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 - 시급한 한・미・일 공조의 회복 -
한・일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 - 시급한 한・미・일 공조의 회복 -
  • 이원형 前주일본공사, 주캄보디아대사/ 정리=이지연
  • 승인 2020.12.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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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스가총리 취임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외교를 수행함에 있어 ‘상황의 정의(definition of situation)’라는 것이 있다. 한국정부는 국가전략을 염두에 두고 ‘상황의 정의’를 기초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비록 국가지도자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미국정부와 일본정부는 기본적으로 자국의 국가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나, 지도자가 바뀌면 스타일이 바뀐다. 스타일이 정책을 변경시킬 수 있다. 한국정부는 상황이 바뀌었으면 그에 따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치는 국경선에서 멈춘다”라는 표현처럼 한 국가의 사활이 걸린 안보문제는 정치적·당파적으로 연결시키면 결코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국내문제는 참을 수 있지만, 대외문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입장에서도 한·일관계는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문제의 발단은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의 강제징용의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의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일본정부는 2019년 7월 1일 대한국 3대품목 수출규제와 화이트 리스트(수출 간소화 우대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보복조치를 단행하였다. 이에 대한 대응조치로, 한국정부는 같은 해 11월 22일 (한·미·일의 안보이익에 맞추어) 한국과 일본 간에 체결한 한·일군사협력 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종료를 통보하고 효력을 잠정 정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첫째로, 우선 한·일관계보다 시급한 한·미·일공조의 회복을 위하여 한국정부가 취하여야 할 전략과 전술의 관점에서 보자. 전략외교의 특징은 현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미래지향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외교이다. 국가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안보사안 중에서 제한된 자원을 보다 많은 국익실현을 위하여 ‘선택’하고 ‘집중’하는 외교이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패권경쟁에 관한 한국정부의 전략은 미국과 중국 중에 선택하는 것이다.

세계의 패권국가는 미국이다. 세계정치에서 태양은 하나다. 중국은 당분간 달의 역할을 할 수 있어도 태양의 역할은 할 수 없다. 한국의 국가이익 중에 가장 중요한 안보이익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이념을 갖고 있는 국가 중에서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에서 찾아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미국(한・미동맹)에 있다.

또한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외교이념을 갖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맺고 있어, 동맹과 동맹 간의 제휴(coalition)의 관점에서 한국의 안보이익은 일본에도 있다. 한반도 유사시 주일미군의 지원을 받기 위하여는 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

다만 한국은 일본과의 ‘역사적 적대감’을 갖고 있어, 한국의 안보문제는 미국의 방기(abandonment)문제와 일본과의 연루(entrapment)문제를 고려하여,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범위 내에서 협력하는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한·일 간의 직접적인 안보협력이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서는 미국을 중심 한·미·일 안보협력체제를 활용하여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본의 협력을 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국정부의 외교전술은 아시아·태평양국가 일원으로서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한국외교의 우선 순위는 한·미·일 협조관계에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쌍무적인 안보동맹보다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추기 위하여는 정상적인 한·일관계의 회복이 필수적이다. 공통의 정치철학을 갖고 있는 한·미·일 3국은 간접적인 동맹관계에 있으나, 한·일 양국관계가 불편하면 한·미·일 안보협력에 장애가 된다. 당면과제는 명백한 최대위협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문제 등 대북한 정책조율에 있다.

둘째로, 한·미·일 공조에 불가피한 한·일 양자관계를 양국 간의 신뢰문제와 현안문제의 관점에서 보자. 일본은 한 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다자외교에서 보면 미국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들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의 발족이후 종군위안부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양국정부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이행을 중단하고, 나아가서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로 한·일관계는 국가 간의 신뢰가 무너져서 최악으로 가고 있다. 국가 간의 현안문제 해결에는 무엇 보다 먼저 국가 간의 신뢰가 밑받침되어야 한다.

일본의 스가총리 취임을 계기로, 한국정부는 우선 강제징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일본정부와의 교섭을 통한 입구전략을 고려하여야 한다.

외교는 급변하는 상황 변화에서 발생하는 현안대응이 늘 시급한 과제이다. 따라서 현안의 해결방안을 신중하게 수립하고, 그 추진에 있어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제1단계의 조치로 한국정부는 삼권분립이 원칙이긴 하나, 예외적으로 양국 간 외교교섭이 진행 중임을 고려 국익차원에서 ‘사법자제’ 등의 방법으로 강제징용관련 주식매각집행을 유예(현금화 동결)하여 현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하는 것이다.

그리고 제2단계의 조치로 일본정부는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를 철회하고, 동시에 한국정부는 지소미아 효력의 잠정정지 조치를 철회하는 ‘해결방안’을 일본정부와 진지하게 논의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한국정부는 한・일 양국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문제와 일본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문제를 시간을 두고, 양국 간에 성실하게 교섭을 통하여 해결하기로 하되, 한・일 양국 정부의 결단으로 상대적으로 해결하기 쉬운 상기 제2단계의 조치를 동시에 시행함으로써 한·일 양국관계를 ‘관리’하면서, 한·미·일 공조를 복원하는 것이다.

또한 한·일 양국은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포함하여 한국의 D10 (Democracies 10: G7국가에 한국, 호주, 인도 3개국을 추가하는 민주주의국가협의체) 참가문제, 일본의 동경올림픽 성공개최 등 다자외교에서 서로 협력을 통하여 자국의 국가이익을 추구하여야 한다.

미국은 한·일 양국관계의 역사문제를 안보문제와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는 만큼, 한·일 양국이 상기 제2단계의 조치에 합의하면, 지소미아가 정식으로 효력을 발생하게 됨으로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성명(2017년 6월 29일)에서 밝힌 바와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억제력 및 방어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증진 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개발 정보를 파악하고, 미국의 군사위성으로 북한군의 동태를 감시하고, 동해상에서 한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북한 ICBM의 궤도를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배상판결문제와 관련, 필자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고 그에 따른 배상청구권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한・일기본조약에 의해 소멸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한·일기본조약 가운데 청구권협정에 따르면, 양국 및 양국 국민의 재산과 양국 및 양국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전제로 하였고,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과 한국대법원 판결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타협점을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함으로써 국가 간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한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작년 말 경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재확인하는 양국 정상 간의 사과와 용서를 전제로, 포스코 등 한국기업과 신일본제철 등 일본기업 등 양국기업(2)과 한·일 양국정부(2), 국민(α)들이 참여하는 이른바 ‘2+2+α’식의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는 소위 ‘문희상 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일본의 ‘강제징용불법’ 인정을 토대로, 일본기업이 강제징용배상에 참여함으로써 한국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한국정부는 일제 강점기의 강제징용피해자에 대한 보상에 참여함으로써 한·일 청구권협정의 정신을 지키는 타협점을 모색하여야 하는 데 있다.

지금 당장 시급한 한·미·일 공조를 구축하기 위하여는 한·미동맹의 재건과 아울러, 한·일관계의 정상화가 급선무이다.

한·일 양국정부는 소위 ‘문희상 안’을 토대로 강제징용문제에 관한 타협점을 찾아 양국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금년 말 한국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일 양국 정상 간에는 외교교섭을 통하여 양국 현안을 해결한다는 원칙에 동의하고, 지금과 같은 불편한 한·일관계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의 구축과 다자외교에서의 상호협력에 합의하기를 기대한다.

* 이원형 대사(whlee1125@hanmail.net)는 주일본공사, 주캄보디아대사 등을 역임하고, 일본 게이오(慶應)대학교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는 『한국의 외교전략』(박영사) 등이 있다.

(NOTICE)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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