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획시리즈 '한국과 러시아를 말한다]20년간 한러문화교류 앞장서 온 푸쉬킨하우스 김선명 원장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러시아"
[특집=기획시리즈 '한국과 러시아를 말한다]20년간 한러문화교류 앞장서 온 푸쉬킨하우스 김선명 원장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러시아"
  • 이지연 기자
  • 승인 2021.04.0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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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4차 산업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의 파트너

■편집자주: 1990년 9월30일 한국과 러시아는 국교를 수립했다. 한러 양국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20~2021년을 한러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했다

데일리경제는 ‘한러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사단법인 한러협회와 공동으로, 한러 교류 활성화 및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저명인사 및 관련 기업인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미래지향적인 양국 발전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김선명 원장
김선명 원장

김선명 원장은  2002년에 개원한 러시아교육문화센터 푸쉬킨 하우스를 이끌고 있다.

뿌쉬낀하우스(이하 푸쉬킨하우스, 뿌쉬낀은 푸쉬킨의 원어에 가까운 표기) 김선명 원장은 러시아 문화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선명 원장은 “대부분의 대사관 산하에 문화원이 존재해 자국의 문화를 전파하였던 것에 반해 주한러시아대사관 산하에는 문화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정부가 하지 못한다면 민간에서라도 러시아 문화원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김 원장이 문화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김원장은 “오랜 기간 이념적 적국의 위치에 있었음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1990년 수교를 맺은 지 12년이 지난 2002년 당시에도 공식적인 문화원이 없어 민간에서라도 러시아 문화원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작은 사명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푸쉬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위대한 시인이자 소설가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라는 시를 남긴 러시아 근대문학의 창시자이며 동시에 국민시인으로 통한다.

김 원장은 문화원 역할을 수행할 기관명을 푸쉬킨 하우스로 정했다.

“독일에 괴테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푸쉬킨이 있으니까요. 푸쉬킨은 보통 러시아인들이 ‘우리의 전부다’라고 말할 정도로 러시아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 김원장은 푸쉬킨하우스의 모델로 독일문화원 역할을 수행하는 괴테하우스(괴테 인스티튜트)를 들었다. 이곳도 애초부터 정부 기관은 아니었지만, 현재에는 준정부 기관과 같이 정부 지원 하에 전세계에서 문화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푸쉬킨하우스 전경
푸쉬킨하우스 전경

푸쉬킨하우스는 문화원을 자처하며 개원해 개원 당시부터 문화원이 하는 모든 업무를 수행했다. 러시아어 교육, 러시아 학교 소개 및 유학 상담, 러시아 문화 행사 주최 및 러시아 전통문화 행사 등이 주요 업무였다.

김원장은 2005년 러시아 콘텐츠만을 출판하는 출판사를 설립해 러시아어 교재 및 문학 등 다양한 러시아 관련 서적을 출판하고 있기도 하다.

“2003년부터 러시아의 푸쉬킨언어대학 및 즐라토우스트 출판사와 협약을 맺고 러시아 기관들과 교류를 시작했고, 2005년부터 주한러시아대사관과 협업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2005년 개원 3주년 기념 율리 김 초청 콘서트를 열면서 활발한 문화 활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가 러시아..한러수교는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국과 러시아 수교는 어찌보면 1884년 조러수호통상조약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될 듯 싶다.

김 원장은 한러수교에 대해 “1884년 조러수호통상조약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한러 재수교 30년이 옳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한러수교가 근 140년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다른 나라와의 외교 관계에서는 그 역사의 흔적을 찾아 최대한 기간을 연장시키려는 데에 반해, 러시아와의 관계에 있어서 아직도 우리는 매우 보수적”이라면서, “광복 후 남북 분단의 원흉, 한국 전쟁을 사주한 우리의 적국, 한 세기 가까이 사회주의의 원조국이었다는 이념적 색깔 논리”를 원인으로 들었다.

이어 “단 50여 년 간의 단절기로 인해 130년이 넘는 관계는 온데간데 없이 수교 30주년이 되었습니다. 정확히 말해서 2020년은 ‘한러 재수교 30년’이라 칭해야 옳을 것 같다”면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는 한국에 대한 아무런 정치적 터부가 없다는 것이지요.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러시아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원장은 한러수교 30년 동안 양국 교류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한러 관계에는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이해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요. 30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여전합니다. 서로를 잘 이해하기 위해 특히 한국민의 러시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모든 분야에서 협업하기 좋은 최상의 파트너"

김원장은 한국과 러시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4차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협업하기 좋은 최상의 파트너라는 견해를 밝혔다.

