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선의 인사이트아프리카]나이지리아, 피로 물든 민주주의의 새싹
[류지선의 인사이트아프리카]나이지리아, 피로 물든 민주주의의 새싹
  • 류지선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0.10.26 13: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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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거리로 나왔는가?

올해 독립 60주년을 맞은 나이지리아에서 독립 후 최초이자, 최대의 평화 시위가 지난 3주간  나이지리아의 주요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며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발화점은 SARS(Special Anti-Robbery Squad) Unit 라고 불리는 경찰 조직이 지난 수십년간 서민들에 대한 공권력의 남용에 대한 누적된 분노였다. 1992년에 연방 정부가 SARS를 설립한 취지는 일반 경찰이 수행하기 어려운 절도, 특수범죄 등을 사복을 입고 비밀리에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특권은 악용되어 국민을 보호하는 것과 반대로 강간, 폭행,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저질러 왔다. 주된 타켓은 20~30대로서 이들에게 SARS는 늘 공포의 대상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2억 인구가 살고 있는 나이지리아, 그안에서도 경제 허브인 인구 2천만의 라고스에서 매일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하고 온라인으로는 #ENDSARS 해쉬택을 전파하며 전 세계의 지지와 동참을 촉구했다. 비욘세, 리하나 등의 슈퍼 스타들도 지지 메세지를 보내고,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도 나이지리아 디아스포라가 주축이 되어 연대 시위가 열렸다.

 

출처: www.aljazeera.com,
출처: www.aljazeera.com,
출처: Getty, 레키 톨게이트에서 시위자 중 한명이<br>​​​​​​​‘젊은 세대의 힘은 기득권 보다 강하다’ 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다.
출처: Getty, 레키 톨게이트에서 시위자 중 한명이
​​​​​​​‘젊은 세대의 힘은 기득권 보다 강하다’ 라고 쓴 종이를 들고 있다.

이들에게는 나이지리아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족들간의 분열, 혐오의 상처가 부모세대에 비해 적다.  덕분에 부족, 종교등을 초월하여 연대를 하고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진지하게 비판하는 한편, 흥겨운 음악, 춤을 추며 딱딱한 시위가 아니라 마치 문화 이벤트같은 분위기로 이끌었다.

■우리의 시위는 아직 폭발하지 않았다

레키 톨게이트에서 시위중인 군중, 출처: 가디언 나이지리아
레키 톨게이트에서 시위중인 군중, 출처: 가디언 나이지리아

우리는 이제 SARS(사복특수경찰부대) 의 가혹행위 중지를 촉구하는 것을 넘어 전면적인 정치개혁을 원한다. 2천백만 나이라(4천8백만원 상당) 월급을 받는 연로한 상원의원님들, 그 돈으로 당신들은 자식들에게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하고, 해외에서 값비싼 의료 서비스를 누렸다. 그동안 수고하셨고 이제 은퇴하실때가 됐다.정부는 가나에 전기를 수출한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집은 하루에 한시간 전기가 나올까 말까 한다.

당신들에게 말한다. 지난 몇주간의 시위는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폭발하지 않았다. 우리는 젊고 혁신적인 리더를 원한다. 역사적으로 변화는 절대 희생없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역사의 현장에서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  

여러분들을 오늘 시위 현장에서 만나겠다.

– 나이지리아 유명 디제이 스위치(@djswitch_)가 10월 20일 레키 학살 당일 오전에 올린 인스타그램 동영상 발언 중

그날은 오전부터 수만명의 시위대로 인해 대중교통이 마비상태였다. 그리고 잠시 후 10시쯤 라고스 주지사가 라고스 전지역에 오후 4시부터 통행금지령이 발효된다는 발표를 했다.

당일 시위에 참석한 증언에 의하면 오후 5시쯤 시위대의 핵심 지역인 레키 톨게이트의 CCTV를 정체모를 사람들이 와서 제거해가고, 6시쯤에는 대형 전광판의 불이 꺼졌다.

7시쯤, 국기를 들고 국가를 부르고 있던 평화로운 시위대에 대규모 군인들이 예고없이 나타나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군인들은 사체를 차에 싣고, 인근 지역도 돌면서 총격을 가했다. 24일 공식 발표에 의하면 51명의 시민들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밤부터 다음날까지도 정체 모를 무장 폭도들이 라고스 도시 전체를 돌며 쇼핑몰, 상점들을 습격하고 약탈했다. 그중에는 나의 쥬얼리 브랜드가 입점한, 나이지리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Spar 도 포함된다.

