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5 ] 와인 평론가와 평가기관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5 ] 와인 평론가와 평가기관
  • 변연배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0.12.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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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구매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때 우리는 흔히 유명 와인 평론가(wine critic)나 와인 평가기관의 평점을 참조한다. 또 연말이 되면 와인 평가기관에서 올해의 와인을 선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와인의 평가는 구체적으로 서술적인 평가노트(tasting note)를 달기도 하지만 유통이나 마케팅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다 보니 대부분은 간단히 숫자적인 평점으로 표시한다. 그러나 표준적인 평가기관이나 평가 척도는 없다. 이에 따라 여러 평가자가 사용하는 평가기준이나 평가척도가 제 각각 달라 혼란을 일으키거나 논란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들 평가기관은 대부분 매년 연말쯤 ‘올해의 와인’을 선정해서 발표한다.

유명 평가기관이나 평론가가 와인 산업이나 와인의 유통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와이너리를 위해 일하는 와인 컨설턴트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고객이 생산하는 와인이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게   시험에 앞서 예상 출제문제를 분석하듯 로버트 파커 같은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의 취향을 파악하여 와인 양조단계에서부터 맞춤식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그리고 보통 와인 산지에 따라 평론가별로 각각 특정한 지역에 전문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주요 와인 평론가 및 평가기관을 소개한다.

grubstreet
출처 : grubstreet

로버트 파커(Robert M. Parker, Jr.)
지금은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최초로 와인 평점을 100점 척도를 기준으로 표시하여 일반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체계화하였다. 그전에는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20점 만점 방식을 사용했다. 올해 73세로 잡지사의 운영과 시음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새로 출시되는 미국 와인과 보르도 와인의 가격을 결정할 정도로 역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평론가로 꼽힌다. 법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으나 20대 후반부터 와인 가이드북을 출판하면서 아예 전업으로 와인평론을 시작했다. 1978년에는독립적인 평론을 위해 광고없이 구독료만으로 운영하는 와인 전문지인 Wine Advocate을 창간하였다.

 로버트 파커 이전의 와인평가는 대부분 공급자에 의해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 졌다. 소비자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와인 평가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부터였는데, Robert Finigan이라는 사람이 1972년 처음 시작하여 로버트 파커가 본격화하였다. 미국 대선에도 4번이나 출마한 미국 소비자 운동의 대부 랠프 네이더도 로버트 파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파커는 비 프랑스인으로선 최초로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에서 와인 평론을 맡기도 하였다. 일부에서는 로버트 파커가 늦게 수확한 포도를 사용하고, 산도가 낮고, 오크 향이 강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좋아하는 그의 개인 취향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렇게 로버트 파커의 취향에 맞춰 와인을 양조하는 것을 ‘파커화(Parkerization)’로 부르기도 했다. 로버트 파커는 그의 후각과 미각을 대상으로 1백만 달러의 보험에 들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2007년엔 그의 자서전이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

로버트 파커의 평점은 100점이 만점이지만 기본이 50점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은 50점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로버트 파커 평점 기준으로 90점 이상은 아주 뛰어나거나 예외적인 와인을 뜻한다. 70~79점은 평균이며 50~59점은 마시지 말라는 뜻이다.

출처:thedrinksbusiness
출처 : thedrinksbusiness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미국 LA출신으로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 중의 한사람이다. 시가 평론가로도 유명하다. 1981년 대학원을 졸업하자 마자 23살의 나이에 Wine Spectator지에 입사하여 본사 및 유럽 편집장을 지냈다.  2010년부터는 자신이 설립한 JamesSuckling.com이라는 싸이트를 운영하면서 활발하게 와인 평론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영국을 방문한 것을 기념하여 “One Wine One Project”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직접 와인을 만들기도 했다. 2018년 10월에는 홍콩 센트럴에 있는 SOHO거리에 James Suckling Wine Central이라는 와인 바를 직접 열었다. 자신이 90점 이상을 준 와인 위주로 와인 리스트를 구성한다. 300종류나 되는 와인을 글래스 단위로 맛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세프와 부인이 한국인이어서 김치를 비롯 한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필자도 문 연지 얼마 안 되어 방문한 적이 있는데 흔하지 않은 여러 종류의 와인을 테이스팅할 기회를 가졌다.  와인의 평점은 Wine Spectator지에서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100점을 만점으로 하는 척도를 사용한다. 로버트 파커와 다른 점은 4개의 평가항목별로 점수를 배분하는데 와인의 색깔에 25점, 향에 25점, 바디감과 구조감에 25점, 삼키고 난 후의 여운 등 전체적인 느낌에 제일 많은 35점을 부여한다. 그의 기준으로 90점이상은 자신이 한잔이라도 마시고 싶을 정도로 좋은 와인이라 평가한다. 88점이하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 그가 평가한 와인 중에서 90점 이하는 많지 않다. 이태리와 보르도 와인을 좋아한다. 작년에는 서울에서 시음회를 개최했는데 시음회 티켓이 비교적 고가임에도 단시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LG전자 시그니처 와인 셀러의 앰배서더로도 활동했다.

