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비교 분석을 통한 ‘한국 노동정치의 유형
한미일 비교 분석을 통한 ‘한국 노동정치의 유형
  • 박춘식 기자
  • 승인 2023.08.0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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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지원’과 ‘공공정책’ 등 상호 “정치적 교환”의 구조화 필요

 

한국 노동정치의 지배적 패러다임은 산별노조와 건설과 노동자 중심의 좌파정당의 발전, 양자의 이념/강령적 연계를 모델로 하는 서유럽형 사민주의 노동정치였다. 2004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사례가 대표적 예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의 노동정치는 가장 피해야할 퇴행적 경로로 인식되기도 했다. 양당과 연계를 통해 노동이익을 반영하려던 한국노총의 정치활동에 대한 학술적 관심도 드물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한세대를 거치며 산별노조와 좌파정당의 조건을 갖추는 과제에서 진전보다 좌절과 혼란이 거듭되며, 다양한 국가의 노동정치를 살펴보고 다른 발전의 길도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브리프는 노동의 권력자원이 많지 않고 리버럴정당 위주의 정치 환경을 가진 미-일에서 구현되는 <이익교환형 노동정치>의 비교사례분석을 토대로 한국에서 출현한 두번째 유형의 노동정치를 분석한다. 

미국과 일본은 낮은 노동조합조직률, 분권화된 교섭구조, 취약한 좌파정당 등 노동의 권력자원이 많지 않은 국가라는 점에서 적어도 서유럽보다는 우리와 공통분모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양국의 노사관계, 정당체제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노동조합과 리버럴정당 간 <이익교환의 정치>패턴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양국 노동조합은 정당에 막대한 선거자금과 선거운동 및 조직표를 제공하는 대신, 정당은 노동조합이 요구하거나 親노동 공공정책을 실현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리버럴정당이 노동정당을 표방하거나 이데올로기적 지향이 뚜렷하지 않아도 조직노동과 연계에 대한 유인이 큰 이유는, 민주주의의 정치과정의 핵심이 선거경쟁에 있어서다. 민주주의란 공공정책의 통제권을 두고 정당 간 선거경쟁을 제도화한 정치체제이다. 대중정치 시대에 선거경쟁을 이끄는 두 가지 권력자원은 ‘표’와 ‘돈’이다. 조직률이 높지 않아도 ‘노동조합’은 그 사회에서 정당을 취약하게 만드는 표와 돈을 가장 크게 가진 시민집단이자, 최고로 ‘조직’화된 시민이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노동정치의 시도가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보수정당과 민주당계 정당 모두를 대상으로 했으나, 2017년 대선을 기점으로 민주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노총과 양당 간에는 노동조합 출신 의원, 노동위원회 등 공식적 상호작용의 토대가 미·일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존재한다. 또한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의 경우 노조에게 정치후원금을 받고, 21대 총선에서 노총은 중앙과 산별에 유세단을 구성해 민주당에 적극 결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등 법·제도의 제약으로 노동조합이 당에 제공하는 자원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우며, 정당이 노동부문에 제공하는 정책이익도 안정적이지 않다. 미·일 사례와 같이 노동조합과 정당이 지지와 정책을 교환하며 배타적 관계로 자리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추후 한국 노조와 정당이 ‘선거 지원’과 ‘공공정책’이란 “정치적 교환(political exchange)”이 안정적으로 구조화되어 ‘노동 있는 민주주의’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지속적 관찰과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은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현곤)이 미래전략에 대한 심층분석 결과를 적시 제공하는 브리프형 보고서인 「국가미래전략 Insight」제73호(표제: 민주화 이후 한국의 노동정치 – 한미일 비교 분석 / 7월31일)발간의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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