폭도들에 의해 파괴된 쇼핑몰, 출처: Spar Nigeria
폭도들에 의해 파괴된 쇼핑몰, 출처: Spar Nigeria
레키 학살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떠돈 이미지,  그날의 슬픔을 표현했다
레키 학살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떠돈 이미지, 그날의 슬픔을 표현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은 통행 금지령속에서도 약탈하는 폭도들에게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이들이 시위대가 아니라, 권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배치된 조직이라고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것을 빌미로 현 부하리 대통령과 같은 부족인 하우사족들은 약탈당한 상점 이미지들을 소셜 미디어에 전파하며 시위대들을 폭력적이라고 비난하고 레키 학살은 언론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른 부족들은 하우사 부족을 정부의 앞잡이라고 반응하며 거국적이고 평화로운 시위가 한순간에 피로 얼룩지고 부족들간의 싸움으로 변질이 되었다.

애국심이 투철한 나의 나이지리아 관세청 친구조차도 세계 언론은 모두 가짜 뉴스이고 군인들은 단 한명의 시민도 죽이지 않았다고 나를 설득시키려 했다.   이제 이 엄청난 혼란과 분열을 나이지리아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진흙속에서 싹트는 희망

Spar 쇼핑몰 공식 인스타그램에 아래와 망가진 쇼핑몰 사진과 함께 아래의 글이 실렸다.

‘슈퍼마켓을 다시 짓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 국가를 다시 세우는 것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이것은 아주 작은 장애물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나이지리아를 지지하고 여러분들의 지지에   감사하며 더욱 강해지고 단결할 것입니다. 그날 이후 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잊었다. 무슨일이 일어나도 우리는 더이상 후퇴할 수  없고 정의를 위해 싸울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힘은 소셜 미디어와 우리를 지지해주는 국제적인 연대 뿐이다. 나이지리아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계인들이 잊지 말아주고, 우리와 끝까지 함께 해 주었으면 좋겠다’ - 알자지라 팟캐스트 ‘the take’ 중

‘우리가 전통적으로 나이드신 분들의 말을 무조건 따르듯 정부가 우리 젊은 세대들을  ‘아이들’ 취급하며 복종하게 하는 건 말이 안된다. 정부는 가족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피고용인이며 우리가 그들에게 월급을 준다. 그들은 우리가 결정하는 기준에 맞게 자신들의 일을 해야 한다. –the African news 리포터 Tofe Ayeni

평화로운 시위를 교묘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물타기를 하려고 한 기득권은 정의를 향한 열망, 더 나은 나이지리아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를 온전히 무력으로 꺽지 못한 것 같다. 잔혹한 학살의 그 날을 뒤로하고 나이지리아는 다시 조금씩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대가

학살이 일어난지 3일만에 대통령 부하리가 레키 학살공식 발언을 했다.

레키 학살의 희생자들에 대해 언급을 하면서 이중에는 경찰도 포함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누구의  책임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도 없었다.시민들은 또다시 분노하고 있다. 당분간 나이지리아 정세는 긴장속에서 혼동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이미 경제가 휘청이고 실업자들이 수천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희생과 인내와 시간을 요구하는 값비싼 민주주의를 과연 달성해 갈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7,80년대에 겪었던 민주화의 소용돌이를 나이지리아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한 시위자가 말했듯이 그들의 유일한 힘은 소셜 미디어와 국제적인 연대다. 어쩌면 이 힘은 막강한 파장력으로 과거 우리가 겪었을때 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과 적은 희생으로나이지리아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주체는 전체 인구의 60%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세대들이기에 지난 몇백년간 선조들을 분열시켜온 부족간의 갈등이라는 고리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간절한 희망을 걸어본다. 나아지리라, 나이지리아. ​​​​​​​

◇류지선 칼럼리스트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7년 거주, 아프리카 지역 전문가로서 현재 정부 개발협력 사업의 컨설턴트 및 개인 사업가로서 다양한 공적, 민간 영역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데일리경제 칼럼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편집자주:해당 기사는 필자의 개인의견이며, 본 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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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경제 2020-10-28 16: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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