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2 ] 현혹과 기만, 그리고 가짜 와인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2 ] 현혹과 기만, 그리고 가짜 와인 
  • 변연배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0.11.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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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31일 언론의 국제 부고 기사에서 영국 배우 숀 코너리가 90세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상념에 빠졌다. 007 시리즈 등 여러 작품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배우 한 사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본 칼럼 37회에서 007과 숀 코너리에 대해 쓴 적이 있어 좀 더 특별한 감회가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보다 2주일 전인 10월 21일 신문 한 편에 실린 제임스 랜디라는 사람의 부고 기사는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사람은 직업이 전직 마술사이다. 국제적으로 ‘사이비 초능력자 사냥꾼’ 혹은 ‘사기꾼 사냥꾼’ 로 불리던 인물이다. 외모도 흰 수염을 휘날리는 모습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처럼 다소 신비스럽다. 필자는 이 사람이 쓴 “폭로: 초능력의 진실(The Faith Healers)“이라는 책을 통해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이 머리말을 쓰기도 했다. 이후 쭉 관심을 가지고 그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타계 소식이 들린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제임스 랜디는 30대에 이미 “놀라운 랜디(Amazing Randi)”로 불릴 정도로 직업적인 마술사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가 사기꾼을 잡는 사냥꾼이 된 것은 어릴 때 우연히 겪은 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그가 15세 때 어느 사이비 종교의 집회에서 보여준 강신술의 허구성을 그 자리에서 폭로하였는데 주최측이 종교집회 방해혐의로 고발하여 몇 일간 구류를 살았던 적이 있었다. 이때의 독특한 경험은 제임스 랜디가 사기꾼들이 쓰는 트릭을 찾아내는 일에 더욱 깊게 파고들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자칭 초능력자나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트릭이 전형적인 마술 트릭에 불과한 것을 알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 자신도 고급 마술 트릭을 익히게 되고 30대 초반에 이미 유명한 마술사가 되었다. 그러나 마술사로서 명성을 얻은 후에도 어릴 때 직접 경험했던 사기꾼에 대해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마술을 나쁜 짓에 악용하는 사람들을 응징하기 위한 행동에 직접 나선다.     

마술은 고대로부터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공연 종목의 하나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기꾼들이 마술을 마술이라 밝히지 않고 마치 초능력이나 신비한 초인적인 능력인 것처럼 사람들을 현혹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여전한 것을 보고 제임스 랜디가 분노했던 것이다.       

1964년 제임스 랜디는 자신이 제시하는 검증을 통과하여 초자연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미화 1,000달러를 상금으로 주겠다고 발표한다. 이후 이 상금은1만달러로 올랐다가 1996년 맥아더 재단에서 기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상금액수가 100만 달러로 늘어난다. 1976년에는 칼 세이건, 아이작 아시모프, 리차드 도킨스 등의 과학자들과 함께 CSICOP(초자연 현상 주장에 대한 과학적 조사위원회)의 설립에 참여하였다. 

초자연적(Super natural)인 능력이란 소위 염력을 사용해서 물건을 옮기거나, 원거리 투시를 하거나, 아무런 장치 없이 공중 부양을 하는 등 자연적인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어떠한 행위를 심층적으로 수련하거나 익숙해져 보통 사람이 해내기 어려운 능력을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능력이다. 2015년 종료되기까지 그 동안 1천여명이 “100만달러 챌린지”에 도전했으나 상금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초능력’을 가졌다는 많은 사람의 실체가 폭로되어 망신을 당하거나 세상에서 사라졌다. 


제임스 랜디의 검증에 거짓이 폭로되어 그 때까지 쌓았던 명성을 버리고 하루 아침에 잠적하거나 직업을 바꾼 유명인도 여럿 된다. 그리고 초능력을 과학적으로 접근해보려던 일부의 시도를 무참히 좌절시키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미국의 유명한 항공기 제작회사인 맥도넬 더글라스사가 시도한 초능력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건이다. 1979년 그 당시 회장인 제임스 맥도넬이 초능력 연구소를 설립하여 초능력의 존재를 입증하려는 ‘알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제임스 랜디는 그가 미리 훈련시킨 두 사람의 젊은이를 비밀리에 프로젝트에 응모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두사람이 연구소 과학자들의 검증을 통과하여 ‘초자연적인 현상’이 존재함을 ‘증명’ 한 후, 사실은 이들이 마술 트릭을 사용했음을 제임스 랜디가 밝힌다. 이 연구소는1985년 이 사건 이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알파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몇 년 전인 1972년과 1973년 스탠포드 대학의 한 연구소가 두 차례에 걸쳐 또 다른 초능력자에 대한 검증을 했는데 이를 통과한 사람이 있었다.

