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66 ] 인간의 운동능력과 와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66 ] 인간의 운동능력과 와인
  • 변연배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1.05.27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ingcanary

2017년 5월 6일 이탈리아의 몬차에 있는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 트랙에서 역사적인 레이스가 열렸다. 하지만 레이스는 자동차 경주가 아닌 마라톤 경주였다. 스포츠 용품 회사 나이키가 풀 코스 마라톤에 대한 인간기록의 한계로 여겨지는 2시간의 벽을 깨기 위해 마련한 ‘브레이킹 2’로 불리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그전까지 42.795km의 마라톤 풀 코스 세계 최고 기록은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가 2014년 베를린 국제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2분 57초였다. 마라톤은 1896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최초로 공식 종목에 채택되었다. 하지만 현재의 공식 거리인 42.195km는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최초로 채택된 이후 공식화된 것은 1921년 이후이다. 올림픽에선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부터 이 거리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1912년과 1920년 올림픽에선 각각 40.2km와 42.75km를 사용했다.

 마라톤의 역사적인 유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기원전 490년 아테네와 페르시아 사이에서 발생한 마라톤 평야 전쟁에서 페이디피데스가 발로 뛰어서 아테네로 승전 소식을 전한 뒤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페이디피데스가 달렸던 거리는 200km정도였는데 이틀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현재의 공식 거리는 마라톤의 유래와는 상관없는 셈이다.

42.195km는 1908년 런던 올림픽의 마라톤 코스인 윈저 성 동쪽 베란다와 화이트 시티 운동장 간의 거리로서 다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다.         

마라톤 기록은 종종 인간 능력의 한계를 상징한다. 그래서 마라톤 기록의 추이를 살펴보면 인간이 어떻게 운동능력의 한계를 연장해 왔는지를 알 수가 있다. 국제 육상연맹이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 측정한 42.195km 기준 세계기록은 2시간 55분 18초이다. 요즘은 웬만한 아마츄어 선수들도 3시간 이하를 뜻하는 서브 쓰리를 달성한다. 풀 코스 마라톤을 수십 번 완주한 필자의 최고 기록 3시간 18분 21초와도 23분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17년이 흐른 1925년에는 미국의 앨버트 마이클슨이 2시간 29분 1초를 기록하여 2시간 30분대를 돌파했다. 올림픽에선 2시간 30분대 돌파에 11년이 더 걸렸다.

1936년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2시간 29분19초를 기록하면서 2시간 30분대를 깼다. 그리고 또 42년이 흐른 후인 1967년 일본 후쿠오카 마라톤에서 드디어 2시간 10분대가 깨진다. 호주의 데릭 클레이턴이 2시간 9분 36초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 5분을 더 줄여 2시간 5분대가 깨지는 데에는 36년이 또 다시 걸렸다. 케냐의 폴터 갓은 2003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2시간 4분 55초를 기록한다. 그리고 2014년에는 데니스 키메토가 2시간 2분대에 진입했다. 1908년 이후 53분을 줄이는데 106년이 걸렸다.    

인간의 마라톤 기록이 2시간 2분대에 진입하자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인간이 2시간대를 깰 수 있는가에 쏠렸다.  
2시간안에 42.195km를 뛰려면 100m를 17.06초 이내에 달려야 한다. 보통 사람으로선 전력질주를 해도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이에 나이키는 2시간대 돌파를 목표로 치밀한 준비를 한다.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여 최적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효율적인 코스 환경을 만들었다. 그리고 최첨단 기술의 운동화와 적정량의 에너지 및 수분을 공급하였다. 서두에 언급한 ‘브레이킹 2’ 프로젝트다. 이 실험에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공식기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2시간 25초를 기록한다. 이 실험은 아쉽게도 25초 차이로 실패했지만 2시간대 돌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난 바로 직후인 2018년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한 킵초게는 2시간 1분 39초의 공식 세계 신기록을 세운다. 그리고 1년 후인 2019년 킵초게는 다국적 화학 회사인 IONES의 도움을 받아 다시 한번 2시간 돌파에 도전했다. 41명의 대규모 페이스 메이커를 동원하여 킵초게를 V자형으로 둘러싸고 바람의 저항을 줄여주는 등 최적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레이스에서 킵초게는 드디어 2시간대를 돌파한다.

기록은 1시간 59분 40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인간이 드디어 마라톤에서 1시간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는 평균 시속 21.2km에 해당한다. 초속은 5.88m이다.

 1991년 마이클 조이너라는 생리학자는 마라톤에서 인간의 한계가 1시간 57분 58초라고 주장했는데 이제 그 한계점 근처까지 다다른 것이다. 참고로 현재 여자마라톤의 세계기록은 2시간 14분 04초이다. 우리나라의 최고기록은 2000년 이봉주가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7분 20초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올 2월 2시간 4분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인간의 운동능력을 동물에 직접 비교하거나 동물이 올림픽의 각 종목에서 인간과 겨룬다면 인간이 우승을 할 수 있는 종목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인간에게 유리한 종목을 하나 든다면 단연 오래 달리기이다. 인간은 오래 달리기에 가장 적합한 포유동물이다. 유인원 중에서는 인간만이 두발로 뛴다. 

