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9 ] 사케와 와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9 ] 사케와 와인
  • 변연배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1.02.18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okoromedia
kokoromedia

사케와 와인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10여년 전을 전후하여 우리나라에서 소비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리고 젊은 층과 여성이 선호한다는 점도 닮은 점이다. 알코올 도수가 서로 비슷한 점도 있을 것이다.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 2019년 중순 이후 한일관계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꺾였던 사케의 소비가 그 해 말에는 회복추세로 들어섰지만 2020년에는 팬데믹의 영향으로 또다시 소비가 크게 하락하였다. 반면 와인은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가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사케가 일식집이나 이자카야에서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경우가 많아 혼술에 익숙하지 않은 반면 와인은 집에서 음식 없이 간단한 안주만으로도 혼자 마시기가 용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완화됨으로써 사케의 소비는 다시 늘어날 것 같다. 

matcha
matcha

사케는 근래들어 유럽에서도 시장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는데 특히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의 소비추세가 눈에 뛴다. 2017년 한 해에만 프랑스가 일본에서 수입한 사케의 물량이60%나 증가하였다. 파리에는 사케바가 생기고 이제는 매년 “사케 박람회(Salon du Sake)”가 열리고 있을 정도다. 사케 동호회 격인 “사케 소셜 클럽”도 이곳 저곳에 생겨 시음회 1회 티켓이 10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또 프랑스의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처럼 지난 가을에 수확한 햅쌀로 만든 햇 사케인 “사케 누보(Sake Nouveau)”도 거꾸로 프랑스에서 출시되었다. 

nippon
nippon

명칭은 통상 사케(酒)로 불리지만 니혼슈(日本酒)라 부르기도 한다. 원래는 술(酒) 자체를 의미했지만 이제는 특정 종류의 술을 나타내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영어로는Sake로 표시한다. 청주(淸酒, 세슈)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정종(正宗)은 일본어로 마사무네로 읽는데 원래 일제 시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사케의 특정 상표명이다. 지금은 정종이 한국에서는 사케를 나타내는 일반명사가 되었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일본소주(日本燒酒, 니혼소츄)는 사케가 아니다. 양조방법도 다르다. 사케는 쌀과 누룩, 효모를 넣어 자연 발효시킨 15도 내외의 양조주인 반면 소츄는 쌀을 비롯 보리, 고구마, 감자, 밤 등 다양한 원료를 발효시켜 한 번 더 증류해서 만드는 증류주이다. 도수는 25도에서 45도까지 다양하다. 일본에서도 한 때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소주처럼 주정에다 물을 희석하여 대량 생산하는 소주가 있었으나 현재의 일본소주는 증류방법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은 증류주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안동소주도 비슷한 방법으로 증류한 증류주이다. 

사케의 품질은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다소 복잡한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원료로 쓰이는 쌀의 도정 정도를 나타내는 정미보합(精米步合, 세이마이부아이), 양조용 알코올의 첨가 여부, 특별한 양조법을 사용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일본 주류조합법의 규정에 따라 나누는 등급이 있다. 이 분류는 아예 제품명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사케 이름만 보고도 품질을 알 수가 있다. 

준마이슈(純米酒): 한자의 뜻 그대로 양조용 쌀만 그대로 사용하여 빚은 술이다. 가장 역사가 오래 되었다.

토쿠베츠준마이슈(特別純米酒): 준마이슈중에서도 정미보합 60% 이하의 쌀을 사용하거나 특별한 양조법을 사용한 상위 등급이다. 여기서 정미보합 60%는 현미를 기준으로 40%를 깎았다는 뜻이다.

혼죠조슈(本醸造酒): 양조과정에서 알코올을 첨가해서 빚은 술이다. 정미보합 70% 이하와 알코올의 양이 총중량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꼭 준마이슈의 하위등급이라 볼 수 없다.

토쿠베츠혼죠조슈(特別本醸造酒): 혼죠조슈 양조법을 사용했으나 정미보합 60% 이하의 쌀과 특별한 양조법을 사용해서 빚은 술을 말한다.

