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0 ] 음식과 와인(II) : 인류의 진화 및 요리의 탄생(1)
와인칼럼니스트 [ 변연배의 와인과 함께하는 세상 50 ] 음식과 와인(II) : 인류의 진화 및 요리의 탄생(1)
  • 변연배 칼럼전문기자
  • 승인 2020.10.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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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lcliff

인류가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와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 중의 하나가 언어의 사용과 의복의 착용, 그리고 요리를 통한 음식문화의 발달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에서 오직 인류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원래 인류를 칭할 때 접미사로 붙는 호모(homo)라는 말은 인간이 유일하게 도구를 사용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하지만 도구의 사용은 현재 영장류, 일부 조류, 개미 등 다른 동물에게도 발견된다.

나이가 46억년인 지구상에는 약 35억~38억년전에 첫 생명체가 나타났다. 수소, 산소, 탄소, 질소로 된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진 단백질과 인이 더해져 유전자인 RNA와 DNA가 탄생했고, 이어 살아있는 최초의 세포가 물속에서 출현했다. 물질이 살아있다는 것은 생명체를 뜻한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지만, 세포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를 특징 짓는 정의는 신진대사, 번식, 적응의 세 가지 요소이다.

최초의 생명체는 모든 생명체의 ‘공통의 조상(LUCA: Late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이라고 부른다. 이로부터 진화한 초기의 박테리아는 주변에 있는 화학물질을 먹이로 지구 최초의 식사를 한다. 그리고 엽록소를 가지게 된 일부 박테리아는 햇빛, 물,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밖으로 내보냈다. 자기 스스로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생산하고 산소를 만든 것이다. 지구 생명체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도약인 광합성과 신진대사의 시작이다.

오늘날 이를 이어받은 해양 플랑크톤은 여전히 지구에서 일어나는 광합성의 절반을 차지한다. 광합성으로 인해 지구 대기중의 산소농도는 생명이 나타난 초기에는 1%에 불과했지만 그로부터 30억년이 더 지난 6억년 전에는 현재와 비슷한 21% 정도가 되었다.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자 역설적으로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죽었지만 일부 박테리아는 광합성과 정반대로 산소를 이용하여 탄수화물을 분해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러한 방법은 오히려 광합성 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현재 우리는 호흡이라 부른다. 박테리아의 일부는 광합성을 하고 일부는 호흡을 함으로써 지구의 대기는 균형을 유지하고 순환체계가 생겼다.

그리고 약 15억년전쯤에는 박테리아와 박테리아가 상호 결합한 형태의 다세포 생물인 진핵세포를 가진 생물이 출현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른 박테리아와 결합하게 된 엽록소와 미토콘드리아 박테리아는 독자적인 DNA를 지닌 채로 나중에는 세포내의 세포소기관으로서 정착하게 된다. 엽록소와 미토콘드리아는 오늘날에도 모든 식물세포와 동물세포에서 발견된다. 그 중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이후의 진화과정에서 동물이 먹이를 섭취하는데 있어 필수적이고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오늘날 미토콘드리아는 동물이 섭취하는 탄수화물 혹은 고기에 포함된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호흡을 통해 흡입한 산소를 이용하여 음식을 분해한 후 신체의 에너지원인 ATP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것이다. 현대에 우리가 복부에 쌓인 중성지방을 없애기 위해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은 산소를 흡입해 지방을 분해하는 이러한 기능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광합성을 하여 동물이 먹는 탄수화물을 생산하고, 동물은 탄수화물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지구 생태계의 먹이사슬과 순환고리가 생성된다.

10억년전에는 일부 진핵세포가 지구 생명체의 4번째 큰 도약인 유성생식을 시작한다. 유성생식은 다른 개체끼리 유전자를 섞는 것이다. 지구 최초의 생물학적인 섹스의 탄생이다. 이러한 방식은 다양한 유전자 조합을 만들어 지구 생명체의 생존 가능성 및 진화의 속도를 높인다. 그리고 박테리아는 자체로서도 살아남아 지금도 지구를 뒤덮고 있다. 우리 몸에도 신체의 세포 수 보다도 10배나 많은 1만종에 이르는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 6억4천만년전까지의 지구는 단세포 생물이 생태계를 지배했다.

