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시론] 세기의 이혼, 세기의 위기
[박춘식 시론] 세기의 이혼, 세기의 위기
  • 박춘식 기자/논설위원
  • 승인 2024.03.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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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자료사진=SK 제공
최태원 회장/자료사진=SK 제공

이헌재 전 국무총리의 주례로 행사가 열리던 1988년 9월 13일.

이 날, 청와대 영빈관의 결혼식 주인공은 현 SK 최태원 회장과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소영 씨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전후하여 SK는 급성장의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유공' 과 '한국이동통신'의 인수 합병 등 사업 다각화의 노력은 SK 성장 원동력이 되었고, 2024년 오늘 2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현재의 대기업 모습을 갖추게 된 중요한 시기였다.

한국이동통신 인수,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당시 한국이동통신의 인수는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서 특혜를 받았다는 세간 의혹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관련된 부침도 많았다.

1988년 결혼식 이후 36년여의 세월이 흐른 오늘, SK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원장은 이혼소송을 시작한 지 6년여만의 법정에서 대면이 이루어지며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항소심 이혼 재판이 시작됐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계기는 최태원 회장이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2012년 이전부터 사실상 별거에 들어가면서 시작되었다. 2013년 1월 최태원 회장이 노소영 관장을 상대로 이혼 청구의 소송을 준비하였으나 법정구속 되면서 당시 계획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2월 최태원 회장은 세계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혼외 4살 딸이 있다'라며,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을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밝혀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혼과 이혼이 당사자들에게 있어 판단의 사안일 뿐,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일반인보다 좀 더 특수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때론 과할 정도로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 잣대는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이거나 하는 등등의 다양한 해석 기준을 갖고 있다.

아쉬운 점은 '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는 대한민국 실정을 고려할 때 최태원 회장의 이혼 전 혼외자식 및 동거 등의 과정은 상식적, 도덕적, 윤리적, 법률적 또는 종교적 범위에서 평가하려 할 때 어느 정도의 사회적 공감대를 갖을 수 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특히 SK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역사를 통해서 보이듯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라는 특혜시비에 휘말렸던 당사자로선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계적 위기가 다양하고 위협적 요소가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나 불균형 등에 대한 우려와 경제적 불확실성은 현재 민감한 문제이고 우리 모두의 현안 이기도하다.

이런 가운데 재벌 총수들에 대한 도덕성과 윤리성에 대한 엄격한 요구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이나 재산분배 등은 관심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세계 경제의 위기 상황만큼이나 가중되어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가운데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을 통해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감지되는 비난과 맞물리면서 최태원 회장이 풀어야 할 경영에 대한 위기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단지 위에 나열된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내부 경영진 가운데 존재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 경영진들 가운데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해 관계 협력사로부터 금품을 제공받거나 향응을 받는 등의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 자들이 고위직에 포진되어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SUPEX추구협의회의 미명과 선대 회장의 유훈에도 부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인사 검증 시스템이 갖고 있는 오류 또는 미흡 문제는 그룹의 내부 부패를 가속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여진다.

환부는 선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발견 즉시 과감히 도려내야만하고 빠를수록 좋다.

이는 미래에 대한 설계를 위해서가 아닌 현안적 생존 과제이다.

내우외환의 상황일지라도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기업의 저력을 기대해 본다.

박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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