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내 반도체 공장 운영과 경제안보 외교
중국내 반도체 공장 운영과 경제안보 외교
  • 이강국 前시안 총영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3.10.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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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 쑤저우에서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중국내 반도체 공장 운영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중국몽’ 기치를 높이 내걸자 미국 조야에서 중국의 야망을 알게 되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미중간 전략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중국제조 2025’ 제조업 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 차단을 위해 전방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반도체 산업 굴기를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기술 개발은 물론 단시일 내에 기술 확보를 위해 거대한 펀드를 조성해 놓고 반도체 기업 인수를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렇지만 독일 반도체 회사인 ‘아익스트론(AIXTRON)’은 거의 인수단계에까지 갔으나 미국의 견제를 받아 실패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안보 전략 차원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부상과 기술 절취 등을 막고자 2022년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였다.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미국 기업이 중국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다. 다만, 중국 내 생산시설을 외국 기업(multinationals)이 소유한 경우에 대해서는 개별적 심사로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중국에 여러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받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우리의 경제안보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게 된 것이다. 다행히 한미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중국 내에서 운영 중인 삼성반도체, SK하이닉스 반도체 등 한국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1년 동안 수출 통제 유예를 받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시적인 유예조치는 기업 운영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공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장비를 상시 점검하고 문제가 있는 장비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조치의 유예 연장을 호소해 왔고, 한국 정부도 추가 연장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해 왔고, 그 기반 위에서 작년 바이든 대통령 방한, 올해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미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공급망과 수출 통제와 관련, 긴밀한 공조 의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왔다. 아울러, 외교장관, 국가안보실장, 외교차관 등 각급 레벨간 협의 계기에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드디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별도 허가 절차 없이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제 적용을 무기한 유예한다고 통보해 왔다. 두 회사의 중국 내 반도체공장을 미 수출관리 규정에 따른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Validated End User)로 지정해 앞으로 별도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하겠다는 최종 결정을 전해온 것이다.

반도체 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무기한 연장되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출통제 유예 조치가 중국 내 공장의 안정적 운영을 좌지우지할 핵심으로 보고 있었다. 이로써 그동안 쌓여 왔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번 결정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며,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 규제를 유예하는 규정을 관보에 게재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10월 13일(현지시간) 관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VEU 규정을 개정한다고 알린 것이다.

한편,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현지 공장에 대해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조치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한다는 방침을 한국 정부에 최종 통보한 가운데,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1년 재연장 조치가 유력해지면서 양국 대표 반도체기업 간 희비가 엇갈렸다고 보도했다. 대만 정부는 10월 13일 미국이 TSMC에 부여한 대중 반도체 규제 적용 면제를 연장했다고 발표했으나, 연장 정도가 1년인지, 무기한인지에 대해서는 상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미중 대결 과정에서 굳어지고 있는 디커플링과 자국 위주의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것이 경제안보 전략의 중요한 과제다. 경제와 안보가 연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운명을 기업에만 맡길 수 없으며, 기업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유지는 기업의 생존을 넘어 한국 경제의 생존, 대한민국의 안녕이 걸린 문제다. 정부가 기업들과 소통하면서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야 하며, 치열하게 협상을 해야 한다.

이번 반도체 장비 유예 조치의 무기한 연장은 정부의 전략과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사례이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이 반도체 수출 통제 무기한 유예하는 결실을 보게 된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기술 패권경쟁이 가열되는 형국에서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다방면의 영역에서의 대결과 디커플링이 혼재함에 따라 한국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는 앞으로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인 만큼 치밀한 전략과 민관협력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해당 국가가 국내제도로의 도입 이전에 정보를 신속히 파악하고 협의하는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하여 우리 기업에게 불리하지 않은 환경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위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는 중국 연수, 주중국대사관, 주상하이총영사관, 주시안총영사관 근무로 13년 7개월 동안 중국에서 생활했다. 미국 UCSD에서 공부하였고, 주베트남대사관과 주말레이시아대사관에서도 근무하였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정책』, 『대한민국 나침반 역사속의 위인들』, 『한중수교 30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저술하였으며, 현재는 성균관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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