5억5천만년 전부터 5억년 사이에는 뇌, 입, 눈, 지느러미나 다리와 같은 신체기관을 가진 새로운 생물종류가 한꺼번에 급격하게 증가한 소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난다. 턱뼈와 등뼈를 가진 척추동물의 조상도 이 때 처음 나타났다. 이들 바다 동물 중에는 인류의 먼 조상도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감자탕의 돼지 등뼈는 이때부터 진화가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당시 아직 바다에 살았다.

5억년 전에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다세포 생물이 다른 다세포 생물을 체계적으로 잡아먹은 음식 역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4억8천만년 전의 삼엽충 화석에서 이러한 증거가 발견되었다. 

바다를 떠나 육지로 먼저 올라온 생명체는 동물보다는 이끼식물인 식물이 먼저이다. 4억7500만년전의 일이다. 4억년전쯤에는 관다발 식물이 지구를 뒤덮었다. 4억4천만년전에는 지구 역사상 5번의 대멸종 중 첫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그 당시 지구상 생물종의 60%가까이가 멸종했다. 그리고 3억7천만년전의 2차 대멸종을 거쳐 드디어 3억6천만년에서 3억년전쯤에는 잎을 가진 식물의 숲이 등장한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각종 잎 채소의 기원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시기 죽은 식물의 잎과 줄기는 화석으로 변하여 나중에 인류가 난방을 하거나 불을 사용하여 요리를 하는데 이용되는 화석연료의 원료가 된다. 석탄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전후해 바다 속에 쌓인 플랑크톤 등 수생동식물의 사체는 후에 석유가 되어 인류 발전의 또 다른 촉매제가 된다. 화석연료는 죽은 동식물을 박테리아류가 분해하기 시작한 이후에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다. 

동물 중에서는 벌레나 곤충류가 먼저 육지로 올라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래도 식물보다는 1억년이 늦었다. 이어 3억7500만년전에는 일부 물고기에 발이 생기고 육지로 올라온다. 이 물고기는 오늘날 인간의 먼 직계조상이 된다. 아가미와 폐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이들은 3억4000만년전쯤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와 발가락이 구분된 발을 가진 양서류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4000만년 후에는 최초의 파충류가 지구상에 나타났다. 이어 2억4500만년 전에는 3차 대멸종이 일어나 바다생물의 90%와 육지생물의 70%가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오늘날까지 주방 한구석에 출몰하는 바퀴벌레는 이때에도 살아남는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술안주로 먹는 은행열매의 은행나무도 이때 살아 남았다. 하지만 먹장어는 바퀴벌레 보다도 2억년이나 더 오래전에 나타나 그때를 지나 지금까지 살아 남았다.

2억1500만년전에는 육지생물의 80%와 해양생물의 20%가 멸종하는 제4차 대멸종이 일어나고 이후 공룡과 같은 파충류가 지구를 지배한다. 2억년전에는 최초의 포유류가 나타나고 드디어 1억 2500만년전에는 인류의 조금 더 가까운 조상인 태반을 가진 오늘 날 쥐와 비슷한 설치류가 나타나 주로 밤에만 활동하며 공룡들 사이에서 위태롭게 생존을 이어 간다. 이들은 나중에 나무 두더지과의 동물로 진화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생선과 우리가 혐오하는 쥐, 두더지가 모두 인류의 직계 조상인 셈이다.

 현재까지도 쥐의 유전자는 99%가 인간과 비슷하고 80%는 인간과 완전히 같다. 쥐가 인간을 대신하는 대표적인 실험용 동물로 쓰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쥐는 인간과 더불어 지구상에 가장 널리 분포하는 포유동물의 하나이다.  고릴라, 침팬지, 인간과 같은 유인원의 조상인 태반류는 진화를 거듭하면서2500만년전에는 새끼에게 젖을 먹이기 시작한다. 오늘날 우리가 모유와 유제품을 먹는 기원이 된다. 포유동물의 젖샘은 원래 땀샘이 진화한 것이다.

