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하고 황당해도 안 볼 수 없어...
유치하고 황당해도 안 볼 수 없어...
  • 배원숙 기자
  • 승인 2011.01.24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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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판타지 로맨스를 사랑하는 이유

[데일리경제]지난 16일, 주말 저녁마다 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시크릿 가든>이 막을 내렸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등 숱한 명대사를 남기고 ‘시가 폐인’이라는 수많은 팬들을 낳은 이 드라마의 장르는 판타지 로맨스다. 남자 주인공인 김주원과 여자 주인공인 길라임이 마법의 술을 마시게 되고, 둘은 비가 올 때마다 영혼이 바뀌게 된다는 설정이다.

초반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혹평까지 들었지만 어느새 여성 팬들은 이 판타지 로맨스에 흠뻑 빠져들었다. 말도 안 되지만, 대신 그만큼 비범하고 특별한 사랑이라는 뜻이므로 여성들은 그 비범한 사랑에 열광하게 된다. 그리고 이 현실성 없는 설정이 판타지 로맨스의 메인 콘셉트가 되고 이는 드라마, 영화, 소설을 넘나들며 여성 팬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흥행 코드로 변신한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트와일라잇> <시간 여행자의 아내> <말할 수 없는 비밀> <렛 미 인> 등이 최근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인 판타지 로맨스로 꼽힌다.

비만 오면 남녀의 몸이 뒤바뀌는 묘한 관계(시크릿 가든), 알고 보니 구미호인 여자친구와의 사랑(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뱀파이어와 늑대인간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간 소녀(트와일라잇), 알고 보니 유령이었던 여자친구(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언뜻 보기엔 황당하게만 보인다. 그럼에도 판타지 로맨스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사실은 이런 황당함 속에 감춰진 특별한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공식은 남자 주인공의 정형화된 캐릭터. 현대판 백마 탄 왕자님인 남자 주인공은 재벌남, 비범한 힘을 지닌 뱀파이어, 천재 피아니스트 등으로 탈바꿈하며 여성 팬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두 번째는 비현실적인 장르를 극복하는 ‘생활의 리얼리티’다. 이 리얼리티는 주로 캔디 캐릭터인 여자 주인공에게 많이 적용된다. 그래야만 여성 팬들이 자신과 여자 주인공을 쉽게 동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사이를 훼방 놓는 악역은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이 악역은 미워할 수 없는 치명적 매력을 가짐으로써 악역만을 좋아하는 또 다른 팬층이 형성된다.

2011년에도 어김없이 이와 같은 공식을 지닌 판타지 로맨스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자는 1월에 출간된 소설 <아이 엠 넘버 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외계 행성에서 온 소년과 인간 소녀와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로리언 행성을 구할 운명을 타고난 특별한 존재인 남자 주인공과 발랄하고 귀여운 평범한 고등학생인 여자 주인공과의 풋풋한 사랑, 이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행성의 괴수들과의 전쟁 등 판타지 로맨스가 지닌 흥행 공식을 모두 갖췄다. 할리우드의 흥행마법사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 콤비의 선택을 받은 이 책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2월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트와일라잇>처럼 판타지 로맨스 소설과 영화가 거둔 동시 흥행의 신화를 <아이 엠 넘버 포>가 깰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밖에도 교통사고로 죽은 여자가 49일 안에 진실한 사랑이 담긴 세 사람의 눈물이 있으면 이승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드라마 <49일>도 방송을 앞두고 있고, 영화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4편 <브레이킹 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영어 작품 <뱀파이어>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판타지 로맨스는 앞으로도 쭉 그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특별 공식 안에서 얼마만큼 톡톡 튀는 상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흥행 결과가 갈릴 것이다. 2011년에는 어떤 양념을 가미한 판타지 로맨스가 또 대박 인기를 이어갈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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