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의 한・미관계 - 기대와 과제 -
바이든 시대의 한・미관계 - 기대와 과제 -
  • 김재범 前주우루과이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12.08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 조 바이든이 비록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지난 11월 23일 연방 총무청(GSA)의 정권인수 절차를 지원받기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그의 외교정책 향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바이든 새 행정부가 당면한 우선 과제는 코로나19 대책, 경제회복, 인종갈등 해소, 의료보험, 이민문제 등이어서 외교정책은 자연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외교정책―특히 대북정책―은 내년 6월 경에나 구체화될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로부터 크게 벗어날 수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자유주의적 민족주의자(illiberal nationalist)’인 트럼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인 바이든은 37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외교위원장 및 법사위원장을 지낸 후 부통령으로 8년간 재임하였으므로 외교 면에서도 세련되고 노련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11월 23일 기자회견에서 범세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취임 첫 해인 내년 중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회의를 통해 중국에 대응할 자유진영의 결속을 강화하는 연합체를 결성하고 우리나라의 동참을 요구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 제번영네트워크(EPN) 및 청정망(Clean Network) 역시 조정된(moderated) 형태로나마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우리나라도 이에 포함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이라면서, 한・미동맹, 북한문제, 기후변화, 코로나19, 공중보건, 경기부양, 민주주의 강화, 세계적 공동의 가치 등에 관해 상호 긴밀히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로 회귀(Pivot to Asia)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추진해온 아시아태평양구상(API)를 계승하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때마침 11월 18일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2건의 한・미동맹 강화 결의안도 동맹의 범위를 인도-태평양지역으로 확대하고 민주주의 및 인권의 가치에 기초한 동맹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동남아시아 및 인도와의 협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신남방정책2.0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중의 지정학적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안보협력을 강화하고 강대국들이 일으키는 파고로부터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신남방정책2.0과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정책 간의 상호조화 및 상승효과(synergy effects)를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11월 16일 기자회견에서, 아시아 15개국 간 11월 15일 체결된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에 대하여 “미국이 규칙을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취임 직후 탈퇴한 포괄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의 복귀를 결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만약 미국이 CPTPP 복귀 후 우리나라의 동참을 요구해올 경우 여타 회원국들이 이를 견제해올 수 있고 완성차 및 농산물 등에 대한 추가개방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국제기구 및 조약에 하나하나 복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직후 가입하겠다고 공약한 파리기후협약에 2015년 서명했던 존 케리 전국무부장관을 기후변화특사로 임명하고 향후 국가안보회의(NSA) 구성원으로 위촉함에 따라 기후환경문제가 미국의 주요 외교사안으로 격상되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우리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기대되는 분야다.

호주, 인도, 일본 및 미국으로 구성 된 쿼드(Quad) 4각안보대화가 2017년 10년 만에 부활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베트남 및 뉴질랜드를 추가한 ‘쿼드 플러스(Quad+)’로의 확대가 추진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참여가 요망된다. 또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및 뉴질랜드 간 기밀정보공유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5 Eyes)’에도 우리나라가 일본 및 프랑스와 함께 8개 회원국으로 확대된 ‘파이브 아이즈 플러스(5 Eyes+)’에 참여하고 있으므로 이 협의체에서도 가일층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 2년마다 개최되었던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부활시켜 정상회담과 워킹그룹 사이의 간격을 보충해야 한다.

바이든은 11월 23일 토니 블링큰 전 국무부 부장관을 국무부 장관으로 내정하는 등 새 내각의 일부 진용을 발표했다. 새 내각과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나 우리의 관심은 무엇보다도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이다. 바이든은 이미 북한과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지는 않을 것임을 못 박고 있고, 대화가 재개되더라고 협상대표에게 재량권을 부여하여 상향식(bottom-up)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지 않고 클린턴 행정부의 페리 프로세스와 유사한 관여정책을 채택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100여 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현 상황은 20여 년 전과는 판이하게 다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문제를 이란 핵합의(JCPOA) 방식인 핵 동결 및 대북제재의 부분적 해제로 추진할 계획을 구상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양국정부 간 긴밀한 사전조율 및 공조가 요구된다.

북한은 앞으로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및 중거리미사일(MRBM)과 같은 신형 전략무기 발사실험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끌려 할 수 있으며, 내년 봄 연례 한・미연합방위 훈련이 실시되면 매우 과민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향후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철저히 억지할 수 있는 군사적 및 비군사적 대비책을 공동으로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미국해군 소속 이지스함이 11월 18일 하와이 근처에서 발사한 SM3블록2 미사일이 태평양 마셜군도 인근에서 발사된 가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격추한 것과 미국 핵개발연구소가 11월 23일 F-35전투기 내부 폭탄창으로부터 저위력 전술핵폭탄 투하실험에 성공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더욱 공개적이고 활발한 외교를 전개할 전망이다. 인권문제로 북한을 자극하면 핵문제 해결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인권문제 자체도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고려 하에 ‘조용한 외교’를 선호해온 공화당 행정부에서조차 ‘웜비어법’ 등을 통해 북한 인권문제가 이미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국제적으로 상응한 법적 조치도 취해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11월 25일 북한인권 관련단체들에게 3백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군포로 및 납북자 귀환을 위한 실리적이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이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를 탈퇴했고 중국 및 러시아 등이 금년에 이사국으로 당선된 상황과 향후 추이를 적시에 주도면밀하게 활용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대중국 정책의 ‘부분집합(subset)’이 될 것이므로 한・미 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조 및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을 공동으로 교섭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항간에는 중국이 우리나라를 범세계적 반중 전선의 ‘약한 고리’로 인식해서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바이든이 언급한 바와 같이 오히려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기 때문에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모양새이므로 이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가 긴장될수록 북한이 이를 악용하여 대남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와 반대로 미・중관계가 개선될수록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반사적 이익이 증대될 것이므로 우리정부는 아무리 제한적이라고 하더라도 미・중 관계의 개선을 위해 가능한 모든 역할을 꾸준히 추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가 더욱 난처해질수록 우리나라의 지역적 및 범세계적 역할과 전략적 가치가 더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첨예한 전방위적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관계도 언젠가는 양국이 서로 출구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우리 정부는 이제 미・중에 대한 균형(등거리)외교를 추구할 때가 아니라, 우선 한・중・일 3국 협력을 꾸준히 발전시킴으로써 중・일에 대한 균형(등거리)외교를 채택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일본의 대중국 외교 동향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많음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정부에 대한 3불 정책의 구속력을 이미 부인한 바 있으므로 이를 점차 완화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모색해나가는 한편, 단기적으로는 3불 정책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최대한 그리고 신속히 시행해나가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빠른 시일 내에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전망이므로 그때를 전후로 양국 간 공동의 정책이 순조롭게 조율되어 앞으로 한・미관계가 순항하기를 기대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주한미군 감축과 과도한 방위비분담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우리 정부도 국군 전시작전권 조기전환, 미・북 정상회담 주선, 종전선언 등을 조급하고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연합방위훈련을 재개함이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방식을 상향식으로 전환하면, 국무부에 공석중인 대북정책조정관 및 북한인권대사를 새로 임명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도 이에 맞춰 이들과 상호 긴밀히 협조할 수 있는 인사들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 김재범 대사(jaebum50@naver.com)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정책·북한부장, 주우루과이 대사,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외교특임교수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미협회 상근부회장, 국제정책연구원 부원장 등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