1억3천만년전에서 9천만년경에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속씨식물이 등장한다. 지구상 최초의 과일이 출현한 것이다. 이와 함께 꽃가루를 옮기는 벌과 같은 꽃가루 받이 곤충도 함께 진화하는 공진화가 일어난다. 육지에는 꽃이 만발하고, 하늘에는 벌이 날아 다니고, 땅에는 개미가 기어 다닌 ‘꽃과 곤충의 시대’이다.

 6600만년전에는 오늘날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충돌한 직경 15km 정도의 운석이 직경 180km, 깊이 20km의 구덩이를 만들면서 거대한 해일과 화산폭발을 일으켰다. 먼지구름이 지구대기를 덮어 햇빛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그 때까지 1억5천만년 동안 지구를 지배한 공룡이 멸망한다. 이때 다시 지구 전체 생명체의 75%가 함께 절멸한다. 요행히 인류의 조상인 설치류는 이때 살아 남아 나중에 나무 두더지과로 진화한 후 영장류의 조상이 된다.

대멸종 후 5백만년정도가 지난 6천만년전쯤에는 작은 포유류들이 열매를 따먹기 위해 나무에 올랐고 채집행위의 시초가 된다. 나무에 올라간 포유류는 입체적인 시야확보가 필요했고 이러한 필요에 따라 5600만년전에는 얼굴의 옆에 위치했던 눈이 얼굴의 앞으로 옮겨온다. 그리고 앞발은 손으로 변하고 엄지손가락이 생겨 물건을 잡을 수 있도록 진화했다. 인간이 현미경을 보면서 정교한 작업을 하고, 요리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덕분이다. 엄지손가락의 생성은 인류문명을 발전시킨 원동력 중의 하나이다. 침팬지와 달리 인간의 엄지 손가락은 길게 발달하여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을 가능하게 한다. 대신 침팬지는 엄지가 짧고 다른 손가락은 길어 나무가지를 잡기가 용이하게 진화했다.

4,000만년전쯤 고래, 말, 고양이, 개와 같은 동물의 초기 공통조상이 출현한다. 인류가 오늘날 가축으로 키우고 있는 대부분의 동물의 조상이 이때 탄생했다. 그리고 고릴라, 침팬지, 인간과 같은 유인원의 조상은 2500만년전 먹을 것을 찾아 다시 땅으로 내려왔다. 2000만년전에는 녹색의 숲에서 주황색의 잘 익은 과일을 눈으로 쉽게 발견하기 위한 유전자가 영장류에게 생긴다. 오늘날 이 두가지 색을 구분 못하면 적록 색맹이라 부른다.

1천만년전에는 인류의 조상이 처음으로 술을 마신다.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온 인류의 공통조상은 땅에 떨어진 과일이 자연 발효되어 술이 된 것을 마시거나 아니면 알코올이 포함된 자연상태의 과일을 섭취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알코올을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이 인류가 처음 알코올을 몸에 섭취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 작용했다. 오늘날의 후손처럼 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았다. 인류의 유전자에 알코올분해 효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를 과학자들은 대략 1천만년 전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우리의 위나 식도, 혓바닥 등에서 발견되는 ADH4라 불리는 알코올 분해요소는 진화론적으로 같은 줄기에 있는 다른 수십종의 포유류와 영장류에서도 발견된다.

8백만년전에는 인간과 유인원의 공통조상이 나타나고, 7백만년전에는 유인원과 인간이 분리된다. 그 사이 나무 위로 다시 올라갔던 인간은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이 줄어 초원으로 변하면서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나중에 인류에게 와인을 선물한 포도나무도 이때쯤 지구상에 나타난다. 이후 인간은 낮에는 땅에서 생활하고 밤에는 포식자를 피해 나무위로 올라가는 등 나무 위를 오르내리다가 20만년전에는 완전히 땅에 정착했다.

kompasiana

인간으로 분리된 인류는 450만년전에는 드디어 두발로 땅을 걸어 다니는 이족보행을 시작한다. 아직 오늘날의 유인원처럼 구부리고 앉아 음식을 채집하거나 먹었고, 손은 길었지만 어쨌던 두발로 걸으면서 손이 자유롭게 되었다. 이들의 다리뼈는 직선에 가까워지고 엉덩이뼈는 골반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팔은 더 짧아져 250만년전에는 돌을 깨어 만든 칼로 동물의 사체를 잘라먹었다.

