으로 관철된 것이 현대사의 역사이기도 하다. 헌재에서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났다고 하더라도 대통령 당사자의 문제로 민심이 계속 분열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면 신뢰도 하락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까지 글로벌 리스크로 작용한다. 태극기 민심의 국민들은 이번 탄핵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판결이겠지만 이번 판결이 궁극적으로 더 큰 국가의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사적인 결정으로 위안을 삼았으면 한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자칫 광장 민심을 특정 정당이나 이익집단의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민심을 양분화 시키며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공심이 아닌 사심의 민심은 대한민국 법치를 흔들 수 있는 공동체의 독이 될 수도 있다. 민심이 국민 전체의 정서를 반영하고,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 민심만이 대한민국의 민의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광장 민심"이 진실과 사회 정의를 구현한다는 일부 정치인 주장도 논리의 비약일 뿐이다. 촛불 민심이든 태극기 민심이든 민심이라고 해서 사회 정의만 주장하거나 옳은 것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심에는 변덕스럽고 모순적인 면도 많이 담겨 있다. 경제가 힘들어지고 개인 살림이 어려워지면 정부나 지도자, 남 탓으로 돌리는 이기성도 존재하고, 마녀 사냥식의 폭민성(暴民性)군중심리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회적 풍토도 내재되어있다. 그래서 광장민심을 국민 스스로도 살피고 경계해야한다.

 

작은 냇물이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가듯이 이기적인 민심도 강물처럼 일정한 지향점이 있다. 그 지향점이 한 마음으로 모이고 한 목소리를 내게 되면 여론(輿論)이 되고 민의(民意)가 되는 것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대행자 직이 정치지도자들이고 민심을 살피고 헤아리는 국가 공동체를 위한 소명직이다. 정치권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공동체를 받드는 리더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무신불립(無信不立)의 반면교사로 삼아서 왕의 귀로 듣고 열 개의 눈으로 살피고 백성과 하나 된 마음으로 헤아린다는 뜻을 지닌 경청(傾聽)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참된 지도자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 박기현실장은 제조업과 정보컨설팅, 선거기획사, 창업투자회사와 방송,문화,언론사업등의 다양한 창업경력과 중기청 산하 연구원의 창업지원실장으로 영리와 비영리 단체 설립전문, 대학과 지자체 강연활동, NGO와 NPO컨설팅등 다양한 사회활동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외교부 산하 국제민간기구에 헌신, 국제지도자들의 민간외교와 국제지도자 양성을 위한 리더십 함양을 위한 지도자양성에 힘쓰고 있다

* 본 칼럼내용은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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