 샤토 무통로칠드 2016같은 경우는 로버트 파커와 제임스 서클링 둘 다 만점인 100점을 주었다. 두 사람 모두 95점 이상은 ‘예외적일 정도로 우수한’ 와인을 의미한다. 여기서의 평점은 다른 와인과의 상대적인 비교가 아닌 절대적인 평가를 의미한다.        
 

wikipedia
출처 : wikipedia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
영국 옥스포드 대 출신의 여성 와인 평론가로서 위 두사람과 더불어 세계 3대 와인 평론가라 불리기도 한다. “The Oxford Companion to Wine”과 같은 여러 권의 수준 높은 와인 관련 저서를 가지고 있다. 1975년에 Wine& Spirit지에서 편집자로서 와인 관련 커리어를 시작한 후 와인 평론가와 와인 작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는 Financial Times지에 매주 와인 칼럼을 쓰고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와인 셀러의 와인 리스트를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20점 평점척도를 사용한다. 잰시스 로빈슨의 평점에서 100점 척도의 90점에 해당하는 18점 이상은 아주 훌륭한 와인을 의미한다. 평론가들의 전쟁이라고도 불린 쌩떼밀리옹 와인인 샤토 파비 2003년 빈티지를 두고 벌인 로버트 파커와의 논쟁은 유명하다. 이 와인에 대해 로버트 파커는 98점을 준데 비해 잰시스 로빈슨은 20점 만점 기준으로 낙제점에 해당하는12점을 주어 두 사람 사이에 감정적인 공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decanter
출처 : decanter

지니 조 리(Jeannie Cho Lee)
하버드를 졸업한 서울 태생의 한국계 재미교포 여성 와인 평론가이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면서 와인 평론 활동과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교의 호텔 경영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MW(Master of Wine) 칭호를 획득했다. 2013년에는 디캔터 잡지가 선정한 평론가 파워 리스트에서 처음 25위에 올랐다.  올해는 Tastingbook.com에서 선정한 BWW(Best Wine of the World) 평론가 부문 Top 20에서 Neal Martin, Jancis Robinson, Michel Bettane에 이어 4위에 올랐다. 5위는 James Suckling, 6위가 Allen Meadows, 7위가 Lisa Perrotti-Brown이었다. 2018년 평가에서는 Jancis Robinson이 1위, 지니 조 리가 2위였다. 싱가폴 항공의 와인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리챠드 쥴린(Richard Juhlin)
스웨덴 출신의 와인 평론가로 샴페인 잔을 직접 디자인하고 무 알코올 샴페인을 만들 정도로 특히 샴페인에 특화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알렌 메도우즈(Allen Meadows)
Burghound.com을 운영한다. 보르고뉴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ine Spectator에 근무했다.

루카 마로니(luca Maroni)
이태리 와인 전문 평론가이다. 그는 99점을 만점으로 하는 평가척도를 사용하는데 와인의 바디 감, 밸런스, 완성도에 각각 33점을 배분한다. 그의 평점으로 80점은 평균을 의미하고 90점이상은 특별하거나 매우 우수한 와인으로 해석된다.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
1976년 창간되었다. 연간 15회 발행하면서 매회마다 400에서 1000종이 넘는 와인을 와인전문가인 편집자그룹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서 점수를 매긴다. 1988년부터는 그 해 출시된 와인 15000여종 이상을 평가해 매년 11월말쯤 종합순위로 100대 와인을 발표한다. WS가 발표하는 100대 와인은 맛, 향과 더불어 가성비를 중요시해 와인 비지니스에 종사하는 전문가뿐만아니라 일반 와인애호가들도 많은 관심을 갖는다. 지난주 발표된 2020년 올해의 와인 100에서 1위는 스페인의 리오자에서 생산되는 “Bodegas Marques Murrieta 2010”이 선정되었다.

와인 애드보키트(Wine Advocate)
1978년 Robert Parker에 의해 창간되었다. 격월간으로 발행되며, 1982년 보르도 빈티지의 진가를 예측하여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Wine Advocate지와 Robert Parker는 동일 시 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로버트 파커가 2019년 은퇴한 후 현재는 독자적으로도 유명한 평론가인 Lisa Perrotti-Brown 편집장과 Neal Martin을 비롯한 7명의 편집진이 포진하고 있으며 여전히 와인 산업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디캔터(Decanter)
영국의 런던에서 1975년 창간되었으며 종종 미국의 Wine Spectator지와 비교된다. 독자들의 40%가 45세 이하로 독자들이 젊은 것도 특징이다. 디캔터에 의해 만들어져 올해가 18회째인 Decanter World Wine Award(DWWA)는 매년 1만 5000개의 와이너리가 참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 경쟁 행사이다.  

와인 앤더지애스트(Wine Enthusiast)    
1988년 뉴욕에서 창간되었으며 1년에 14회 발행한다. 매년 Top 100 wine, Best buy 100 등을 발표하는데 2020년 Top 100 Wine중 1위는 나파 밸리의 “ 2017 Blueprint Cabernet Sauvignon이 뽑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스스로 직접 와인을 맛보는 것보다 더 나은 교육이나 당신의 미각을 대체할 만한 것은 결코 없습니다.”

로버트 파커가 와인 평점에 대해서 스스로 한 말이다. 결국 와인 평점은 그냥 참조 정도만 하고 마시는 사람의 취향이나 가격을 기준으로 단순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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