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 성 부른 유튜버, 소재 보면 안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떡잎 좋은 로컬 1인 크리에이터 루키 5인 선정
“될 성 부른 유튜버, 소재 보면 안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떡잎 좋은 로컬 1인 크리에이터 루키 5인 선정
  • 최세영 기자
  • 승인 2020.12.20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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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다면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친히 훈민정음 반포식을 진행하지 않았을까? 손수 글자를 창제해 반포한 군주의 애민 정신에 감동한 뭇 백성은 아낌없이 ‘좋아요’와 ‘구독’을 누르며 열광했을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한글’은 여전히 비인기 소재다. 한글문화원 소속으로 수년간 해외 교육기관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한 김참이 씨는 유튜브에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 콘텐츠가 빈곤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어느 때보다 해외에서 한국어 신드롬이 불고 있지만 한국어 강사의 눈으로 봤을 때 이들이 만족할만한 콘텐츠는 부족했어요.” 김참이(nimkimKorean 유튜브 채널 운영자)

외국인들이 가진 ‘수요’에 비해 이들을 만족시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김 씨는 망설임 없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간단한 노래를 구매해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반복해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1분 분량의 교육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후에는 우리말 숫자를 듣고 따라 말할 수 있는 콘텐츠도 선보였다. 향후 교육용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젓가락 사용법’ 같은 외국인이 관심을 가질만한 우리 문화 소개 영상의 제작 계획도 갖고 있다.

며칠 전 보도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애플리케이션은 다름 아닌 유튜브이며, 우리 국민의 2020년 유튜브 사용량은 전년 대비 20%나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늘어난 사람 간의 거리와 대조적으로 유튜브와 우리의 거리는 훨씬 가까워졌다.

증가한 유튜브 소비량과 비례해 유튜버의 영향력도 막강해졌다. 유튜버들의 행보가 미디어를 통해 기사화되며 세인의 이목을 끄는 등 인기 연예인 못지않다. 한편 과열된 콘텐츠 경쟁의 부작용으로 소위 ‘어그로 유튜버’들의 도 넘은 콘텐츠가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하며, 얼마 전에는 유명 유튜버들의 뒷 광고 행태가 보도돼 물의를 빚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크리에이터들의 일탈’의 원인을 자극적인 소재에 열광하는 대중의 입맛과 일부 빈곤한 상상력과 기획력을 가진 유튜버들이 그저 유행과 인기에 편승해 수익만 추구하다 벌이는 촌극이라 진단했다.

크리에이터가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위해서는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일견 평범한 소재일지라도 꾸준히 창작물을 제작하고 게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라는 도발적인 8분 분량의 콘텐츠와 함께 ‘쉬운 글쓰기’라는 슬로건을 들고 최근 채널을 개설한 ‘신수르’의 신지원 씨는 이런 ‘평범한 전문성’을 꿈꾸는 초보 유튜버다.

“누구나 글을 쓸 줄 안다고 자신하지만, 막상 잘 구성된 문장 하나를 완성하는 어려움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고 입을 연 그는 “대학 리포트, 자기소개서, 사업 계획서까지 글은 우리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음에도 작문의 과정을 친절히 안내해주는 콘텐츠는 찾지 못했다”며 채널 오픈의 동기를 밝혔다. 지역 문화교육 사업인 ‘동네방네배움틈’의 글쓰기 강사로도 활동 중인 신 씨는 자신만의 색깔로 글짓기의 매력과 노하우를 구독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김참이 씨와 신지원 씨는 올해 가을부터 지난 12월 15일까지 (재)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 원장 ‘이준근’)이 운영한 <2020년 1인 크리에이터 엑셀러레이터 창업 지원 사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심화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총 17명의 수료생 중 김 씨와 신 씨는 다른 세 명과 함께 우수 평가자로 선정됐다.

지난 9월 중순 교육생 모집과 함께 시작된 이 사업은 10월부터 콘텐츠 기획과 영상 콘텐츠 편집 등 크리에이터로서 갖춰야 할 기본 소양 교육과 더불어 최근 콘텐츠 산업 동향에 대한 시사 교양 교육, 그리고 브랜딩 과정 실무 안내와 저작권 교육까지, 치열한 미디어 산업 경쟁 속에서 1인 크리에이터로 독립 성장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을 도왔다.

기존에 맛집 리뷰어였던 김승룡 씨는 해당 과정을 수료한 후 채널 성격에 변화를 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동식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한 김 씨는, ‘포착왕 룡식이’로 채널 이름을 바꾸고 강아지, 두꺼비, 길고양이, 굴뚝새 등의 역동적인 모습을 포착한 약 5분 분량의 미니 다큐멘터리 영상을 업로드 중이다.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담은 김 씨의 콘텐츠를 본 한 방송 작가가 취재 협조를 구하는 등 이미 적지 않은 반향이 있다. 김 씨 역시 우수 평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 청각 미를 극대화해 마니아층이 늘고 있는 ASMR 콘텐츠에 영상미를 더한 RAIN SOUNDS 소나기 TV의 신호정 유튜버,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샌드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풀이한 회원88의 김승희 씨 역시 우수 평가자에 선정됐다.

소나기 소리의 청량감을 효과적으로 연출한 신호정 씨의 콘텐츠는 특히 로컬 콘텐츠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광주광역시를 비롯해 나주시와 목포시로부터 다양한 협업 제의를 받고 있으며, 회원88의 김승희 씨는 전문 애니메이터로서의 역량과 감각적인 스토리텔링 실력을 인정받아 향후 활동이 기대된다.

진흥원의 이번 사업에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청년부터 60세 이상의 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자가 본 과정을 수료하는 모습을 보여 바야흐로 ‘대 유튜버 시대’임을 실감케 했다. 실제로 그동안 콘텐츠 소비자로만 머물던 장년층이 ‘생산자’로서 미디어 산업 전면에 나선 것이다.

또한 1인 미디어의 대두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미디어 생산 환경을 바꿔, 로컬 콘텐츠 발굴 및 확산에 기여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크다.

진흥원의 이준근 원장은 “1인 미디어의 강점은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가진 창작자가 소재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중 앞에 선보이는 소재의 신선함에 있다”며 “수도권과 대도시를 벗어나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지역 중소도시의 가치 있는 소재가 창작자들의 번뜩이는 연출과 함께 재조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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