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6 ] 취미로서의 와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6 ] 취미로서의 와인
  • 변연배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1.01.07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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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해가 밝았다. 재택근무나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개인적인 여가시간은 더 늘어났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분의 시간이 생겨도 막상 이를 잘 활용하는 데에는 서툰 것 같다. 이는 팬데믹이 오기 전의 관련 자료에도 나타난다. 

우리나라 사람의 여가생활 실태를 보여주는 “2019년 국민여가활동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주로 하는 여가활동 1, 2위는 TV보기와 잡담이다. 이 중에서 TV보기는 지난 10년간을 보더라도 70%가 넘는 사람이 꼽는 부동의 첫번째 여가활동이다. 두번째인 잡담도 30%나 된다. 그리고 여가활동을 혼자서 한다는 비율도 50%가 넘는다. 한 마디로 주 52시간제 등으로 여가시간은 늘어났지만 대다수가 혼자서 TV를 보거나, 같이 할 사람이 생기더라도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flexjobs

여가생활은 취미생활과 직접 연결된다. 생업을 접고 취미생활에 전적으로 몰두하는 특별한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가시간(leisure time)에 주로 취미활동을 한다. 취미(hobby)는 스포츠나 창의적인 문화예술 활동, 물건을 수집하는 행위 등 온전히 자신의 기호에 따라 여가시간을 이용하여 보수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하는 비 직업적인 활동을 말한다. 원래 취미를 뜻하는 영어단어 hobby는 중세 때 작은 말을 뜻하는 ‘hobyn’에서 유래하였는데 나중에는 어린아이들이 타는 장난감 목마를 의미하는 ‘hobby horse’로 바뀌었다. 그리고 한 동안은 어린아이들의 놀이를 모두 일컫는 단어였는데 18세기 이후부터는 hobby만 남아 오늘날에 쓰이고 있는 취미의 의미로 정착되었다. 시간을 때우는 활동이라고 해서 한 때는 ‘pastime’이라 불리기도 했다.    

취미활동은 단순히 남는 시간을 때우는 간단한 취미로부터 세계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발명 등 그 범위가 다양하다. 미국의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면서100달러 지폐에도 등장하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과학을 취미로 하여   피뢰침과 다초점 렌즈를 발명하였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와인을 사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영화 ‘삼손과 데릴라’의 여주인공이자 할리우드 역사 상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불리는 헤디 라마르는 오늘날 휴대통신기기의 핵심기술인 와이파이, 블루투스, CDMA기술의 바탕이 되는 ‘주파수도약’ 기술을 발명했다. 그녀는 아카데미 명예의 전당과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동시에 오른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14년에는 구글이 그녀가 없었다면 구글도 없었다며 그녀를 위한 헌증 동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반면에 취미 중에는 독특하거나 기괴하기까지 한 취미도 있다. 딱정벌레 싸움 시키기, TV뉴스 화면 뒤에서 불쑥 끼어들기, 암벽등반/서핑/카약 타기 등 극한 스포츠를 하면서 옷 다림질하기(EI: Extreme Ironing라 불리기도 함), 강물이나 호수위로 돌을 던져 튕기는 물 수제비, GPS를 이용한 보물 찾기, 법률소송하기, 원석 수집, 오리 조련하기, 차량 문신하기, 기차 지붕 타고 여행하기, 여객기 용 구토봉투 수집, 포크 구부리기, 배꼽 털 수집하기, 바위 색칠하기, 곤충수집, 유령 사냥, 인형을 들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는 인형 여행 시키기 등등. 얼마 전 러시아에서는 무덤에서 파낸 소녀의 미이라를 인형처럼 꾸며 취미로 수집한 대학 교수가 체포되기도 하였다.   

유명인들 중에도 의외의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다. 미국의 유명 TV사회자인 오프라 윈프리는 목욕하기가 취미이다. 일반적인 목욕이 아니라 목욕용기, 거품, 세제, 소금, 목욕용 향료의 사용 등에서 혼자만의 독특한 ‘목욕 경험’을 추구한다. 라라 랜드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한 배우 겸 영화감독인 라이언 고슬링은 뜨개질이 취미이다. 메릴 스트립의 취미도 뜨개질이다. 조니 뎁은 인형을 가지고 놀기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배우 신현준도 인형 모으기가 취미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비취 발리볼을 취미로 즐긴다. 이를 위해 말리부와 지중해에 비취 발리볼 전용 경기장을 갖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의 취미는 몸에다 문신하기이다. 아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그림을 그리고 고령임에도 산악 자전거를 즐겨 탄다. 

델마와 루이스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수잔 새런던은 탁구실력이 수준급이다. 또 같은 영화에 공동 주연했던 지나 데이비스는 양궁 미국 국가대표선발 최종전에 진출하기도 했다. 양궁 훈련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적도 있다. 존 트래볼타는 개인 비행장이 딸린 저택을 소유하고 아예 대형 전용기를 직접 조종한다. 인도의 라렌드라 모디 총리는 여가시간에 인터넷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클릭해보는 취미를 가졌다. 톰 행크스는 오래된 타자기를 수집한다. 패리스 힐튼은 개구리를 수집한다. 반면에 안젤리나 졸리는 단검 등 무기류를 수집한다. 우리나라의 가수 지디 드래곤과 이상민은 신발 수집이 취미이다.   

와인 관련 취미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기있는 취미중의 하나이다. 와인을 취미로 가지고 있거나 아예 사업으로 발전시킨 유명인도 많다. 와인을 좋아하는 SM의 이수만 회장은 아예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의 테메큘라 지역에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으며 와인을 블렌딩하여 새로운 와인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보르도의 유명 와이너리인 샤토 무통로칠드로부터 와인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는 빅뱅의 탑은 아르헨티나에 있는 와이너리를 구입하여 스스로 마시거나 선물하는 와인을 조달한다. 배용준도 와인 매니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의 와이너리와 협업해 자신의 생일년도를 기념한 1972년 빈티지 와인을 내놓기도 하였다. 

대부의 프란시스 코플라 감독은 캘리포니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와인 미라발
소믈리에타임즈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와인 미라발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 스팅, 마돈나, 안드레아 보첼리, 본 조비, 클리프 리챠드, 그렉 노먼, 아놀드 파머, 웨인 그레츠키 등의 연예계 및 스포츠계의 스타들도 자신의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 일반인들도 와인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와인 취미는 크게 와인을 즐겨 마시면서 관련된   분야를 공부하는 경우와 와인을 수집하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와인을 취미로 삼는다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거나 몇 개월짜리 전문코스를 이수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와인 에티켓과 와인의 분류 혹은 생산 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여러 와인을 마셔가면서 테이스팅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차차 늘려가면 된다. 그리고는 좋아하는 와인에 대해 더 알아보거나 관심 분야를 좀 더 세부적으로 공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와인 강좌에 등록하여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와인을 수집하는 취미는 어느 정도의 경제력 및 지식, 와인 셀러나 와인 보관 장소 같은 보다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취미로서 와인이 좋은 점은 여럿 있다. 첫째, 와인이 갖고 있는 다양성이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와인 산지와 와인 브랜드가 존재하며, 또 와인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와 세부 분야가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갖기에 따라서는 시간이 가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깊이도 있다. 둘째, 와인은 다양한 사회활동을 하는데 있어 매개체로서 도움이 된다. 셋째, 와인을 과도하게 마시지만 않는다면 인생이 즐거워진다. 넷째, 여행이나 예술활동과 같은 다른 취미와 쉽게 결합할 수 있다. 요즘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 와인을 즐기는 기회가 제한받고 있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조만간 그러한 날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는가?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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