1984년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KBS TV의 특집방송 “세기의 경이 초능력 유리 겔러 쇼” 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전국적인 화제를 일으켰던 이스라엘 출신의 유리 겔러란 사람이다. 그는 2000년 8월에도 한 번 더 방한하여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다. 이 때 전국의 시청자들이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문질러 구부린다고 소동이 일어났다. 또 시청자들에게 고장 난 시계를 TV위에 올려 놓고 “움직여”라는 주문을 외우게 하였는데 이때 SBS는 주문을 외우는 5초 동안 정지화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유리 겔러는 197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해 거의 40년 동안 초자연 현상을 보이는 초능력자로 전 세계의 TV에 출연하여 초능력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유명인이 되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살 때 하늘에서 내려친 번개에 맞아 의식을 잃은 후 초능력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초능력’이 사실은 희대의 사기극이었음은 비교적 일찍 폭로된다. 1973년 유리 겔러는 미국 NBC방송에서 방영되던 쟈니 카슨의 “Tonight Show”에 초청받아 숟가락 구부리는 것과 투시능력을 보여주도록 요청 받는다. 하지만 20분 동안 ‘아무것도’보여주지 못했다. 유리 겔러의 변명은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초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컨디션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진짜 이유는 “가짜 초능력자 사냥꾼” 제임스 랜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리 겔러의 초능력이 마술 트릭의 일종임을 알고 있었던 제임스 랜디가 쇼 스탭과 의논하여 트릭을 부릴 수 있는 여지를 미리 봉쇄해 놓은 결과였다.

하지만 제임스 랜디가 사기임을 폭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 겔러는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다고 계속하여 주장했고 이를 믿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았다. 그래서 유리 겔러는 그 후에도 세계를 돌면서 30년 이상 사기행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제임스 랜디는 1982년에도 “유리겔러의 마술”이라는 책을 출판하여 그의 초능력이 마술 트릭에 불과함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러자 유리 겔러는 명예훼손을 이유로 제임스 랜디에게  1500만 달러의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유리 겔러가 제임스 랜디에게 12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소송과정에서 제임스 랜디 앞에 선 유리 겔러가 초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2000년에 유리 겔러를 초청했던 SBS는 2003년에는제임스 랜디를 초청하여 주말 프로그램 ‘도전! 100만달러 초능력자를 찾아라’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국 측이 6개월 동안 세계 9개국을 돌면서 신청을 받은 ‘초능력자’들을 검증했는데 물론 도전에 성공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로서 SBS는 가짜 초능력자와 가짜 초능력자 사냥꾼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셈이다.   

그런데 유리 겔러가 우리나라의 방송사에 초청된 시점이 유리 겔러의 사기 행각이 확실히 밝혀진 후인 1984년과 2000년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러나 그의 사기행각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더 이상 사람들을 속이기 어렵게 된2000년대 중반, 그는 스스로 자신의 초능력이 마술 트릭임을 고백하고 이후 전업 마술사로 직업을 바꾼다. 현재 73세인 그는 마술사로 활동하면서 한편으론 TV에서 마술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전에는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마술을 보여주던 수습 마술사가 물에 빠져 익사할 뻔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올해 초에는 영국 정보부의 요원 모집에 응시하여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재미있는 것은 지원서에다 우리 나라에서 북한의 남침 땅굴을 발견하는데 자신이 도움을 주었다고 기술했다고 한다. 그는 또 미국 CIA와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를 위해서 모종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임스 랜디가 정체를 폭로한 사기꾼 중에는 미국의 피터 포포프라는 사이비 전도사도 있다. 1980년대 포포프는 TV로 중계되는 집회를 통해 처음 보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 가족관계, 병력 등을 맞히는 것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신앙치료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에게 거액을 갈취했다. 1986년 제임스 랜디는 포포프가 한 쪽 귀에다 감춘 수신기를 통해 아내가 미리 입수한 정보를 불러주는 대로 말하는 것을 현장에서 폭로한다. 이후 포포프는 잠적했고 해당 프로그램은 폐지되었다. 

동물과 식물은 번식과 생존의 편의를 위해 속임수를 사용한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언어 학자들은 속임수가 인류의 언어발달에 기여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10분간 대화하는 동안 실험 대상자의 60% 이상이 최소한 한 번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 30%~50%의 사람은 연인이나 어머니에게도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거짓말 자체가 다 나쁜 것도 아니다. 선의에서 하는 ‘하얀 거짓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인 기만과 속임수를 통해 이익을 취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용납되기 어려운 범죄행위이다.    