최초로 도구를 사용하는 인류가 나타난 것이다. 푸줏간의 시초인 셈이다. 호모 하빌리스의 등장이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라는 명칭도 이때부터 인류에게 붙여졌다.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인류는 본격적으로 동물을 사냥하게 되고 야생 곡물, 과일, 견과류, 식물의 뿌리를 채집해 먹었다. 이후 농경을 시작하기 전까지 250만년 동안 수렵, 채집생활이 계속된다. 남녀의 성별 역할도 나뉘어져 주로 사냥은 남성, 채집은 여성의 몫이었다.

원시 인류의 수렵, 채집 생활은 생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았다. 현대의 하루 8시간 근로제보다 짧은 하루 3~4시간 정도 일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 기간 동안 인류의 뇌는 3배 정도 커진다. 5세 이하의 인간 아동들은 섭취 열량의 45~80%를 뇌의 성장에 쓰는 반면 고릴라는 대부분의 열량을 신체의 성장에 쓴다. 인간의 뇌는 유인원의 3배에 이른다. 그래서 침팬지의 유전자가 98.4%나 인간과 같지만 오늘날 문제해결을 위해 인간은 머리를 쓰고 침팬지는 신체를 쓴다.

180만년 전에는 오늘날의 인류와 비슷한 직립 보행을 하는 호모 에렉투스가 나타났다. 호모 에렉투스는 두발로 걷고, 달리고, 춤추고, 움직이는 동작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직립 보행은 물리적으로 체온을 유지하는데도 유리하다. 이들은 25~50명 단위로 구성된 혈연 집단을 이루며 살았는데, 최초로 언어를 사용했고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류는 신체적, 문화적으로 비약적인 도약을 하게 된다. 호모에렉투스는 손이 완전히 자유로워 인류 최초의 요리도 이들이 처음 시작했다.

음식이란 말은 넓게는 사람이 먹거나 마시는 모든 것을 의미하지만, 좀 더 좁혀 정의하자면 곡식이나, 채소, 고기 등을 먹을 수 있게 인위적인 손질, 즉 요리한 것을 말한다. 이때부터 인류가 고기를 불에 익혀 ‘음식’을 처음 만들어 먹은 것이다. 원시인들이 고기를 불에 구워 먹은 것 과 현대의 바비큐는 같은 행위이다.   

불은 자연적 에너지원인 햇빛 외에 인류가 처음으로 확보한 외부 에너지원이다. 불의 이용은 이후 인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인류가 불을 사용해 처음 요리를 시작했던 시기는 140만년전이다. 인류가 처음 불을 사용한 시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인류의 신체적 진화 흔적 등을 고려할 때 이 시점을 유력하게 본다. 1백만년전에는 시신을 화장한 흔적도 발견된다.

1백만년전의 초기 인류도 화덕과 부엌을 가지고 있었다. 79만년전의 화덕에서 포도씨가 발견되었지만 이때는   단순한 과일로 섭취한 것이며 인류가 처음 와인을 양조한 것은 그 보다도 78만년이나 더 지난 후의 일이다. 특히 음식을 익혀 먹음으로써 영양을 보다 쉽게 섭취할 수 있었던 인류의 뇌는 빠르게 용량이 커져 현대인의 70% 수준이나 되었다.

