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쿼드(Quad)
한국과 쿼드(Quad)
  • 최병구 前주노르웨이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11.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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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Quad)는 미국·일본·인도·호주로 구성된 안보 협의체다. 이 모임은 2007년 시작되었으나 9년 동 안 열리지 않다가 2017년 재개되었는데, 중국 견제 필요성이 배경이었다. 쿼드 외교장관들은 지난 10 월 6일 도쿄에서 회동하고 ‘법치에 기초한 자유롭 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세계와 역내의 다 양한 도전에 함께 대응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쿼드는 아직 공식 협의체로 제도화되지는 않았지만, 쿼드 플러스(Quad Plus) 형식으로 확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쿼드는 미국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쿼드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했고, 외교부 북미국장도 “투명성·공개성·포용성 원칙에 따라 이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쿼드 참여에 유보적인 입장임을 나타냈다.

한국이 쿼드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의 근거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중국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것이 다. 중국은 쿼드를 ‘거대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한다. 우리는 사드배치로 중국으로부터 부당한 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두 전 국방부장관은 10월 21일 한 신문 인터뷰에서 쿼드 참여로 “제2의 사드사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쿼드 참여 반대론’의 두 번째 근거는 쿼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군사동맹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10월 14일 “쿼드는 미국이 획책하고 있는 인도-태평양판 나토”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쿼드가 집단안보체제로 기능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인도・호주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 반대한다. 스가 총리는 쿼드가 나토 같은 방식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데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0월 27일 한 세미나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일종의 반중(反中) 군사동맹에 가입하라고 강요하면 나는 이것이 한국에 실존적 딜레마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의 반중국 군사훈련에 동참하면 중국은 한국을 적(敵)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한참 앞서나간 주장이었다.

한편, 쿼드에 참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편다.

첫째, 쿼드 불참은 대세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근자 국제사회에서 반중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긴밀했던 나라들도 하나 둘 등을 돌리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9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했을 때 어느 나라도 환대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한국 내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보다 중국과 협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했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도 17%에 그쳤다.

인도와 호주 사례도 살펴보자. 인도는 비동맹 전통에 따라 미・중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난 6월 중국과의 국경 충돌을 계기로 미국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10월 27일 뉴델리에서 3차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이 열리면서 기본교류협력협정(BECA)이 체결되었다. 양국 간 네 번째 군사관련 협정이 체결되면서 이 분야에서의 협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1월 3일부터 6일까지 인도 주관으로 쿼드 4개국이 참가하는 말라바르(Malabar) 해상합동훈련도 실시되었다. 이 훈련은 13년 만에 실시된 것으로, 중 국의 인도양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다.

호주의 경우에도 중국과의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수출국이다(2019 전체 수출의 32.6%). 2019년 한 해 동안 중국인 관광객 130만 명이 호주를 방문해 15조 원 정도의 돈을 썼고, 17만 명의 중국 유학생이 호주 대학 재정을 떠받쳐주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은 코로나19 관련 호주가 보인 태도를 문제 삼아 호주산 쇠고기와 보리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자 모리슨 총리는 “우리는 우리의 가치관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안보와 경제는 분리되지 않는다’며 5G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인도와 공동으로 ‘공급망 탈(脫)중국’ 협력을 시작했다.

둘째, 쿼드 불참은 한・미 공조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은 미국과 여러 형태로 공조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11월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미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심축(linchpin)”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조해 달라는 의미였다. 바이든은 2013년 12월 부통령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이 좋은 베팅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말로 한・미 공조를 강조한 바 있다.

셋째, 한국이 쿼드와 함께 가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 인권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들과 공조를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우리가 쿼드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유민주주의 국가들 그룹에서 소원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취임 첫 해 전 세계 민주주의국가 지도자와 민주주의·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을 초청해 ‘민주주의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하려 한다. 또한, 영국이 중심이 되어 G7에 인도·호주·한국을 추가하는 ‘민주주의동맹(D10)’도 추진되고 있다. D10은 성사되면 세계 문제의 주요 사안들을 결정하는 기구가 될 것이므로 우리가 이런 조직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한국 외교가 일대 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쿼드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런 놓쳐서는 안 될 기회를 잡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쿼드 참가는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중(對中) 지렛대를 만들어야 한다. 쿼드 불참은 중국으로 하여금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는 경향을 강화시켜줄 것이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한·중 운명공동체’ 비전을 제시했음에도 중국으로부터 심한 홀대를 받았다. 우리가 중국 입장을 알아서 살피는 행보를 계속하면 대내외 정책에서의 독자성과 자율성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쿼드는 우리가 당면한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다. 이 문제는 한국 외교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우리 외교 당국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상기 칼럼내용은 필자 개인의견이며,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최병구 대사는 주미국 총영사, 주노르웨이 대사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외교안보」(2017), 「외교의 세계」(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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