다단계식 폰지 사기나 ‘네다바이’ 사기 등은 2000년전에 사용되었던 수법이 그대로 오늘날에도 통용되기도 한다. 또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없거나 몇 천년 전의 제한된 지식만으로 만들어진 믿음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기도 한다. 호로스코프로 불리는 점성술은 별자리를 기반으로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것인데 별자리와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근거는 불문하더라도 점성술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3500년전의 별자리와 지금의 별자리는 완전히 다르다. 가령 30년 정도의 시간 동안에도 세차현상에 따라 지구의 위치는 130만 Km나 어긋난다. 이에 따라 관측하는 별자리의 위치 자체가 바뀐다. 하지만 호로스코프의 별자리표는 몇 천년 동안 그대로이고 사람의 운명 예측도 그대로이다. 점이 그냥 재미정도라면 몰라도 프랑스의 엘리자베스 테시에라는 점성술사처럼 이것을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사람을 기만하여 이익을 취하는 경우라면 사기가 된다. 

말도 되지 않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듣고도 사람들은 잘 속는다. 미국의 존 킬리라는 사람은 1리터의 맹물로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달릴 수 있는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투자금을 모은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사기는 보통 아는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한 조사를 보면 보이스 피싱 등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당하는 사기는 오히려 33.8%에 불과했다. 

동물도 속임수를 통해 상대를 현혹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를 끌어들이거나 내쫓는다. 허풍을 쳐서 다른 동물에게 경고를 보내거나 숨는다. 상대로부터 먹이를 약탈하거나 다른 동물의 생명을 뺏기도 한다. 식물도 의태를 통해 동물을 속인다. 그리고 곤충도 사기를 친다. 풍선 파리 수컷은 암컷에게 구애하는 과정에서 속이 텅 빈 선물을 포장하여 암컷에게 준 다음 암컷이 포장을 뜯는 동안 재빨리 교미를 마치고는 도망간다.                

와인과 관련하여서도 사기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와인은 작정하고 속이려 들면 전문가도 잘 감정하기가 쉽지 않고 또 가격이 비싼 것도 많아 종종 사기의 표적이 된다. 가짜 와인은 여러가지 형태의 속임수를 동반한다. 심지어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메틸 알코올을, 당도를 높이기 위해 납 아세테이트 등 독극물을 첨가하기도 한다. 1985년에는 오스트리아의 와인 생산업자가 화이트 와인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차 라디에이터에 넣는 부동액인 디에틸렌 글리콜을 첨가해 체포된 적도 있다. 그리고 1986년에는 이태리에서 더 큰 사건이 있었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와인에다 메틸 알코올을 섞어 이를 마신 2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실명하여 온 나라가 떠들썩 했다. 위험 물질이 아닌 다른 첨가물도 엄격히 규제된다. 예전에 프랑스의 일부 보졸래 와인 생산자가 당도나 알코올 도수를 높이기 위해 설탕을 첨가하던 것도 1973년부터는 불법이 되었다. 감미료나 계피 등의 향신료를 섞기도 하는데 역시 불법이다.

그러나 포트 와인과 같이 주정을 섞은 강화 와인은 다른 종류의 와인으로 간주되어 허용된다. 한때 물을 섞는 것이 논란이 된 적도 있으나 현재는 일부 물을 섞는 것이 와인 생산의 한 테크닉으로 허용된다. 너무 익은 포도의 균형을 맞추거나 자연적인 탈수에 대한 수분 보충 또는 세금 문제 때문에 도수를 낮추기 위해서 물을 섞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희석하지 않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야만적이고 건강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방부제로 쓰이는 이산화 황 등의 첨가물도 허용된다. 

또 다른 속임수는 저급 와인을 고급 와인과 섞어 고급 와인 값을 받거나 저급 와인에다 위조된 고급와인의 라벨을 붙이는 수법이다. 포도 주스나 엘더 베리 주스를 섞기도 한다. 포도 품종을 섞는 블렌딩은 허용된다. 그리고 와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선물거래 사기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와인에 대한 사기는 고대 로마시대의 기록에도 나타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상한 와인을 “sick wine”이라 부르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우유, 겨자, 재, 쐐기풀이나 심지어 납을 섞기도 했다. 

2000년전의 로마시대에 “박물지”라는 백과사전을 지은 대플리니우스가 그 당시 로마에 가짜 와인이 범람하고 있다고 불평한 기록이 있다. 그 당시 가짜와인의 대상은 “팔레르니안(Falernian) 와인” 이라 불리는 최고급 와인이었는데 Bar는 물론 심지어 중산층이나 가난한 가정집에까지 공급될 정도로 가짜가 넘쳐났다고 한다. 팔레르니안 와인은 기원전 60년에 쥴리어스 시져가 스페인을 정복한 것을 축하하는 연회에서 그 중에서도 최고급 빈티지를 뜻하는 “오피미안 빈티지(Opimian Vintage)”인 그 당시 기준으로 61년 된 기원전 121년 산 와인을 서빙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와인이었다.