“러시아는 문화 강대국이며 한국의 문학, 발레,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 예술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문화 전반에 걸친 심오하고 아름다운 예술적 깊이는 러시아의 정치나 이념을 뛰어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차적으로 러시아를 선입견 없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가운데 우리는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문화적으로 교류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김원장은 한국과 러시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 방향에 대해 더 많은 교류와 인식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내비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선명원장은 “지금의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도 아니고, 개방 초기처럼 못사는 빈곤국도 아니며, 또 무조건 답습해야 할 문화강대국도 아니다”고 했다.

“현재 한국은 문화강대국이 되었으며, 러시아의 빛나는 고전예술과 한국의 현대예술은 협업을 통해 발전 가능하며, 경제, 사회, 정치 등으로 확장 가능합니다.”

김 원장은 “러시아와 관련해 정확한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인식을 하고, 서로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10년 후 인터뷰에서 좋은 인식의 변화를 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을 말했다.

푸틴대통령과 김선명원장
푸틴대통령과 김선명 원장

■"'율리 김, 빅토르최 ' 그들은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러시아의 상징"

김 원장은 이같이 한러문화교류 확대를 위해  지금까지 많은 문화행사를 기획, 진행해 왔다.

김 원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개원 3주년 기념 문화행사였던 ‘율리 김, 자유를 노래하다’ 공연이다.

“러시아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의 시가 나오고, 러시아인들에게 그의 노래는 민요로 인식될 정도이며, 러시아문학사에 그의 이름이 등장할 정도의 위상을 가진 음유시인인 율리 김이 그의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지요. 그를 초청한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김원장은 “자신을 러시아인으로 인식하고 살아왔던 고려인 시인에게 고향을 알려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 동포가 러시아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면서, “그리고 저 자신에게 고려인의 문제를 되새기게 했다.”고 했다.

이후 아나톨리 김의 자전 소설을 출판하고, 빅토르 최의 탄생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고 그의 전기, 소설 등을 출판하는 등 고려인과 관련된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푸쉬킨 동상건립, 톨스토이 전집출간등 문화행사..한국 화가들의 창립 20년 활동 기념한 전시회 큰 감동 "

김원장은 2013년 세 기관이 함께 세운 푸쉬킨 동상 건립, 매년 해오고 있는 푸쉬킨페스티벌과 푸쉬킨시낭송회, 톨스토이 전집 출간, 작년 한러수교 30주년 기념 사바틴 전시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도 얼마 전 한국의 화가들이 푸쉬킨 하우스 20년 활동을 기리는 전시를 열어주었습니다. 저희가 2002년에 개원했기 때문에 햇수로 20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앞만 보고 왔는데, 저희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여 자발적인 전시를 한국의 화가들이 열어준 것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로 합동 전시를 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매년 한러 합동 전시를 통해 화가들의 교류가 활성화되도록 역할을 해야할 것 같다”면서 감사한 숙제가 주어진 셈이라고 표현했다.

김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지만, “작년 말 강동문화재단과 협약을 맺고, 한러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올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업무라고 했다.

■"2021년 '러시안시즌' 한국으로..문화단체 파견하는 프로그램, 민속공연등 강동구와 진행 예정"

“올해는 러시아가 자국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한 나라를 지정해 문화단체를 파견하는 프로그램인 ‘러시안시즌’이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해로서 저희는 강동구와 많은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민속공연, 전시, 톨스토이 흉상 건립 등이 그것입니다. 이외에도 강동구와 함께 계획한 많은 장기적인 사업들이 있습니다.”

푸쉬킨하우스의 자체적인 사업으로는, 올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고, 올해 말 ‘톨스토이 번역문학상’을 제정할 계획에 있다고 했다

“번역문학상은 오래 전부터 계획해 왔던 일로서 한국 내에 러시아문학 번역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겨왔습니다. 아직 러시아문학의 번역은 다른 언어권에 비하여 가독성이 떨어지며 오역도 많습니다. 번역은 창작보다 어려운 작업으로 타고난 재능도 필요하지만 번역에 관심을 갖는 젊은 인재가 필요하고, 양성되어야 합니다. 젊은 번역가를 양성하기 위해 모멘텀을 위해 번역문학상 제정이 필요합니다”.

■"러시아는 한국과 정치적, 영토적 분쟁이 전혀 없는 4대 강국 중 하나"

김 원장은 앞으로의 한러관계는 더 발전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까운 나라는 적이 되기 쉽고, 멀리 있는 나라는 친구가 되기 쉽습니다. 러시아는 한국과 정치적, 영토적 분쟁이 전혀 없는 4대 강국 중 하나입니다”라면서, “남북의 통일을 아무 조건 없이 찬성하고 지지하는 유일한 4대 강국 중 하나입니다”라고 했다.

김원장은 “다시 말해 친구가 되었을 때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라이지요. 한국 정부는 한러관계의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고, 등거리 외교를 통해 현명한 방식으로 경제협력을 도모하다 보면 남북 관계까지 개선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라고 향후 한러 관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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