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기획]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대응 - ‘민주주의 동맹(D10)’ 가입 추진해야 -
[스페셜기획]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대응 - ‘민주주의 동맹(D10)’ 가입 추진해야 -
  • 엄석정 前주헝가리대사/ 정리=이지연 기자
  • 승인 2020.10.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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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90년대 초 소련이 망하면서 40여 년간 지속된 범세계적 냉전이 종식되었고,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되었다.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클린턴, 부시, 오바마 대통령 등 3대에 걸쳐 자유주의 패권 전략에 입각한 이상주의적인 국제정치를 실행에 옮겼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존중 등 인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를 건설하면 평화와 번영을 유지하는 세계가 될 것이라는 목표를 추구하였다. 미국은 20여 년 동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세계에 전파하여 중동지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아랍의 봄’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성공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귀결되었다.

2001년 9・11 테러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였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20년 동안 약 6조 불에 달하는 자산을 전쟁비용으로 소진하고, 수많은 미국인들이 희생되었으나 미국이 얻은 것은 별로 없었다. 미국은 자유진영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를 공격하여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으며, 붕괴된 이라크 정부의 군인들은 후에 IS라는 테러 단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정부가 붕괴됨으로써 중동지역에서 이란과 이라크 간의 세력균형이 깨져, 이란의 세력이 강해짐으로써 미국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미국은 그 과정에서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소홀하게 되었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초래하게 되어 미국의 경쟁자가 되도록 하였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중국 내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확대되어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중국의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하였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중국의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전통을 깨고, 2018년 3월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을 철폐하고 점진적으로 전체주의 체제를 강화해나가면서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미국은 기존의 대중국 포용정책이 실패하였음을 인식하고 대중국 강경정책으로 선회하였다.

펜스 부통령은 2018년 10월 허드슨 연구소에서의 연설에서 중국의 정치제도는 국민을 억압하고 나아가서는 여타 국가들도 억압할 것이며, 중국은 서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을 축출하고자 하나 실패할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펜스 부통령의 연설은 후세 역사에서 미・중 간의 제2차 냉전의 개시 시점으로 평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 추진 이후 국제적인 분쟁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경제발전 우선 정책을 40여 년간 지속하였다. 덩샤오핑의 대외정책의 지침인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에 입각하여 경제발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였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교역국으로 성장하였다. 현재 세계 각국 중에서 중국이 제1의 교역 상대국인 나라는 100여 개국이고 미국이 제1의 교역 상대국인 나라는 60여 개국이다. 중국의 명목상 GDP는 미국의 65% 정도 되지만, 구매력 평가(PPP) 기준 GDP는 미국의 120% 정도가 되며, 2030년대 중반 경에는 명목상 GDP도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 20대 IT 기업 중에서 9개가 중국 기업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천명하고,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는 현대적인 사회국가 ― 즉 세계의 중심국가 건설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주석의 임기를 제한하는 헌법 규정을 폐지하여 종신 집권의 길을 열어 놓았다. 시진핑 신시대를 선언하면서 개혁・개방 추진 40주년이 되는 2018년을 기점으로 덩샤오핑의 대외정책인 ‘도광양회’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분발유위(奮發有爲)’의 시대 ― 즉 국제사회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고자 하면서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하였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꿈을 실현하 기 위한 방안으로서 일대일로 구상을 제안하였으며, 이는 아시아, 유럽, 아 프리카를 아우르는 신중화경제권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약 1조 3,000억 불을 투자하여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를 건설함으로써 3개 대륙이 하나의 경제권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중국이 패권국가를 추구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처음부터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를 설립하려고 하였으며,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이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으나, 유럽의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 많은 국가들과 한국, 호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도 참여하여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매 2년마다 일대일로 정상회의를 북경에서 개최하고 있다. 일대일로 구상은 초창기 개발도상국으로부터 부채문제 등이 야기되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이 다소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유럽에서 이탈리아와 헝가리가 참여하는 등 중국의 역점사업으로서 계속 추진될 것이다.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이 미・일동맹으로 인하여 태평양으로의 진출이 봉쇄되어 있으므로 중앙아시아를 통하여 유럽과 아프리카로 진출하려는 중국의 서진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을 바로 잡는 것을 넘어 기술, 제도, 이념, 체제 등 분야에서 전 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의 화웨이가 5G 통신장비의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과 화웨이에 통신장비 부품과 반도체를 공급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중국을 민족주의적 일당 독재국가로 비난하고, 시진핑 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신봉자로 규정하는 등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에서 많은 국가들이 선택의 기로에서 자국의 미래를 위하여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 외교 전략을 구상하여야 할까?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한국, 인도, 호주, 러시아를 초청하여 G7을 G11으로 확대 개편하여 중국을 고립시킬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 독일, 캐나다는 러시아가 크리미아 반도를 병합하여 G7회의로부터 축출되었기 때문에 러시아의 G7포함을 적극 반대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하여 영국의 존슨 총리는 G7에 한국, 인도, 호주를 포함하여 G7을 확대 개편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동맹(D10)을 결성할 것을 제안하였고 내년에는 영국이 G7 정상회의를 주최하므로 민주주의 동맹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G7과 G20가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처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운영체제로서 D10 구성이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러시아를 G7에 포함시키는데 반대가 크므로 D10 구성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금년 7월 닉슨 기념관에서의 연설을 통하여 D10 결성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 D10이 결성되면 미국의 중국 고립화 전략을 적극 지원하는 기구가 될 것이며, 세계는 D10과 중국・러시아 연합으로 양분되는 신냉전질서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D10에 가입하게 되면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속하며 세계를 운영하는 선진국 그룹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세계운영체제에 포함되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보 면에서는 민주주의 동맹은 다자적인 측면에서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므로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남・북한 관계나 북한 핵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있어 우리의 입장에 대한 지지 확보가 용이해 질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삼성 등 우리기업들은 자유민주진영의 5G 통신장비와 반도체를 주로 공급함으로써 중국과의 경제교류 축소로 야기되는 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D10 국가들과 경제협력이 심화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세계적인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D10의 결성을 적극 지지하고, D10에 가입을 추진함으로써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적 균형을 유지하고 우리의 외교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발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엄석정 대사는 주헝가리 대사, 주스웨덴 대사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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