중세에도 가짜 와인은 골칫거리였다. 런던에서는 와인을 서로 섞는 것을 막기 위해 프랑스산, 스페인산, 독일산 와인을 한 셀러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짜 와인이나 상한 와인을 팔다 적발될 경우 그 것을 판 사람이 강제로 모두 마시게 했는데 심한 경우는 낙인을 찍거나 교수형에 처하기도 했다. 중세 이후에는 특히 프랑스나 이태리 산 고급 와인을 위조하는 경우가 많았고 위조 와인을 감별하는 “Wine doctor”라는 직업이 생기기도 했다. 19세기 들어서는 유럽 전역에서 이슈가 될 정도로 가짜 와인 문제가 심각했다. 이에 따라 1860년 영국을 비롯하여 1889년엔 프랑스, 1892년엔 독일, 1904년엔 이태리 정부가 와인을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규제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짜 와인을 방지하고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여러 유럽 국가들이 AOC(프랑스)나 DOC(이태리) 같은 와인 분류체계(Appellation system)를 도입하였다. 

근래에 일어난 유명한 와인 사기 사건으로는2005년에 드러난 독일인 와인 판매업자 하디 로든스탁 사건이다. 1980년대~1990년대 사이 그는 유명인이나 와인 평론가 등을 초청한 시음회를 열었는데 그 가 초청한 사람 중에는 유명한 와인 평론가인 로버트 파커와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사 사장인 마이클 브로드벤트도 들어 있었다. 
그는 시음회에 내놓은 와인을 18세기나 19세기 와인이라고 속이고 개인적인 채널이나 크리스티 경매 등을 통해 판매했다. 1985년산 샤토 뒤캠을 비롯,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소장했다는 1784년과 1787년 빈티지를 포함한 ‘제퍼슨 와인’, 1921년~1934년 빈티지의 샤토 페트뤼스 등 수 백 병의 위조 와인을 판매했다.   

미국 에너지 회사 옥스바우의 빌 코크 회장은 제퍼슨 와인 4병을 50만달러에 구입했는데 2005년 FBI까지 동원하여 이 와인들이 가짜임을 밝혀냈다. 그는 위조 와인 값의 20배가 넘는 1000만 달러의 소송비용을 써가며 2006년 이후 10년 동안 이 와인을 판매한 로든스탁과 다른 판매자 및 경매회사를 상대로 위조 와인과의 전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2013년에는 한 판매자로부터 1200만 달러를 배상 받아내기도 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창간자 맬컴 포브스도 15만 6천 달러를 주고 제퍼슨 와인 한 병을 구입했다고 한다.
 
2012년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인 루디 쿠니아완이 역시 위조 와인을 판매한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됐다.  쿠니아완도 로든스탁과 유사한 방식으로 사기를 쳤는데 와인 모임이나 시음회를 열어 신뢰를 쌓은 다음 대량 구입한 저가 보르고뉴 와인에 위조한 로마네 콩티 라벨을 붙여 고가에 파는 등 대형 사기를 저질렀다. 쿠니아완은 2006년에만 12000병의 가짜 와인을 팔았다. 그는 사기죄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2002년엔 중국에서 라벨이 위조된 1등급 보르도 와인인 라피트 로칠드1982년산이 대량 적발되었고, 2000년엔 슈퍼 투스칸이라 불리는 1995년산 사씨카이아 와인 2만병이 이태리 밀라노의 한 창고에서 발견되었는데 주로 한국이 거래처였던 것으로 밝혀 지기도 했다. 적발 당시에도 상자당 1800유로에서 2400유로씩 한국에다 보낼 가짜 와인이 1000상자나 있었다. 보졸레 누보를 출시한 프랑스의 조르쥬 뒤베프사도 불법으로 와인을 섞은 혐의로 당국에 적발된적이 있다. 가짜 와인의 주 산지는 아시아의 중국, 홍콩, 마카오, 필리핀 등과 남미의 쿠바와 아르헨티나 등의 나라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인 스펙테이터지에 따르면 경매를 통해 팔리는 희귀 와인의 5% 정도는 가짜라고 한다. 

고급와인을 생산하는 일부 와이너리는 와인의 위조를 막기위해 와인 병에 일련번호를 새기기도 한다. 그리고 오래된 와인은 아이소토프 분석으로 불리는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가짜 여부를 가려내기도 하지만 가짜 와인은 2000년전에도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짜 와인에 속지 않으려며 비싼 와인을 마시지 않으면 된다는 농담이 있다. 꼭 비싸다고 좋은 와인은 아니다. 좋은 사람과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면 그 것이 좋은 와인이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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