불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사냥 등으로 획득한 음식을 삼키기 위해 인류가 음식물을 씹는데 소비한 시간만 하루에 8시간이나 되었다. 불에 구워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먹게 된 인류의 턱과 치아는 점점 더 작아지고 뇌가 발달할 수 있는 공간은 더 커졌다. 인간의 입의 크기는 유인원의 반정도인데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체구에 비해 상당히 작은 편이다. 그리고 익힌 음식이 소화하기 쉽다는 장점은 심지어 곤충에게도 해당한다. 대신 인간의 장은 짧아졌다. 인간의 장의 무게는 비슷한 영장류의 6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원숭이들은 오늘날까지도 하루의 절반을 먹이를 씹는 일로 보낸다. 반면 인간은 식사시간의 20%정도만 씹는데 사용하고 나머지는 사회적인 행동을 한다. 인간 치아의 크기는 2천년 마다 2%씩 작아져 오늘날의 크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덕분으로 인간이 먹는 음식은 열량밀도가 높아 유인원이 먹는 양의 반만 먹어도 비슷한 열량을 낸다. 구석기인들이 먹었던 식단은 고기와 탄수화물의 비중이 각각 절반 정도되거나 탄수화물의 섭취가 조금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족보행으로 뇌는 커졌지만 골반이 작아진 인간의 여성은 출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머리가 작을 때 태어난 아기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남성 파트너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러한 배경은 남성과 여성을 부모라는 협력관계로 만들고 나중에는 일부일처제의 기반으로 발전한다. 또한 이들은 아프리카를 벗어나는 최초의 인류가 된다. 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이주한 이들 중에서 아프리카에 남아있던 일부는 나중에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고 유럽으로 이주한 일부는 나중에 네안데르탈인으로 진화한다.

현재의 우리 인류의 가장 직접적인 직계조상인 호모사피엔스는 호모 에렉투스의 출현으로부터 2백만년이 지난 2십만년전에 등장한다. 호모사피엔스는 이후 일어난 4번의 빙하기를 거치고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1만1500년전부터는 지구의 날씨가 안정적으로 따뜻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구석기인들은 10만년전까지는 주로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만 이동했지만 4만년전에는 남극을 제외한 지구의 대륙 전체에 인간이 살게 된다. 이들은 사냥, 요리, 도구제작, 여행, 옷 만들기, 거주지 만들기, 배를 만들고 기본적인 항해가 가능했다. 

 4만년전에서 6만년전에는 아시아 및 파푸아뉴기니로 진출하고 2만년전에는 시베리아지역까지 퍼졌다. 그리고 1만 3천년 전에는 그들 중 일부가 얼어붙은 베링 해협을 거쳐 아메리카대륙에 도착했다. 이미 3만3천년전에 구석기인들이 멕시코 중부 고지대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최근에 발견됨으로써 인류의 아시아 및 아메리카 이동이 2만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 시점에 발생했을 가능성도 크다.

지구의 탄생이후 지금까지 한 생물종은 대략 400만년 정도를 존재했다. 그리고 그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십억의 전체 생물 종 중에서 99.99%는 멸종했다. 3백만년전~ 2백만년전의 기간 동안에는 아프리카에 여섯 종류의 초기 인류가 공존했으나, 2십만년전~ 5만년전까지는 3종류로 줄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단 한 종만 살아 남았다. 지금의 우리인 호모 사피엔스이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전체 숫자는 8백억~1천억명 정도로 추정된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온 전체 2십만년 기간 동안 약 12% 정도는 구석기 시대에 살았고, 88%는 지난 1만년간 지구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아주 짧은 시간에 지구의 모습을 바꾼 동물의 종이다. 등장한 이후에는 오늘날까지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면서 지구를 지배하게 된다. 이어서 다음 회에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이후 약 1만년간 일어난 주요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끝. 

 


■ 와인칼럼니스트 변연배 

▣ 경력
ㆍ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임원/경영학박사(현)
ㆍCoupang 부사장ㆍDHL 부사장
ㆍMotorola 아시아태평양지역 인사담당 임원
ㆍHI Solutions, Inc. 대표이사
ㆍ두산 Seagram㈜ 부사장
ㆍ주한 외국기업 인사관리협회 (KOFEN) 회장
ㆍ연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ㆍ중앙공무원 연수원 외래교수
ㆍ칼럼니스트
ㆍ와인 바/ 와인 관련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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