긴죠슈(吟醸酒): 정미보합 60% 이하의 쌀을 사용하고, 긴죠 계열의 효모와 소량의 알코올을 첨가한다. 긴죠 양조법으로 극저온에서 저속 발효하여 술에서 과일 계통의 향이 난다. 지역이나 개별 양조장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낸다는 평가가 있다. 고급 카테고리에 속한다.  

준마이긴죠슈(純米吟醸酒): 긴죠 양조법으로 만들되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는다. 긴죠슈의 상위 등급이다. 

다이긴죠슈(大吟醸酒): 알코올을 첨가하지만 정미보합 50% 이하의 쌀로 빚는다. 긴죠슈 카테고리의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된다. 

재팬허브
재팬허브

준마이다이긴죠슈(純米大吟醸酒): 정미보합 50% 이하의 쌀로 빚고 알코올을 첨가하지 않는다. 최상위 등급이다. 
20% 이하로 깎는 제품은 최상품에 속한다. 

그리고 정미보합 71% 이상의 약간 질이 떨어지는 일반미를 사용하면서10% 이상의 주정과 감미료 등을 첨가하는 대중주는 보통주(普通酒, 후츠슈)라고 한다. 전체 사케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대량 생산하는 술이다. 

그러나 주정에다 감미료나 향신료를 첨가하여 사케와 유사한 맛을 낸 합성청주(合成淸酒, 고세세슈)는 사케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대부분 900ml나 1800ml의 팩으로 출시되는데 소매점에서 보통 1800ml 한 팩에 우리 돈 5000원 정도로 가격이 싸다. 간혹 한국의 이자카야에서 사케라고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팩에 “合成淸酒”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알코올 도수는 16도를 넘을 수 없다. 참고로 팩에 담긴 사케라 해서 모두가 품질이 낮은 것은 아니다. 팩이지만 상위 등급의 사케도 판매되고 있다. 용기의 재료비가 낮아 가성비가 좋은 장점이 있다. 다만 규모가 작은 지역 양조장은 팩을 만들 시설이 없어, 팩에 담긴 사케는 대부분 대기업 계열의 양조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사케의 품질을 나타내는 또 다른 요소로 주미(酒米, 사카마이) 혹은 주조호적미(酒造好適米, 슈소코데끼마이)로 불리는 양조용 쌀이 있다. 주미는 와인에 사용되는 포도의 품종과 같이 사케의 원료가 되는 쌀의 품종을 나타낸다. 사케 라벨에 표시되는 주요 정보 중 하나이다. 

쌀 한 알을 분석해 보면 바깥 부분은 주로 단백질과 지방질로 되어 있고, 심백(心白, 신빠쿠)으로 불리는 쌀알의 중심부로 갈수록 탄수화물인 전분의 구성비가 높아진다. 그런데 밥을 해먹을 때는 단백질과 지방질이 고소하고 밥맛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술을 빚을 때는 잡내를 내거나 술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심백 부분이 많아질수록 술 맛에 풍미가 더해진다. 그래서 쌀 바깥 부분을 가능한한 많이 깎는 것이다. 많이 깎을수록 꼭 술 맛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산량이 적어지고 양조하기가 어려워 보통 많이 깎을수록 가격도 높아진다. 

99%를 깎아서 정미보합이 1%에 이르는 것도 있는데 수백만원대에 팔린다. 이에 따라 좋은 주미의 특징은 도정하기 좋게 쌀알이 굵고 단단하다. 그리고 지방질이나 단백질 대신 당분을 함유한 전분의 비율이 높다. 일본에는 지역에 따라 아래와 같은 유명한 주미의 산지가 있다. 또 와인처럼 다른 지역의 주미를 섞어서 블렌딩하기도 한다.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주미의 왕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품종이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널리 쓰인다. 2018년 기준, 전국 주미 생산량 기준 1위이며 효고현에서 60%를 생산한다. 맛이 짙고 풍성하다. 

고햐쿠만고쿠(五百萬石): 전국 생산량 2위로 니가타현이 주산지이다. 산뜻하고 깨끗한 맛이다. 

미야마니시키(美山錦): 전국 생산량 3위로 냉해에 강해 북쪽인 나가노현이 주산지이다. 부드럽고 뒷맛이 깔끔하다. 

