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가! 왜 그들은 열광하는가 '그땐 그랬지'
토토가! 왜 그들은 열광하는가 '그땐 그랬지'
  • 최세영
  • 승인 2015.01.1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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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경제 데일리스타]화장품 가게, 옷 가게 등 각종 매장이 즐비한 번화가는 항상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최근 소찬휘의 ‘Tears'가 길거리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는 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을 모아 약 20년 만에 무대로 내보냈다. 기존에 무한도전이 갖고 있던 파급력과 더불어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30~50대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은 토토가를 예능계 ‘전설’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사실 90년대 추억이라는 소재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유행이었다. 토토가를 비롯하여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영화 ‘건축학개론’과 ‘써니’,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까지. 이는 2015년 토토가에 와서 정점을 찍었다. 추억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들은 대개 실패하는 법이 없다. 90년대를 향유한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10~20대의 젊은 층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옛날 추억이 10년, 20년이 지난 뒤에도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자꾸 추억을 꺼내게 되는 것일까?

첫째, 추억 콘텐츠의 키워드는 공감이다. 여기서 ‘공감’은 기성세대와 신세대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나타난다. 기성세대는 90년대 문화의 주인공이다. 그 시절의 ‘주인공’으로, 그 세대만이 향유하던 문화와 감성에 자신의 왕년을 추억하고, 이입함으로써 90년대 그 자체의 정서를 공감한다. 신세대가 느끼는 추억 콘텐츠, 가령 영화, 드라마에 대한 공감은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들은 이 콘텐츠에서 그 시절의 정서를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요소에 공감한다. 예를 들어 ‘응답하라’ 시리즈와 ‘건축학개론’에서는 사랑, ‘써니’에서는 우정이라는 요소에 공감한다. 이들에게 90년대라는 설정은 그 자체로 공감할 수 없다. 단, 음악의 경우는 신세대에게 공감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음악은 개인취향을 많이 타고, 토토가와 같은 ‘보는 음악’은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것으로 공감보다는 공연의 기획력과 수용자의 자발성이 관건인 탓이다.

둘째, 추억을 통해 팍팍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다. “눈부시게 찬란했던 우리의 90년대!” 90년대를 추억할 때 유독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자주 사용된다. 과거를 찬란하게 여기는 데에는 시대 상황과 같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젊고’, 그 시대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이 가장 크게 기인한다. 이는 어느 세대에게나 마찬가지다. 어리고, 자유롭고, 앞날이 창창하던 그들은 어느새 아버지 어머니가 되어 현실에 치이고 지쳐있으며 자식세대들에게 이 시대의 주인공 자리를 넘겨주어야만 했다.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세대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난 상실감과 씁쓸함을 추억으로 보상받는다.

셋째, 추억은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가공된 것이다. 사람은 의지 혹은 무의지로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어 한다. 실제로 좋은 기억은 오래도록 간직하는데 반해 나쁜 기억은 빨리 잊는다. 또 당시에는 힘들고 괴롭게 느껴졌던 상황도 후에는 미화되어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겨진다.

혹자는 이를 두고 ‘추억팔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추억팔이가 아니다. 이 ‘추억팔이’를 통해 기성세대와 신세대는 세대격차를 극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기성세대의 문화는 그것을 다룬 각종 콘텐츠로 신세대 문화의 일부로써 자리하게 되었다. 과거가 현재가 되는 시점이자 이 둘이 진정으로 공존하게 되는 밑점이다. 3~50대는 이제 이 시대가 향유하는 문화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본인들이 즐기는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여건과 사회적 여유를 갖추고 있다. 문화에 관한 이들 세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이들이 있기에 90년대는 그저 지나간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추억이라는 소재는 꾸준히 사랑받아 왔고 앞으로 세대가 바뀌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혹은 흔히 하는 말처럼,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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