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국회가 결정하라" 발언..'꼼수 필리버스터?' " 진정성있는 하야" 평가 엇갈려
박대통령 "국회가 결정하라" 발언..'꼼수 필리버스터?' " 진정성있는 하야" 평가 엇갈려
  • 안민재 기자
  • 승인 2016.11.29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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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29일 퇴진 가능성을 열어둔 대국민 담화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박대통령은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3차 담화를 발표해 처음으로 하야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친박계의 좌장으로 통하는 서청원 의원의 '질서있는 퇴진'이 언급된 이후 특검일정과 탄핵절차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정치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장 야당은 꼼수라며 예정된 탄핵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박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박대통령은 조건없는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야권의 기대와는 달리, 조건(?)을 달았다. "국회가 결정해 달라"는 박대통령의 말은 비박계와 야권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과 탄핵일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야를 말한 상황에서 탄핵절차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새누리당 친박계등 일부에서는 탄핵이 필요하냐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담화가 있자마자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며 "야당에 탄핵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황영철 의원도 "박 대통령의 탄핵 입장을 재논의해봐야겠다"고 말해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박대통령 탄핵을 요구하고 있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이 거짓 약속을 하는 상황에서 무슨 약속을 한들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의문을 표히면서  "즉각 하야도 아니고 수개월 지난 하야 약속, 그 때 가서 맘 변할지 어떻게 보장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야권의 반응은 일단 흔들림없는 탄핵추진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탄핵 절차에 한 치 흔들림도 없이 단일대오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예정대로 탄핵소추안을 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직후 “아무런 반성과 참회가 없다”고 비판하면서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 농단을 막고 외교적 수치를 막고 국정을 수습하는 유일한 지름길인데 박 대통령은 하야 언급 없이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는 이어 “이것은 한 마디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고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이간계"라며 박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표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분의 예상대로 국회에 공을 넘기고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극심한 정쟁이 일어나도록 ‘이간계’를 쓰는군요. 너무 안타깝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표 의원은 또 “일부 정치세력은 몰라도 다수 의원과 국민은 흔들리지 않는다"면서 과거 통했던 정치공작, 이젠 안통한다”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 당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박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평가절하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은 촛불의 민심과 탄핵의 물결을 잘라버리는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또 넘겼다"면서 "대통령 스스로 책임 및 반성은 없고 퇴진일정을 밝히지 않은채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일종의 퉁치기와 떠넘기"라며 강력하게 비판한 후 "야3당과 양심적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계속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박대통령의 하야 언급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와 비박계, 나아가 야권이 협의를 통해 원만한 국회결정을 이루기에는 상당한 진통과 시일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실현성 없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개헌논란등 다양한 필리버스터 형태로 시간을 끌면서 특검과 탄핵을 무력화시키는 꼼수"라는 지적이 야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어찌됐든 박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는 또 한번 정치권에 혼란을 주고 있다. 정상적인 탄핵의 절차가 진행될지 비박계의 협조가 흔들림없이 이루어질 지 탄핵을 앞둔 안개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 박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전문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오후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고 전하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대국민 담화 전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다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 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했던 여정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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