이 종목에서 인간은 말을 이기기도 한다. 영국에서1980년부터 40년간 이어져 오는 35km 자연 코스에 벌어지는 인간과 기수가 탄 말의 오래 달리기 대결에서 2번은 인간이 우승했다. 말의 최고 시속은 88km에 달해 100m 기록 9.58초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간인 우사인 볼트의 평균 시속 37.5Km, 최고 시속 44km보다 2배나 빠르지만 오래 달리기는 인간도 말에 못지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달릴 때 나오는 체열 때문에 15분 이상을 달리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은 직립을 하면서 맨 살과 땀샘 덕분에 체온을 조절할 수가 있어 오래 달릴 수가 있다. 반면에 탈수가 쉽게 되는 약점도 있다.        

빨리 달리기는 치타가 우승자이다. 치타의 순간 최고 시속은 115km에 이른다. 100m를 6초안에 도달하는 속도이다. 하지만 600m이상을 유지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인간도 최소 8초대 후반까지는 뛸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지구력에선 낙타도 뛰어나다. 네발로 걷는 낙타의 시속은 16Km밖에 되지 않지만 160Km를 16시간에 주파한다. 하지만 인간이 160Km를 뛴 최고 기록은 11시간 46분으로 낙타를 압도한다. 육상 동물은 아니지만 제비는 3일 동안 4600km를 비행하여 최장 14400km를 이동한다. 

신장이 1m에 불과한 사슴의 일종인 클립스프링거는 8m 높이까지 점프한다. 현재 인간은 장대를 사용해도 높이뛰기 세계기록은 6m17cm이다. 몸길이 3.3cm인 벼룩은 33cm를 뛴다. “뛰어 보았자 벼룩이다”가 아니다. 사람의 크기로 보면 150m가 넘는다. 멀리뛰기 최고기록은 시베리아 눈표범이 갖고 있다. 한 번에 15m를 뛴다. 인간의 최고기록은 9m85cm 이다. 몸크기에 따른 비율로는 6m를 뛰는 다람쥐가 챔피언이다. 인간으로 치면 56m정도를 뛰는 셈이다. 인간은 자기 몸무게의 2배 이상을 들기 힘들지만 일부 개미종은 자기 몸무게의 100배를 든다.  

원래 물고기가 조상인 인간은 역설적으로 물에서는 동물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황새치의 최고 시속이 100km에 달하는데 비해 인간의 최고 기록은 자유형 50m 기준으로 20초91이다. 시속 8.6km 남짓하다. 이와 같이 인간은 오래 달리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운동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떨어지지만 발달된 두뇌와 도구를 이용하여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오늘날 인간이 개발한 우주선의 최고 속도는 시속 26만Km(목성 탐사선 주노)에 이른다. 그리고 골리앗 크레인은 한번에 3만톤을 들어 올린다.  

와인은 알코올에 의한 영향 등 지나치지만 않으면 건강에 좋은 성분이 많다. 또 사람의 운동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와인속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내 미토콘도리아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사람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장과 혈류를 개선하고 강도높은 운동을 할 때 유산소 처리능력을 향상시켰다. 한잔의 레드 와인에는 하루에 필요한 폴리페놀의 4분의 1을 함유하고 있다. 또 화이트 와인에 함유된 실리콘 성분은 골밀도를 높이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캐나다 앨버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잔 정도의 레드 와인을 마시면 레드 와인에 함유되어 있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이 신체의 운동능력과 근육의 강도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와인 한 잔의 효과가 무려 한 시간의 운동효과가 있다고 한다. 워싱턴 주립대학과 하버드대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 황산화 물질은 체내 지방을 태우기 쉽게 변형시켜 비만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 한 두 잔 정도의 와인이 인체내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운동선수들의 경쟁심과 성취감을 고취시킨다는 영국 킹스턴 대학의 연구도 있다. 

하지만 알코올 자체는 소량일 경우 운동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일정량을 넘어가면 대부분의 경우에 오히려 운동능력을 저하시킨다. 알코올이 대뇌에 영향을 미쳐 정보처리능력, 신체 균형감의 유지, 문제해결능력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경기 전날 밤이나 경기후에 섭취하는 알코올은   두통, 피로감, 구역질, 신체 통증 등을 유발하여 운동능력을 저하시킨다. 프로 야구 초창기 일부 선수들이 경기 전날 술을 잔뜩 마시면 공이 더 잘 보여 홈런을 쳤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희박하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음주를 하는 운동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 부상의 위험이 커지고 신체 회복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음주를 하는 경우라도 최소한 경기 48시간 전에는 알코올의 섭취를 금지하고 운동후라면 반드시 수분을 보충하고 음식을 먼저 섭취한 다음 천천히 마실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권고는 일반인이 몸을 만들기 위해 피트니트 센터에서 운동을 한 후에 와인을 마시는 경우에도 유용하다. 특히 체육관에서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난 후에 바로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신체는 알코올을 독성물질로 인식하여 신체 대사기능이 방해를 받아 탈수를 촉진하고 근육의 합성과 회복이 저하된다. 와인을 마셔도 운동 후 최소한 한 시간 정도 지나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 두 잔 정도의 와인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120ml와인 한잔은 와인 종류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보통 100kcal 정도가 된다. 밥 한 공기가 대략 300kcal정도 이니 와인 한잔의 열량은 밥 반 공기가 채 안 된다. 

적당히 마시는 와인은 신체적인 건강과 운동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만 좋은 사람과 즐겁게 마시면 무엇보다도 정신건강에 좋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와인을 계속 마시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