오마치(雄町): 전국 생산량 4~5위로 재배하기가 어려우나 쌀알이 굵어 쌀을 많이 깎는 고품질 사케 용으로 많이  쓴다. 히로시마와 후쿠오카가 주산지이다. 맛이 와인의 풀 바디처럼 풍만하다. 

기타 지역별로는 홋카이도의 긴푸(吟風), 돗토리현의 고우리키(强力), 히로시마현의 핫탄니시키(八反錦), 야마가타현의 카메노오(亀の尾)가 유명하다. 

그리고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를 표시하기도 한다, 와인의 효모를 사용하는 제품도 있다. 어느 지역의 물을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 교토의 고코우스이(御香水), 효고현의 미야미즈(宮水), 그리고 토쿠시마현의 아나부키강(穴吹川)의 강물이 양조에 좋은 명수로 알려져 있다.  

탄닌, 당도, 산도에 따라 와인을 평가하듯 사케도 맛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드라이한 정도를 나타내는 표현에는 아마구치(甘口)와 카라구치(辛口)가 있는데 아마구치가 스위트한 맛이라면 카라구치는 드라이한 쪽이다. 바디감의 정도를 나타낼 때에는 탄레이(淡麗)와 노코(濃厚)라는 표현이 있는데 탄레이는 가벼운 쪽을, 노코는 깊이가 있는 쪽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네 가지를 조합하여 여러가지 맛을 표현한다. 이를 테면 “탄레이 카라구치”는 바디감이 가벼워 은은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을 말한다. 

그 밖에 자주 쓰는 용어로, 켄슈(原酒)는 물로 희석하지 않은 양조한 그대로의 사케이다. 나마자케(生酒)는 열처리를 하기전의 효모가 살아 있는 상태의 술을 지칭한다. 나마초조(生貯藏酒)는 생주 상태에서 숙성을 한 후 병입 바로 전에 열처리를 하는 술을 말한다. 반면에 숙성전에 열처리를 한 후 숙성후에 바로 병입하는 술은 나마즈메(生結)라고 한다. 그리고 사케에도 샴페인과 같이 기포가 나는 스파클링 사케와 홍미로 만들어 로제 와인과 색깔이 비슷한 로제 사케도 있다.  

사케의 체계적인 품질관리를 위해 일본에도 프랑스의 AOC와 같은 SOC(sake’s Origin Control)라는 제도가 있다. 
이에 따라 일본산 쌀의 사용여부, 주정이나 감미료 사용여부, 인정된 지역의 물 사용여부 등을 평가하여 일정한 기준을 만족하면 인증한다. 그리고 라벨에도 품목, 용량, 알코올 사용비율, 원재료명, 정미보합, 제조시기, 생산국가, 주의사항 등을 표시해야 한다. 여기에다 추가로 특정 명칭, 주미의 품종, 생산지역 등의 좀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면 TSOC(Traditional SOC) 인증 표시를 붙일 수 있다.  

그리고 와인을 마실 때는 뱅쇼와 같이 데우는 경우의 “아츠캉(熱燗)”과 차갑게 칠링하는 경우의 “간자(燗冷)마시”가 있는데, 상위 등급의 술에는 라벨에 음용법이 안내되어 있다. 아니면 이자카야에 부탁하는 편이 좋다. 

일반적으로는 단맛이 강한 술은 차게, 드라이한 것은 데워 마시는 편이 좋다. 그리고 사케에도 와인의 소믈리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기키자케시(利酒師)라는 자격제도가 있다.  

사케는 식당에서 음식과 함께 마셔도 좋지만 와인바처럼 이자카야(居酒屋)에서 마시면 한결 분위기가 난다. 이자카야에서는 주로 사케와 다양한 안주를 시킬 수 있다. 일본어의 술집이라는 뜻으로는 사카바(酒場) 혹은 사케도코로(酒處)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요새 같은 2월에도 눈이 내리는 알프스 산자락의 한적한 바에 앉아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와 3월에도 여전히 눈이 내리는 홋카이도의 시골 마을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한잔하는 분위기는 완벽히 같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